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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진 Sep 18. 2015

[렉스]를 만난 뒤....

-장애아의 현실은 여전하다...





아들의 영어학교 수업이 끝나고 벚꽃이 한창인 대학 캠퍼스로 들어갔다.
비록 하늘이 잿빛이어도 꽃의 화려한 축제는 숨길 수 없음이니, 나 역시도
그 잔치에 끼어서 꽃들이 주는 웃음을 나누고 싶었다.
많은 젊음들 사이에 아들과 나란히 걸으며 사진을 한 컷 한 컷 담았다.
지나는 학생들이 우릴 바라본다. 이 캠퍼스의 주인이 아니어서일 것이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엄마와 아이의 소리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들 어떠리.... 난 아들에게 주문을 하고, 아들은 어색하지만 내 주문에
아주 잠시 그렇게 주의를 준다.


괜찮은 시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남들이 보는 것을 제대로 볼 수 없으며,
눈 마주침 조차도 어려운 아들과의 봄꽃축제 나들이~~
남들을 의식했다면 하지 못했으리라.... 비록 어색하게 한껏 과장된 스마일과
양 손의 'V'자로 나름의 예의를 차리지만 난 늘 그 고착된 표정이 싫어서
몇 번의 주문을 다시 하곤 한다. 그렇게 해서 몇 컷의 사진을 찍었다.

해마다 3월이면 겪는 스트레스와 새학기 증후군에 시달리는 장애아동 엄마들,
그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내가 꽃 축제를 빌미로 아들의 다양한 표정을 담고자
발버둥을 치고 있다. 이렇게 화사한 꽃 축제장에서 어떤 표정을 지으면
정말 제대로 된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그것은 늘 나의 숙제이자 일상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그나마 알고 있는 작은 정보를 함께 나누며 나의
3월은 시작된다. 올해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음을...
쉴 새 없이 걸려오는 전화들은 새로운 담임선생님과 도움반 선생님, 친구들
사이에서 겪는 어려움, 행사 참여에 대한 차별 아닌 차별로 상처 난 엄마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나 역시도 같은 장애아동을 키우는 엄마이지만, 그나마
조금 더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고 해결책을 같이 모색
하며 그들의 아픔에 진저리를 치며 3월을 보냈고 4월을 맞았다.


그러나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만들어지고 시행되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를 꿈꾸었던 부모들에겐 세상은 너무도 견고했다. 법이 제대로
없을 땐 법이 없어서, 법이 생기고 나서는 법이 너무 앞서서(?) 겪는 어려움~

그런 산재한 서로의 아픔을 서로 나누고  함께하면서 만났던 사람이 바로
[렉스]였다.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렉스]~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다.



그리고 마치 내 일인양 가슴을 치다가 한숨을 내쉬기도 하면서 나는 그와의
만남을 이어갔다. 렉스는 선천적 시각장애에다가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중복 장애인이면서 피아노에 관한 한 천재에 가까운 서번트 장애인이다.
렉스의 이야기가 내 가슴을 친 이유는 자폐라는 공통점과 더불어 울 아들과
거의 동시대를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대부분의 책 주인공들은 내가 책으로 만나는 많은 
시간들을 지난 사람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현실 사회가 주는 어려움을 공감
하는 데에는 약간의 거리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렉스는 달랐다.
내 아이와 두어 살 정도의 차이가 있는 아이이고, 그 아이의 교육을 위해
열심히 나름의 투쟁을 했던 엄마가 있었다.... 투쟁이라 하여 전투적이거나
극단적인 것이 아님을.... 법으로 정해진 것조차도 학교 현실에서 지켜지지
않는 많은 불편과 편견에 대한  진정한 몸짓이었을 뿐이다.



한 번 들은 음악을 똑같이 연주할 수 있는 아이, 그러나 그 이외의 것에
대해선 여전히 자폐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아이... 점자를 배우고자 해도
손끝의 민감성 때문에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가 바로 렉스였다.
그러나 그 렉스에겐 엄마가 있었다... 누구보다도 아들을 지지하는 엄마~~
어쩜 렉스의 엄마 캐슬린은 '충분히 좋은 엄마'가 아닌가 싶다. 나는 꿈만
꾸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엄마상~~ 
근 400여 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만나며 내 가슴을 뛰게 하고 흥분하게 했던
부분은 렉스의 성공적인 공연에 있지 않았다. 그의 엄마가 그 공연이 있기
전까지 바쳤던 노력과 사랑과 도전에 있었다. 



