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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진 Nov 20. 2023

채움과 비움 사이~~

여백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



가을을 결실의 계절이라 말하지만

가만 보면 완충의 시간이 아닐까 싶다.

짧아져 반겨 맞아 즐기기도 전에

훌쩍 떠나버리지만

그 존재의 의미는 더욱 또렷하다.

꽉 채움 이후의 존재를 돌아보게 하는 이즈음이다.



비어진 곳에 알곡이 채워지고

무르던 것들이 충실함을 향해 나아간 뒤

종국에는 다시 비어짐으로 이어지는...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가장 충실한 채움을 이룬 뒤

바로 채움을 위해 비어진 장소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냉랭한 바람이 찾아든다.


금요일과 토요일

장애인가족지원센터의 캠페인을 진행하며

스치듯 지나는 사람들과의 짧은 만남을 통해

남겨진 흔적들을 바라보노라니

더 많이 움직이고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살고 있지만 존재가 보이지 않았다면,

낯섦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면

우리의 관계가 소홀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양손에 물건을 들고서도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는

사람들을 보며  동행의 행보를 멈추지 않으리라

다짐을 해본다.



휴일,

아들과 상소동산림욕장과 만인산휴양림을 산책했다.

바닥은 쌓인 낙엽들이 자연회귀를 준비하고 있었고

성글어진 나무는 온전히 자신의 시간을 맞고 있었다.

아들은 내내 나보다 앞서 걸었고

그런 아들을 사진을 찍으며 좇다 보니

나 이외의 사람들과 어떻게 산책을 하는지

루틴이 그대로 보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는 법은

나와 같아 지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여유롭게 지켜보기 하며

그의 공간에 내가 스미는 것이 아닐까.



가벼워진 가을 풍경과 대비되는 내 몸을 돌아보며

여백의 미를 떠올렸다.

충만함이  일상이라면 변화의 바람은 일지 않겠지.

비어진 나무에 새싹이 나고 무성해진 뒤

다시 맞는 비움의 시간이 영상처럼 스친다.

잡다한 잡상을 버리고 남은 여백의 공간에

더불어 함께 살기 위한 소중한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

오늘도 그렇게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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