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TIEGG 안티에그 Mar 05. 2024

만지지 마세요
접촉 금기 깨는 미술

폴리머 패브릭에 담긴 클로브 가루가
전시장 안을 자유롭게 부유할 때

#그레이

문화예술을 둘러싼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탐구합니다.



Edited by 유진


전후 서구 미술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미술평론가 클레멘트 그린버그가 미술의 순수한 시각성을 강조했던 것처럼 현대미술은 지극히 시각적인 것으로, 따라서 멀리서 감상하는 대상으로 오랫동안 간주되어왔다. 여전히 대부분의 미술전시가 이루어지는 화이트큐브라는 공간 자체를 먼저 살펴보자. 새하얗고 깨끗한 벽에 작품이 하나씩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걸려 있고, 관람자는 그 작품에 일정한 거리 이상으로 다가갈 수 없다. 어린아이가 혹은 전시에 너무 집중한 사람이 실수로 그 선을 넘어갈라치면 금세 보안 요원의 제제가 정중하게 들려온다.


“죄송하지만 선 밖으로 나와 주세요.”


미술작품은 성스러운 것이 대부분 사라져버린 이 시대에 몇 안 되게 남아있는 일종의 토템이다. 모든 과거의 토템이 그랬듯 미술작품에도 접촉의 금기가 강력하게 작동한다. 화이트큐브라는 최후의 성전에 남아있는 그 토템을 우리는 감상하고 숭배할 수는 있어도 만져서는 안 된다. 역으로도 마찬가지다. 미술작품 역시 우리와 닿아서는 안 된다. 미술작품은 어떻게든 관람자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철저하게 격리되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접촉은 관람자를 도덕적으로 불결한 존재로 만들 뿐 아니라, 동시에 미술품 자체의 원본적 가치와 아우라 역시 훼손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관람자와 작품의 통제되지 않는 접촉은 미술품을 소유한 자의 손해로 이어진다. 소유자의 자산 중 하나로 관리되는 미술품은 자신의 교환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격리되어 누구와도 닿을 수 없는 신세다. ‘만지지 마세요’라는 단호한 팻말이, 혹은 작품 앞에 그어진 한줄기 선이 우리와 작품 사이를 엄격하게 갈라놓는다. 토템을 만지는 순간, 관람자는 미술 감상에 동반되는 접촉금기를 위반한 야만인이 되어버리고, 토템은 이미 더럽혀진 것이 되어버린다.



이 아티클의 본문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링크를 클릭하면 바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아티클은 어때요?

더 많은 아티클은 ANTIEGG 사이트에서 확인하세요.



하루에 한 번 신선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곳

문화예술 커뮤니티 플랫폼 ANTIEGG가 궁금하다면?


작가의 이전글 이토록 선명한 추락의 해부 OS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