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에 대해, 아스퍼거에 대해 나름의 관심과 인지를 한 것 같다. 이러한 관심에는 늘 양가적인 부분이 있어 많은 말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영하는 입장의 한 사람이 바로 나이다.
관심은 고사하고 존재의 대상조차도 힘들었던 때를 떠올리면서 "여기, 우리가 있어요."라고 존재 자체를 처절하게 외쳤던 시간들이 오버랩되곤 한다. 여전히 그 상황들은 진행 중...ㅠㅠ
지난 휴일, 아들과 함께 백팔배 겸 산책지를 찾다가 남편과 내가 동시에 내뱉은 곳이 바로 옥천의 용암사였다.
일주일을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다가 주말과 휴일이면
분리되었던 우리는 합체를 하곤 한다. 이때만큼은 아들의
요청을 최대한 수용하여 우리의 시간을 결정하곤 한다.
아들의 자폐성향이 아니라도 우리 스스로도 나름의 루틴에 의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아가니 주말과 휴일만큼은 조금 더 궁리를 하며 즐길거리를 찾게 된다.
아들 덕분에 더 이상 나태함 없이 움직임에 늘 감사한다.
이만큼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이전엔 없었기 때문이다.
차를 타고 달리며 차창밖을 바라보는 것은 또 다른 힐링이다.
남편과 동행하면 그 힐링을 좀 더 온전히 할 수 있어 좋다.
이전에 나름 찍어두었던 장소가 있어 주시하며 가고 있었다.
아~~!!!
"해바라기다~~~!!!"
격하게 해바라기를 반기며 외친 사람은 아들이 아닌 나였다.
길옆에 정갈하게 정돈된 해바라기를 보며 외친 내 한마디에
남편은 곧 차를 멈췄고 나와 아들은 그들을 향해 갔다.
예전의 해바라기가 아닌 개량종의 해바라기이긴 해도
이렇게 만났으니 지나칠 수 없는 일이다.
열여덟 소녀처럼 달뜬 나와는 달리 아들은 시크한 모습으로
해바라기를 맞았다. 마치 엄마의 취향을 존중해 자신이 배려를 하고 있는 것처럼..ㅎ
거기에 열심히 꿀을 찾고 있는 벌들을 발견하곤 뒷걸음질.
이제 아들에게 해바라기는 그 옛날의 해바라기가 아닌 것 같다. 다만 오히려 내가 아들의 애착에 더욱 빙의되어
더욱 애정하고 집착하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좋다. 같은 것을 사랑하고 바라볼 수 있어서...
눈맞춤이 쉽지 않은 아들이 뚫어져라 해바라기를 바라보는...해바라기엔 어떤 매력이 있을까? 나도 아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해바라기를 사랑하기로 했고, 온전히 사랑하게 되었다.
"아들이 좋아하는 꽃은 해라라기, 민들레.
아들이 좋아하는 동물은 코끼리와 여우.
아들이 좋아하는 활동은 그림 그리기와 책 보기...
나의 아들은 백만 스물둘의 에너자이저이자 축지법을 쓰는 소년~~!!!"
아들을 표현할 때 내가 쓰는 표현이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아들을 표현할 땐
주효한 표현이 되었다. 정도의 차이와 경험의 차이로 인해
몰입도가 달라지고 추가된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 기호도에 의해 아들은 성장하였고 지금에 이르렀다.
아들의 어린 시절.
난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 않았다. 순간에 사라지는 아들 덕분에 늘 운동화에 뛸 준비를 하고 있어야 했다. 아들의 축지법 이면에 존재한 것들 중의 하나가 바로 해바라기와 민들레였다. 함께 산책을 나갔다가 순간에 아들이 사라져 찾게 되면 그곳엔 해바라기와 민들레, 코스모스 등의 꽃들이 있었다. 그래서 난 늘 주변을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아들이 사라질 곳을 예측하기 위해서, 아들의 안전을 고려하기 위해서...