1975년에 이미 장애인 교육법이 마련되어 '자유롭고 적절한 '교육을 가능한
'최소의 제한적 환경'에서 제공되어야 한다고 한 법이 규정되어 있음에도
느끼는 엄마의 어려움~~ 대양 건너의 그녀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상황을 부러워하는 장애아동의 엄마로서 그 문제는 충분히 나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기에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장애아의 부모를 교육 주체의 중요한 축으로 규정한 법이 있었음에도 렉스의
엄마가 느꼈던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녀의 말처럼 '장애아 교육의
성공을 좌우하는 관건은 교사와 부모의 상호 협력'이었는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가 렉스의 교육을 위해 내건 으뜸의 카드인
'개별화 교육계획'을 통해 캐슬린은 교육주체로서의 부모의 역할을 하기에
이른다. 그 과정이 지금의 우리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기에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그녀가 '개별화 교육계획'을 제안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렉스가
없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만큼 장애아동의 장애 특성에 맞는 개별화 교육
계획은 중요한 것이고 통합을 위한 기초가 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캐슬린은 렉스에게 전혀 맞지 않는 교육에 대해서 이렇게 외친다.
".. 이런 게 법률이 렉스가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 '적절한 교육'입니까"
"여러분들은 렉스의 시간을 그저 낭비하고만 있는 게 아닙니다. 교육을
한다며 오히려 렉스를 죽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엄마의 절규였다.

렉스가 가지고 있는 천재적인 능력은 그 이전까진 단순히 아이의 스트레스
해소용에 불과했으므로... 엄마가 생각한 다른 아이들과의 소통의 매개체가
절대 되지 못했기에...( 이전까지 렉스는 피아노를 치고 싶을 때 헤드폰을
끼고 연주를 해서 자신의 연주를 자신만이 듣고 있었던 것이다.)

'법이 존재하려면 우선 그 법을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들이 움직여주어야만 
한다.' 그녀의 이 말은 내가 당면한 현실이자 어려움이다. 



렉스가 출연했다던 <60분>이란 방송을 이 책을 다 읽은 뒤 인터넷을 통해
보게 되었다. 언어 소통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방송을 통해 나는 실제의
렉스를 만날 수 있었다. 피아노 천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멋진 재능을 가진
렉스지만 피아노 건반을 떠난 렉스는 울 아들과 다름없는 자폐성 장애인이었다.

계속해서 허공에서 손을 털어대고 있는 렉스~~ 그리고 자연스럽지 않은
그 표정~~ 내 아들의 표정과 그 어색함이 닮아있었다...
캐슬린은 음악으로서 아들과 소통을 했고, 나는 그림으로서 아들과 소통의
문을 열었다. 내 아이는 렉스와 같은 서번트도 아닌 평범한 자폐아동일
뿐이다.
 물론 내 아이보다 더 정도가 심한 부모에겐 내 아들의 지금이
서번트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어제도 그제도 나는 몇 통의 전화를 받았다. 
4월이 되면 대부분의 학교에선 체험학습, 수련회, 수학여행을 가게 된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우리 아이들은 선택의 귀로에 선다.
갈 것인가, 말 것인가? 당연히 가야 하는 학교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러저러한 현실적 여건을 말씀하시는 선생님들 앞에서 쪼그라든 초라한
모습으로 눈치를 보게 되는 현실~~ 다른 아이들은 당연히 가는 그 활동들을
우리는 '가실 거예요?"라는 질문으로 받는 현실이 아직도 많다....

캐슬린처럼 법이 정한 '개별화 교육계획'을 제대로 알아 요구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조원이 없어 참여를 못하는 현실이 된다. 그 보조원을
요구할 경우에 받는 어려운 시선들이 두려워 포기를 하는 엄마들~!



그들이 이 사회에 있고,  그중에 내가 있다... 다행히 아들은 4월 말에 있을
수련회에 당연히 참석을 한다. 그나마 여건이 좋은 상황이라고 해야 하나?
그럼에도 살얼음판을 걷는 엄마의 마음~~
[렉스]를 통해 내 아이를 돌아보고, 나를 돌아보고, 지금의 특수교육 현실을 돌아본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꺼지는 듯한 한숨으로 전화를 끊은한

한 엄마의 한숨이 아직도 귓전에 쟁쟁하다....



2010. 4.13(초등5학년 때)




당시 아들이 그렸던 생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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