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을 겪고 있는 아들을 보며..

-너만큼 나도 아프구나~~!!!

by 최명진



뭐든지 단계를 건너려면 그에 맞는 성장통이 있어야 하리라.
누구나 건너는 단계이지만 유난히 나와 관계된 사람들의 성장통은 더
어려워 보이고 더 힘들게 지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아마도 내게까지
영향력이 미치기 때문이리라.
고비를 넘어서야만 다음 단계가 옴을 알면서도 막상 그 고비와 맞서려면
왜 그리도 숨이 턱턱 차고, 암담하기만 한지...
절대 아이에게 그 모습을 보이지 말자 하면서도 돌아서면 숨어나오는
한숨이 나를 힘겹게 한다.



방학을 너무 잘 보낸 탓인지(?) 아들이 달라졌다.
긍정적인 부분으로 보면 언어가 나름 발전해서 표현이 좀 더 늘었다는 것,
급하면 아는 사람에게 요구도 할 줄 안다는 것,
3학년에 올라와서는 시간표 정리, 일기 쓰기, 씻기, 과일 잘라 먹기 등
개인적인 일들을 무척이나 잘 한다는 것....
그에 반한 아들의 어려운 점은...?
고집이 무척 세어졌다는 것~!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고집이 하늘을 찌른다.



지난번 한밤중의 007 작전은 그 한 단편이다.
뭔가를 요구하면 들어줄 때까지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는 것이다.
자기의 요구를 한다는 것은 엄청난 발전임은 틀림이 없다.
그런데 그 요구가 때에 맞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갑자기 서점에 가겠다던지, 부모회 사무실에 가겠다던지, 놀이공원에
가겠다던지, 도서관에 가겠다던지 하면 선생님으로서나 나는 난감하다.


가능한 것에 대해선 후의 약속을 정하고 그 시간을 상기시켜주면 되지만
어디 일이란 것이 하고픈 것을 다 하고 살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만 목표를 두고 끝까지 고집을 부리면...
이 모두가 지나가야 하는 과정임을 알고 있지만 그 과정의 터널 속에선
아들과 그 주변에 관계된 사람들의 동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학교의 수업보다는 컴퓨터가 좋고, 그림이 좋고, 교과서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책이 더 좋은 것을...
그것은 장애를 떠나서 다른 친구들도 다 마찬가지이거늘...



언어 소통이 안되던 때를 떠올린다.
아예 말이 나오지 않을 때,
말은 나오되 모방언어만 할 때,
모방언어에서 자발어(自發語)가 나올 때,
자발어 단어에서 짧은 구를 만들 때,
짧은 구에서 짧은 문장을 만들 때,
짧은 문장을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사용하게 될 때까지의 일련의 과정들~!

피눈물을 흘리며 그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자신이 하고픈 것을 처음으로 뱉어낼 때의 기쁨은 당하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르리라.
다른 아이들은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하기에...
이 많은 과정을 거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언어가 조금씩 나오면서 아들은 그동안 표현이 되지 않아서
취할 수 없었던 것들을 한꺼번에 쏟고 있는 것 같다.
하고픈 모든 것들을 최대한 말로 표현하고 그것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고 한다.
그런데 엄마 입장에선 처음엔 기특하지만 이젠 엄마로서도 다음 단계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아무리 고집을 부려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
이젠 기다림과 함께 포기라는 것을 가르쳐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어제 아들은 그 과정을 엄청난 거부감과 성냄으로 겪어야 했다.
학교에서부터 서점에 간다는 고집을 내내 부리며 다른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서점을 다녀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자신이 원하는 책을 사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반복을 할 수는 없는 일~!



치료실 선생님과 나는 무언의 사인을 주고받았다.
선생님께 손목이 잡힌 아들은 고집을 부리다 부리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자신이 해야 할 일만을 하고 집에 돌아가겠다고 약속을 하고 해방이 되었다.
해방되자마자 아들의 입에서 다시 나온 말,
"서점에 갈 거예요...."
아들은 그렇게 힘겨운 싸움을 다시 시작했고 우리도 대응을 했다.
한 시간여의 시간이 흘렀고, 아들은 지친 모습으로 치료실을 걸어 나왔다.
"엄마,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
".....!!!"



수영장에 가면서도 몇 번 반복을 했지만 안 되는 이유를 반복하면서 나도
아들의 말에 대한 내 의견을 반복했다.
아들이 조금 풀이 죽었다.
그 아들을 보며 주변의 사람들이 안타까워한다.
"언니, 애가 저러면 눈 물나지 않아? 내가 속상해 죽겠다...."
"눈물은 맘 속에서 흘러.... 끊임없이... 하지만 아이 앞에선 아니야. 아이도
자신의 요구를 누군가 들어주는 것처럼, 자신도 다른 사람의 요구도

받아들여야 하고, 거절당할 수도 있음을 배워야 하니까."



나도 모르게 나를 보고 놀랜다. 내가 이겨내지 못하면 아들도 이겨내지
못하리라. 참고 견뎌야지.... 다음 단계가 보이는데...
대신 잊지 말자~!
아들과 내가 함께 행복해지는 부분을 택하는 것~!
내 욕심으로 아들의 행복을 빼앗을 권리가 내게 주어진 것은 아니니까....
중용이 필요하고 기다림이 필요하다. 주변의 이해도 필요하다.....
아들~!
잘 견뎌내길 바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는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 살아가는 방법임을.... 너는 알아야 한단다....
우린 지금 계단의 중간에 서 있어... 함께 잘 올라가 보자....!!!


2008.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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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좋아했던 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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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너무 좋아했던 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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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갔던 해남, 보길도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