오죽하면 아들이 좋아하는 해바라기를 실컷 보게 하기 위해서 주말농장을 시작했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정성으로 애정을 가지고 키울 기회를
주고자 선택한 주말농장이었다. 종묘사에서 씨를 사고,
심고, 가꾸는 전 과정을 아들과 함께 했었다. 수년간을...
아무리 좋아한다 해도 좋아한다는 이유로 함부로 생명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줘야 했다. 이전에 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꽃을 만나면 취득을 했기 때문이다.
위의 사진은 아들이 초등 5학년 때 주말농장에서의 사진이다. 한 손엔 책을 꼭 쥐고 그윽하게 해바라기를 바라보는 아들... 저 모습 때문에 해바라기를 키우고 전국의 해바라기를 만나기 위해 발품을 팔곤 했다.
초등3학년 때의 해바라기 그림. 태안백합꽃 축제~~!!!
복지관 소식지에 실린 아들의 해바라기~붉은 해바라기가 있나? 찾아보니 있었다...!!
아들이 그림으로 자신이 애정 하는 것을 그릴 수 있음은 소통의 어려움을 느끼던 우리에겐 커다란 소통창구가 되었다.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면 반응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들은 쉼 없이 해바라기를 찾아 순간에 사라지고,
수도 없는 종이에 해바라기를 그렸다.
주말농장 해바라기 가꾸는데도 정성을 다했다.
그 열정이 보기 좋았다. 좋아하는 것이 있으니 소통의 매개가 되었고 밀당의 협상을 할 수가 있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상황인가.
울고 떼를 쓰는데 무엇 때문인지 무엇을 하고자 함인지를 모를 때보다 훨씬 예측이 가능해졌으니까.
재활용품을 이용해 만들어준 아들의 장난감~~그림~!!!
나의 아들~~
내 인생을 살며 내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아들.
그 아들의 미소를 보고파서, 작은 표현 하나라도 하도록 하고파서 애썼던 수많은 날들.
손에 돈은 없었고 함께하고자 하는 열정은 있었던 시절.
그러나 방법도 모르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던 시절.
참으로 목이 말랐었다.
그래서 가능한 모든 것들을 직접 만들었던 시간들.
그 허접한 놀잇감을 가지고 잘 놀던 나의 아들.
일거수일투족이 눈물이었고 기쁨이었고 절망이었고
희망이었던 순간들~~!!!
아들이 성장해 작지만 하나 둘 발전을 보인다.
어제 아침이었다. 늘 일찍 일어나 먼저 씻고 엄마 아빠가 일어나길 기다리는 아들.
"엄마, 안녕히 주무셨어요? 불을 켜요..."
라고 인사하는 아들이다.
불을 켜고 싶다는 말을 상황으로 설명하는 아들.
그런 아들이 어제는
"엄마, 불을 켜도 될까요?"
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우와, 감동이다~~!!!
아들에게 엄지 척을 해주고 계절학교에 가서 이 상황을
자랑하며 행복해하는 내가 현실이다.
이렇게 아들의 속도에 맞춰 소통하며 살고 싶다.
해바라기가 피었다. 키 작은 해바라기가 피었다.
아들은 키가 컸고 해바라기는 인간의 눈높이에 평안하도록
키가 작아졌다. 그들을 담으려면 까치발을 하거나 디디고 올라갈 필요가 없어졌다. 오히려 쪼그려 앉아야 한다.
여전히 장애는 분리. 배제. 거부. 제한의 이유가 되고,
가족들은 돌봄과 함께하기 위한 모든 것들의 책임을 짊어지고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취약한 환경으로 인해 죽음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슬프다,..
아들은 우연의 일치로 11월 17일생이다.
11월 17일의 탄생화는 머위~~!!! 꽃말은 공평이란다.
우영우가 드라마에서 자폐 진단을 받은 날이다.
공평의 정의는?
다른 사람들, 다른 환경 속에서 더불어 사는 우리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각자의 상황과 입장을 고려하여
소통하며 불편함을 해소해나가며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들의 해바라기가 활짝 피었다.
이 땅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되어 해바라기처럼 환한 세상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