영원한 이방인, 내 아버지의 닫힌 문 앞에서..
'2004년 여름, 나는 내가 거의 모른다고 해도 무방한 사람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바로 나의 아버지다.'
[#다크룸] 책의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책의 내용을 간단히 본(구입동기) 터이지만
첫문장에 심쿵했다. 그 문장의 명료함, 간결함이
자못 깊은 궁금증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할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부터도 없었다. 다만 내가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 정도여도 좋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찌 보면 저자의 집요한 인터뷰 내용을 쫓는 한 사람으로, 어디부터 어떻게 이해하고 질문할지를 모르는 소심한 나의 궁금증을 풀어가는 과정이라고 할까.
새로운 성별 정체성을 담은 셀카와 함께 도착한 아버지의
이메일로부터 시작되는 작가 아버지의 이야기...
그 아버지의 이야기는 단지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종교, 인종, 국적, 정치적 지향, 성적 정체성에 이르는
결국 정치적인 이야기라는 사실 앞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게와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사적인 삶과 공적인 삶 사이에 경계란 없다.'
(16p)란 말이 가슴으로 훅 스미면서 주체할 수 없는
무게를 느끼며 휘청였던 것 같다.
'정체성'이란 무엇일까?
책을 읽는 내내 떠나지 않았던 단어였다.
'유대인이 아니고자 했던 유대인, 헝가리에 버림받은 헝가리인, 아들이 되고 싶지 않았던 아들, 가장 완벽한
남자가 되고 싶었던 여자, 여자임을 숨겨야 했던 남자...'
그 아버지는 '#정체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정체성은 사회가 너를 받아들이는 방식이야. 사람들이 인정한 대로 행동해야 하지. 그렇지 않으면 적이 생긴단다. 나는 그렇게 살았어. 그래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야."(517p)
정체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 아버지가 25년간 지속된 침묵을 깨면서 딸에게 "내 이야기를 쓰는 게 어떠냐?"
며 제안을 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은 마음...
생각 외로 많은 부분을 밑줄을 치거나 접으면서
책 읽기를 마쳤다. 정치, 사회, 역사에 대해 미천한 내게 쉽지 않은 책이었음에도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엄습해오는 무게감, 감사함, 궁금증, 정체성...
내 삶과 내 활동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한마디로 특단할 수 없지만 이 책이 주는 여운을
깊이 간직하며 내 활동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코로나19로 신체적 활동에 제약을 받는 이즈음,
멍 때리며 눈으로 담았던 영화들이 스친다.
'수영장으로 간 낭자들', '그린북', '뷰티 인사이드'...
책 덕분에 새벽잠을 반납했지만 마음만큼은 뿌듯하다.
밝아오는 아침은 어둠과 함께 코로나19가 머얼리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