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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아들과 엄마의 세상만나기
해바라기 엄마의 소망 바구니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던 자료들
by
최명진
Sep 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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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붙여두었던 글귀....(붓펜으로 정성들여 썼던 글)
아들의 갤러리를 정리하다 보니 해묵은 추억 하나가 떠올랐다.
아들일지 딸일지 알 수 없었던 시절....
그냥 어떤 녀석이든 건강하게 태어나길 바라면서 태중의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던 시절.
그리고 그 녀석들이 드디어 세상과 대면하고 난 후,
난 그 녀석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었다.
끄적이고 낙서를 좋아했던 나는 그 취미를 살려 다양한 활동을 했었다.
낯선 곳에서의 신혼생활~~
뱃속의 아이에게 집중하기 좋은 조건이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책을 읽었고, 그림을 그렸고, 글을 썼었다.
자,모음의 나라~~!!!
나의 아버지는 참 무뚝뚝한 분이셨다.
전형적인 가부장적 집안의 맏이 느낌이 팍팍 드는 분이셨다.
그러나 그런 아버지의 무뚝뚝함 이면에는 누구보다 자식 사랑이 깊었던 분이기도 했다
.
가난한 집안이었지만 아버지는 부족한 상황에서 가능한 일들은
충분히 우리에게 해주시던 분이셨다.
아버지께 칭찬 한 마디 듣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웠지만
묵묵히 우리를 응원해주시곤 하셨다.
새 학기가 되면 아버지는 잘 모아두었던 달력들의 뒷면을 이용해
당신의 손으로 꼼꼼하게 교과서를 싸주셨다.
그리고 먹을 갈아 정성껏 교과목과 이름을 써주셨다.
난 그런 아버지가 정말 좋았다.
숫자나라~~!!
그런 아버지의 피가 흐른 것이었을까?
아님 그냥 내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을까?
난 아이를 뱃속에 두고 그림을 모으기 시작했다.
사고픈 책을 흔쾌히 사기엔 어려움이 있었던 가난한 신혼생활....
마트에 갔다가, 누군가 내어놓은 책의 표지를, 전단지 광고를...
눈에 밟히는 대로 내 아이의 그림을 그리는데 소재가 되는 것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았다.
그림을 전공하지 않은 내겐 모델이 되어줄 그림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그림들은 유쾌하고 밝고 행복한 것들이었으면 했다.
아이에게 주는 선물이니 그런 엄마의 마음을 담고 싶었다.
요리조리 숫자~~!!!
꼬몰꼬몰 거리는 아들이 잠이 들면 나는 바빠졌다.
아들에게 주고 싶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문구점에 가서 켄트지, 도화지, 투명 테이프, 박스테이프, 매직 등을 구입했었다.
가장 고가의 물품은 색연필~~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만원 대가 넘는 색연필을 구입했다.
그리고 수집한 그림들을 통해서 도화지에 밑그림을 그리고, 라인을 그리고,
채색을 했다.
그 순간이 어찌나 즐겁던지...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밤낮으로 그림을 그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나하나의 그림이 완성될 때도 기분이 좋았지만
그 그림들을 투명테이프를 붙여 책의 형태를 만들고
표지에 제목을 붙일 땐 마치 출판을 앞둔 작가처럼 콩닥이기도 했다.
첫째 아들 돌 선물로 그렸던 동물 그림책~~!!!
그림을 그리다 보니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은 아이디어가 자꾸 떠올랐다.
간단하게 [자, 모음 나라]를 그렸던 나는 다음으로 [숫자 나라]를 완성했고
첫째 아들의 첫돌 선물로 동물그림책을 선물하고자 자료를 모으고 작업에 돌입했다.
그림을 전공한 것도 아닌 내게 전문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전달할 매개체가 필요했을 뿐이다.
정말 그 시간은 즐거웠다.
손끝에서 하나 둘 완성되는 그림들을 보면 아쉬움도 컸지만 내 한계를 인정하고 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그저 따뜻한 것들이었다.
입체적인 것은 없을까?
궁리를 하면서 만든 것이 카드 형태의 그림들이었다.
장난감처럼 가까이 두고 놀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난 그린 모든 그림에 투명테이프를
정성껏 붙였다. 침으로 떡을 칠해도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나의 시도가 신기하고 신선했는지 주변의 엄마들로부터 요청이 왔다.
자신의 아이 것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박하지만
정이 듬뿍 담긴 책을 만들어 선물을 했다.
참으로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그땐 내 아이의 장애를 전혀 생각지 못할 때였다.
아들 덕분에 뒤적인 내 작품들 중엔 상당 부분이 훼손되거나 분실이 되었음을
새삼 확인했다.
위에 보이는 그림들은 어느 순간에 사라졌다.
자신의 아이에게 보여주겠다며 만든 책을 빌려가 끝내 돌려받지 못한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책들도 몇 권이 있다.
소. 대근육이 뭔지, 협응이 뭔지는 몰랐지만 주변 엄마들이 가지고 있는 책과
아이들의 놀잇감을 통해 나는 그들을 통한 내 아이만의 놀잇감을 만들곤 했다.
돈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보다 더 큰 것은 아이에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것을 선물하고픈 마음이었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아이들의 장난감을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된다고 생각하자
무엇 하나 허투루 지나치는 것이 없었다.
마트의 박스가 그랬고, 부서진 가구가 그랬다.
그중 가능한 것을 선택하면 내 아이의 장난감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러한 내 열정을 멀고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되었다.
아들들은 고등학생이 되었고, 그 사이 한 녀석은 장애를 가지고 살게 되었다.
어느 누구보다 엄마의 장난감을 잘 가지고 놀던 녀석이었는데....
그래도 생각한다.
그 덕분에 녀석은 그림이라는 취미를 갖게 된 것은 아닐까?
가을 햇살이 창으로 스미는 아침,
두 아들들의 있는 그대로의 행복과 사랑을 기원해본다.
사랑한다, 나의 아들아~~!!!
2015. 9. 9
이불의 그림을 보고 그린 그림.... 코팅을 해서 냉장고에 붙여두었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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