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함이 전략이다
목수로 취업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일자리 공고가 올라오면 나이, 연락처, 경력 따위를 문자로 보내고 마음에 드는 사람을 데려다 쓰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목공 카페, 당근 알바 같은 다양한 사이트에서 목공업 관련 구인·구직이 이루어집니다. 다만 수요와 공급이 다른 만큼 일자리를 구하는 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저처럼 나이가 많고 경력이 전혀 없다면 더 어렵겠지요.
뉴질랜드에 살 때 저는 꽤나 적극적으로 살았습니다. 학교에서 시행하는 모든 프로그램에 전부 참여했습니다. 학교 취업 프로그램에 참가했을 때, 제 교육 담당자가 다른 대학교 한인 홍보관인 Andrew를 연결시켜줬습니다. 그 덕분에 뉴질랜드를 떠날 때까지 Andrew에게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고 좋은 인연으로 남게 됐습니다. 그리고 뉴질랜드 한인 사이트에서 알바 공고를 보고 일을 하러 갔다가 우연히 한국학교 관련자를 만나서 한국학교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아내가 실습을 하는 어린이집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매니저의 눈에 들어 어린이집에서 대체교사로 일을 시작하게 됐고요. 뉴질랜드에서 배웠던 건, 제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만큼 많은 기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없는 정보와 기회는 사람들과의 진짜 만남을 통해서만 가능했습니다. 약간의 시간과 노력만으로도 예상치 못한 멋진 결과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제주도에 내려가면 뉴질랜드에서 했던 것처럼 무작정 찾아다니며 제 이력서를 뿌릴 작정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움직이고 뭐라도 해야 일이 생깁니다. 이것이 지금까지 제가 살면서 배운 꽤 괜찮은 생존 전략입니다. 다행히 예전보다 뻔뻔하고 거절에 익숙하기 때문에 뉴질랜드 때보다 훨씬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누는 이야기, 그렇게 쌓아가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이제는 재미있기도 합니다.
얼마 전 제주도에서 돌릴 이력서를 만들었습니다. 아내가 제 이력서를 보더니 "너무 구구절절하지 않냐, 조금 더 세련되게 하는 게 낫지 않냐? 오빠의 디자인 감각을 더 보여줘"라는 충고를 해줬습니다. 아내의 의견을 듣고 제 이력서를 조금 더 깔끔하고 단순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구구절절하다고 말했던 저의 다짐이나 의지, 열정을 빼진 않았습니다. 저는 그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목수는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처음 목수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도망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요즘 MZ 세대들의 특징이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목수를 새로 뽑는 고용주가 가장 필요한 사람은 끝까지 버티고 자기 일을 잘 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디자인 감각이나, 목공 기술 따위도 분명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근면, 성실함이 중요합니다. 늦은 나이에 목수 일을 시작하는 만큼 제가 끝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새로 쓰는 이력서에 제가 해왔던 이력은 전혀 쓸모가 없더군요. 제 이력서는 그저 제 열정과 의지가 담긴 알량한 자기소개서에 불과합니다. 진짜 제가 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하지만 진심은 통할 거라고 믿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눈을 마주치며 제 진심을 담아 이력서를 전달해 드린다면 분명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