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굿바이

좋은 이별

by 삽질

살던 집을 떠나기 전날, 아이와 가장 친했던 친구의 가족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아이가 이어준 인연이었지만 저희 부부와 가장 잘 통하고 저희를 항상 편안하게 해줬기에 마지막은 그분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집 근처에서 밥을 먹고 키즈카페에서 아이들이 노는 동안 저희는 밀렸던 수다를 시원하게 떨었습니다.


이야기를 한참 나누고도 헤어지기가 아쉬웠습니다. 저녁까지 같이 먹고 술도 한잔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아쉽지만 내일 이사를 위해 집 정리를 마저 해야 하니 헤어져야만 했습니다. 이별 선물로 싱잉볼도 받았습니다. 아내와 요가와 명상 이야기를 했던 걸 기억한 아이 친구 어머님께서 고심 끝에 고른 선물이었습니다. 아내는 너무나 좋아했고, 저희를 생각한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선물이란 건 상대방을 이토록 생각해야만 감동을 만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 포옹과 악수를 나누고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하고 헤어졌습니다.

이별이란 건 항상 극단적인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헤어지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지거나 아니면 너무 싫어서 도망치듯 헤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이별은 기꺼이 받아들 일 수 있는, 좋은 헤어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처럼 한 사람과의 헤어짐이 아름답고, 또 다른 만남이 설레는 것처럼 말입니다. 좋은 사람들을 뒤에 남겨두고 가슴 뛰는 곳을 향해 가는 건 무척이나 행복한 일입니다.


이사하는 당일 아이를 아침에 잠깐 어린이집에 맡겼습니다. 이사하는 동안 친구들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오전 두 시간 정도 아이를 맡긴 뒤 다시 데리러 갔을 때, 아이의 반 친구들이 전부 마중을 나왔습니다. 가장 친했던 아이 친구의 눈시울이 붉어져있더군요. 친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들놈은 제주도 간다고 싱글벙글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 친구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또 보자고 귓가에 속삭여줬습니다. 뒤이어 반 친구들이 한 명씩 다 저에게로 팔을 벌리고 오더군요. 한 명씩 꼭 안아주며 인사를 했습니다. 작은 아이들과도 좋은 작별 인사를 나눴습니다. 눈시울이 살짝 붉어진 아이의 담임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하고 떠났습니다. 수없이 많은 아이들의 졸업식을 봤지만 오늘은 참 특별한 졸업식을 치른 느낌입니다. 좋은 이별이었습니다.

모든 걸 잘 정리하고 완도로 먼 길을 떠났습니다. 제주도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서입니다. 아내는 좋은 추억이 많이 있던 집을 비우고 떠날 때 눈물이 날 줄 알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습니다. 좋은 이별이었기 때문에 아내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곳에서 살았던 4년 반 동안 정말 저희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를 낳았고, 아이가 잘 컸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저희 부부가 인간으로 부모로 많이 성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좋은 추억을 뒤로하고 기어코 떠나는 일은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용기가 있어야 좋은 이별을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이별에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모두 아름다운 장면으로 연결됩니다. 앞으로도 좋은 이별이 더 많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