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를 만나다..

정읍 구절초 축제

by 최명진


10월이다.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가을이 눈으로, 코끝으로,

가슴으로 훅~~ 밀려든다.

게으름만 떨칠 수 있다면 가을을 만날 확률이 더 커진다.

물론 다양한 환경적 상황으로 이조차도 요원한 분들도

계심을 안다.

때론 그러한 이유로 더욱 사진을 담는데 열정을 쏟기도 한다.

나누고파 올린 사진을 보며 잠시 쉼을 가졌다는 말씀을 들을 때 그래도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든다.

10월 하면 떠오르는 꽃 중의 하나가 구절초이다.

어렸을 땐 나의 수족냉증의 치료제로 인연을 맺었던 구절초.

그땐 꽃을 잘 몰랐다.

그냥 '들국화' 란 이름으로 통칭하여 불렀었다.

어느 순간,

아들의 장애를 직면하면서 '이름을 부른다는 것'에 대해

또 다른 인식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너무도 쉽게 유형별 분류를 하면서 가장 소중한

개개인의 존재 의미를 쉽게 여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아직도 아는 것이 너무도 부족해 겸손을 배웠고,

감사를 배우고 있다.

검색을 하면서 누군가의 정보와 글을 통해 새롭게 인식하고

배우면서 많은 되돌아봄의 시간을 갖는다.


정읍 옥정호의 구절초를 또 그렇게 만났다.

가까운 곳 이외에 같은 꽃이라도 새롭게 만나고픈 욕구.

옥정호의 구절초는 유난히 파리할 정도로 희고 어여뻤다.

소나무 아래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그 무리를 보는데

울컥 눈물이 났었다.

맑은 하늘 아래 쭉쭉 뻗어 올린 소나무 아래로,

희고 고운 구절초가 초록의 잎과 어우러진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그 첫 만남 덕분에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상사병처럼 옥정호 구절초를 그리게 되었다.

정읍 구절초축제를 만나러 가다가 눈에 들어온 코스모스의 하늘거림...

멈춰~~를 외치고 만난 '장금이가 놀던 꽃밭'~~!!!

누군가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코스모스 들판에 매료되었다.

유난히 높은 기온(31도)으로 지칠 즈음에 만난 풍경이었다.

사람들을 고려한(?) 키높이 코스모스가 우릴 맞아주었다.

예전 코스모스와 해바라기는 키를 훌쩍 뛰어넘어 컷에 담으려고 하면 쉽게 담기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제는 쪼그려 앉아야 할 정도로 꽃들이 인간 중심으로 맞춰진 느낌이다.

놀라운 발전에 때론 아쉬움이 묻어나는 건 왜일까?

그럼에도 갓 피기 시작한 억새의 춤사위는 또 다른 설렘.

난 어쩔 수 없는 감성쟁이인가 보다.

억새와 갈대를 혼동하던 때가 있었다.

신경림의 시 [갈대]를 수도 없이 읊조리면서도 억새를 늘

연상했던 건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 것이다.

시화에도 갈대가 아닌 억새를 그려놓았기에 정보수집에 게으른 나는 억새를 갈대로 한동안 오인하고 있었다.

신성리 갈대밭에서 갈대들이 쉬익쉬익~ 부대끼며 어우러져 추는 군무를 보면서 따악~~~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장금이네 꽃밭에서 만난 억새는 참으로 싱그러웠다.

아직 비움을 말할 수 없는 싱그런 청춘의 억새였기 때문에.

고 사이 빼꼼 얼굴을 내민 유홍초~~ 너무 귀여웠다.


꽃이 아직 만개하지 않았다.

한 주를 더 기다리면 그들 축제의 절정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쉽다. 다시 가기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이만큼의 풍경을 본 것으로 만족한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 때마다 코끝으로 스미는 구절초 향기가

나를 너무 행복하게 한다.

정갈하게 정돈된 소나무와 산 전체를 아우르는 구절초~!!

초입에 지금의 축제장이 이뤄지기까지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손길이다.


몇 곳에서는 라이브 공연이 있었다. 민요도 좋고 어쿠스틱 기타와 어우러진 노래도 좋았다.

특히 나를 울컥하게 한 공연은 바로 '이소윤 어린이 돕기

모금 공연'이었다.

노래를 하시는 분의 목소리 자체가 곱고 평안했다.

그녀의 목소리에 매료되어 주변에 머물며 들을 즈음,

내 귀에 스미는 노래 한 곡,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었다.

그 노래 덕분에 시월은 그냥 시월이 아니라 잊혀진 계절의

시월이 되었고, 지금껏 내 감성을 지배하는 노래가 되었다.

정자로 스미는 바람을 맞으며 듣는 노래가 감미로웠다.

구절초를 만나러 가야겠다 생각이 스미는 순간 소풍 준비를

했다. 바로 김밥 싸기~~

아들이 너무 좋아하기도 하지만 나 역시도 언제 먹어도 좋은

음식 중의 하나가 김밥이다.

아들이 사랑하는 시금치 김밥을 싸서 가는 그 시간이 좋았다.

돌아오는 길엔 김제 모악산 금산사에 들렸다.

저녁 예불을 위한 타종소리를 들으며 아들과 백팔배~~

유종의 미를 거두기에 최고의 모습이다.

백팔배를 마치고 나오니 촛불이 법당을 환하게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빗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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