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에서 배 타고 제주도로

운수 좋은 날

by 삽질


1. 동탄-완도


완도에서 자동차를 배에 싣고 제주도로 넘어왔습니다. 동탄에서 완도까지 4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 것 같습니다. 보통은 목포에서 배를 많이 타던데 배 타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완도까지 내려왔습니다. 완도에서 배타 면 2시간 40분 정도밖에 안 걸리거든요. 목포는 4시간이 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아침 배이기 때문에 전날 도착해서 근처 모텔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아침 배를 탔습니다.


IMG_0395.jpg?type=w966 완도의 밤


완도는 아주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마을 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번화한 곳이었습니다. 그래도 밤이 되니 적막해지더군요. 해가 일찍 져 7시쯤에 산책하는 데도 사람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먼 길을 운전한 탓인지, 한산한 동네 분위기 때문인지 기분이 뭔가 요상했습니다. 제주도로 이사를 가는 게 실감도 안 나고 그냥 여기 여행을 온 건가 싶기도 하고 그러더군요.


걷다가 아내가 큼직하고 프레시한 개똥을 질펀하게 밟았습니다. 밟을 때 아주 소프트하게 미끄덩하는 느낌이 들었더군요. 제가 아내 신발을 벗겨 개똥을 닦아주는데 아내가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했습니다. 그 신발을 결국 폐기처분하고 말았습니다. (앞 좀 보고 다니세요...)


2. 배에 자동차 싣기


IMG_0415.jpg?type=w966


승선 시각은 아침 9시 20분이었습니다. 차를 갖고 승선하는 승객들은 배를 타기 1시간 30분까지 도착하기를 권고합니다. 저는 전날 밤 문자로 승객들이 많을 거라며 2시간 전에는 오라고 하더군요. 부지런히 2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이게 웬걸 엄청 한산하고 심지어 제가 1등으로 차를 배에 실었습니다. 차를 배에 싣는 분들께 팁을 드리자면 최대한 늦게 도착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제주도에 도착하면 늦게 실은 차부터 먼저 나가거든요. 저는 제주도에 도착해서 제일 꼴찌로 나갔습니다. (부지런한 게 죄여)


3. 체크인 체크아웃


IMG_0427.jpg?type=w966


배를 타기 전에 대합실에서 먼저 1차 체크인을 합니다. 문자로 받은 승차권의 QR코드를 찍는 과정입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차량을 갖고 승선하는 승객은 차량 티켓도 꼭 체크인해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깜빡하고 안 했는데, 배 떠나기 전에 직원에게 차 언제 실을 거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가 차 체크인을 하지 않아서 차량이 도착하지 않은 줄 알았던 것이죠. (1등으로 차 실었는데 말입니다.)


IMG_0431.jpg?type=w966

대합실에서 체크인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면 배를 타기 전에 한 번 더 표를 확인합니다. 그렇게 2차 체크인을 마치면 바로 배에 탈 수 있습니다.


배에서 내릴 땐 그냥 차 타고 나가면 됩니다. 따로 체크아웃은 없어요.


4. 한일 골드 스텔라


IMG_0429.jpg?type=w966

월요일에 타서 그런 건지, 겨울이라 그런 건지 알 순 없지만 배에 사람이 그렇게 많진 않았습니다. 내부는 총 3층으로 되어있었고 층마다 다른 객실, 다른 편의 시설들이 있었습니다. 각 층마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있고요.


IMG_0437.jpg?type=w966 이코노미실


저희는 가장 저렴한 이코노미 실을 예약했는데, 이건 큰 객실 안에 칸막이를 해놓은 찜질방처럼 생긴 곳이었습니다. 배 타는 내내 불이 꺼져 있었고 사람들이 잠을 잤습니다.


SE-df39cc86-9698-416b-b84b-fab0e11a0e09.jpg?type=w966


저희는 객실 밖에 있는 소파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푹신하고 편안했습니다. 아이가 없었다면 아주 편하게 잘 쉬었을 것 같네요.

SE-ac0b05a4-6f70-4c66-bc49-c434d03aa425.jpg?type=w966


배 규모가 작지만 그래도 꽤 다양한 편의 시설이 있었습니다. 식당, 편의점, 오락실, 그리고 유아 실내 놀이터가 있었습니다. 생으로 3시간 정도의 시간을 소파에 있기에는 너무 빡센 여정이지만 실내 놀이터가 있어서 그나마 버틸만했습니다. 그곳에는 아이와 어른이 읽을 수 있는 책도 있고 이래저래 시간 때우기 좋았습니다. 아이도 잘 놀았고요.


5. 승선감


IMG_0517.jpg?type=w966


배가 엄청 큰 편은 아니기에 파도 흔들림이 조금 잘 느껴졌습니다. 당일 1m 정도의 파고가 예상된다고 했고 서 있으면 몸이 살짝 기우뚱했습니다. 저는 배멀미가 완전 심한 약골 체질이기에 멀미약을 먹었고, 다행히 멀미는 없었습니다. 파고가 더 높다면 아마 멀미가 왔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편안한 여정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배는 계속해서 돌아다니고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하는 가족에게는 꽤 괜찮은 옵션인 것 같습니다.


IMG_0536.jpg?type=w966


제주도에 도착한 첫날, 저희는 아주 기분 좋은 시작을 했습니다. 렌트카가 아닌 제 차로 제주도를 달리고, 제주도에 여행을 온 게 아닌 살기 위해 왔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실감이 나지 않더군요. 하지만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 덕분에 기분은 최고였습니다. 날씨가 다했습니다. 아내가 개똥을 밟고 했던 소리가 개뻥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잘했어 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