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 하늘을 치고 오르는 아파트들을 보니
문득 저렇게 하늘과 아파트가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본다... 이렇게 하늘이 낮게 내린 날은 내 마음도 무겁다.
하늘이 나를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 느낌은 비단 나만이 느끼는
것은 아니리라. 울 아들도 이런 날은 기분이 별로인 것 같다. 어제
일기에 '내일의 할 일'란에 '학교에 가기'라고 기분 좋게 써놓고도 오늘
아들은 내 말 한마디에 짜증을 내며 그렇게 교실로 들어갔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나는 정말 오랫동안 읽었던, 아니 끼고 다녔던
책을 펼쳤다. 마사 베크의 [아담을 기다리며]~! 가슴이 뭉클하다.
책이 지루한 것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도 몇 페이지만 읽으면 숨이
막혀 그냥 덮곤 했었던 책~! 전도유망한 하버드 대학원생인 마사가
자신의 소중한 뱃속의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란 것을 알면서도 출산을
결정하면서 겪는 엄마로서의 마음을 써 내려간 글이다. 과연 나라면
어땠을까 싶었다.... 과연, 나라면...
그녀의 400여 페이지가 넘는 글을 보면서 무엇보다도 내 가슴을 후려
쳤던 부분이 바로 위의 제목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세상이 거부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그것은 우리를
너무나 상처받기 쉽게 만든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평생 겪을
무시, 편견, 고통으로 우리는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내가 늘 가슴에 담고 있었던 말을 그녀는 이렇게 서술하고 있었다.
또 갑자기 숨이 막혀온다. 아이가 10살이 되도록 키웠는데도 여전히...
그 소중한 아이를 보며 감사를 배웠던 내가 아닌가? 그 소중한 녀석을
보면서 삶의 방향을 수정했던 내가 아니던가? 그런데도...
내가 이 책을 만나게 된 계기는 [장애인식 개선 교육]을 받으며 만난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분을 만나면서였다. 자신이 장애이기에 가장
마음이 아플 거라 생각을 했는데, 자신이 엄마의 입장이 되고 보니 새삼
자신을 눈물로 키웠을 엄마를 떠올리며 많이도 울었다고... 그러면서
권했던 책이 바로 [아담을 기다리며]란 이 책이었다.
너무도 약해 보이고 순해 보이는 그녀~! 사슴 같은 눈망울을 지금도 나는
잊지 못한다. 그녀가 힘을 주면서 한 그 이야기들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녀의 성장고백과도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얼마나 울었던지...
어느 정도 단련이 되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허상이었나 보다...
마사가 아담이란 아이를 기다리며 겪었던 일련의 신비한 경험들~!
아담을 만날 수밖에 없게 하였던 그 신비한 경험들을 보면서 나는 울
아들을 돌아봤다. 내게도 그런 경험이 있었던가를... 그러면서 문득~!
나는 기억을 했다. 입덧이 너무도 심해서 먹기조차를 거부했던 때,
큰아들은 눈물샘이 뚫리지 않아 늘 눈물이 고여 있었다. 병원에선 좀 더
기다려봤다가 안되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전에 내가 할
일을 물으니 수시로 아이의 눈물샘 주변을 자극해주는 것이라 했다.
입덧을 하면서도 난 큰아들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이젠 아닌가 싶어서
병원에 가려던 날 아침, 신기하게도 울 아들의 눈은 눈물이 말라 있었다.
입덧으로 인해 늦추어졌던 아들의 병원행은 그렇게 일단락이 되었다.
아들은 선천성 대사이상 검사 등의 어떤 검사에서도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대부분이 그러리라. 다운증후군 같은 염색체 이상이 아니면...
그렇게 예쁘게 태어난 아이가 갈수록 달라 보일 때...
"... 우리가 아기의 다운증후군에 대해 알게 된 뒤로 아무도 '축하해요,
엄마'라고 하지 않았다. 아기는, 포장하기 전에 이미 부서지고 좋지
않은 것인 줄을 모두 알고 있는 선물처럼, 말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선택했던 그녀의 결정에
마음이 아려왔다.
"나는 내가 받은 그 모든 교육과 훈련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사는 것에
대해 내가 아는 거의 모든 것은 학교에서가 아니라 단 한 사람 내
아들에게서 배웠다는 것을 기억한다... 아담이 내게 공짜로 가르쳐준
것을 내게서 배워가면서 사람들은 돈을 지불한다..."
자신 있는 태도가 생존에 필수적인 하버드에서 주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담이란 아이를 낳았고 열심히 키우는 마사 베크~!
어떤 식으로 포장을 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은 많이 있음을
시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내 아들. 아들을
통해서 새롭게 사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최고만을 내세우는 세상에
최고가 아니어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아들을 통해서 배웠기 때문이다.
이 책을 뒤적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시골에 계신 친정엄마다.
밖에서 일을 하고 들어와 텔레비전을 봤는데 아들과 같은 아이
이야기가 나와서 눈물을 쏟으며 봤다고... 울 아들이 떠올랐다고...
난 담담하게 엄마께 말씀드렸다.
"엄마, 난 드러내 놓은 아픔을 안고 있는 사람일 뿐이에요. 그런데
드러내 놓지 못한 아픔을 안고 어려워하는 사람도 주변에 많음을
알고 있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난 아들을 통해서 사는 법을 새롭게
배웠으니까... 그리고 이 삶을 난 열심히 살아갈 거예요. 다른 누구의
삶이 아닌 바로 내 삶이니까... 제 걱정하지 마시고 엄마 건강부터
잘 챙기시구요..."
시기 적절한 엄마의 전화에 이렇게 말을 해 놓고 나니 갑자기 가슴이
뻥 뚫린 느낌이다. 내일의 하늘은 오늘보다 한층 높고 푸르겠지?...
2008. 10. 27(아들이 초3일 때)
****** 이땐 참 책을 많이도 읽었다.
독서는 나의 에너지원임과 동시에 스트레스 해소 대상이었다.
긴급한 내 생활에 잠시의 지적충족의 시간은 나와 아들에게
또 다른 삶의 에너지를 주곤 했다....*****
서산의 간월도에서..... 아들의 사회성향상을 온몸과 마음으로 기원하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