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에 제주로 이사를 온 이후로 계속해서 날씨가 좋습니다. 좋은 정도가 아니라 비현실적으로 따뜻하네요. 겨울인데 15도를 넘기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삿짐을 정리하느라 정신없고 힘들지만 이렇게 좋은 날씨를 그냥 보내기 아까워 짬을 내서 매일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조금만 차를 타고나면 지척이 오름이고 바다니 참 좋네요.
제주도에 왜 왔나 순간 헷갈릴 때가 있는데, 아이가 자연 속에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왜 왔는지 새삼 깨닫곤 합니다. '맞아, 이것 때문에 왔지!' 하면서요.
아이는 도시 보다 자연 속에서 훨씬 자연스럽게 자랄 수 있다는 믿음. 인공물이 아니라 자연만이 줄 수 있는 다양한 자극. 자연은 단 한 번도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니 아이가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한림 오일장에 갔습니다. 이제 우리는 관광객이 아니고 제주도민이니까, 시장에서 장을 봅니다. 제주도 시장의 간지는 대부분의 상품이 제주산이라는 것입니다. 값싼 식자재 먹는다고 중국산 많이 먹었는데, 이제는 제주산 식재료를 값싸게 얻을 수 있으니 뭔가 더 건강해지는 느낌입니다. 요즘 콜라비가 제철이랍니다. 너무 달고 맛있으니 꼭 드셔보세요.
팥죽 할아범 이야기책 읽고 팥죽 사달라고 해서 팥죽도 한 그릇 먹었습니다. 시장은 물가도 저렴하고 양도 많이 줘요. 제주도 물가 비싸다고 뭐라 하던데, 두쫀쿠 줄 서서 먹는 거 아니면 돈 많이 안 들어요. 하나로마트 갔는데 물가가 더 비싼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상품들이 더 싱싱하고 좋았어요.
집 근처에 초등학교에서 아침에 축구 한판 했습니다. 이 초등학교는 이 집으로 이사 온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학교가 있는 곳이 있길 원했거든요. 제주도 초등학교는 전부 잔디구장이고 운동장도 넓어서 무척 좋습니다. 앞으로 자주 오려고 합니다. 학교도 참 귀엽고 예쁘네요. 무럭무럭 자라서 여기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상상도 해봅니다. 그때까지 과연 제주에서 살고 있을까요?
한담 해변은 관광객이 너무 많네요. 자주 올 것 같진 않습니다. (기 빨려요.) 관광객이 왜 많은지 알 것 같긴 했습니다. 사진 찍기에 참 예쁜 곳이네요.
이제 관광객 아니니깐 점심은 도시락 싸서 다닙니다. 굳이 식당 찾아다니지 않고 원하는 곳에서 먹으니 좋습니다. 돈 아끼는 건 덤이고요.
제주도의 장점은 시내가 아닌 이상 차가 막히지 않고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주시 미세먼지가 좋지 않으면 서귀포로 훌쩍 넘어갑니다.
그리고 어딜 가든, 눈이 시릴 정도로 쨍하고 아름답네요.
제주도 오길 참 잘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