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정리가 마무리되고 이제 일상을 다시 찾았습니다. 아이는 3월부터 다닐 어린이집을 확정 지었고 저는 제주도에 도착한지 일주일 만에 목공소로 출근을 하게 됐습니다.
한 달 전쯤 인스타그램에서 제주도 목수 구인 광고가 떴습니다. 아내가 이를 보고 제게 알려줬고 저는 바로 DM을 보냈습니다. 당장은 일은 못하지만 제주도에 내려가면 일을 도와드리겠다고요. 감사하게도 놀러 오라는 답장을 보내셨고 저는 제주도 집이 정리되자마자 바로 연락을 드리고 찾아갔습니다. 당장 돈을 받고 일하는 건 아니고 그냥 나가서 일을 배우겠다고 하니 그러라고 하여 그러고 있습니다. 추운 날에 하루 종일 서서 나무를 켜고 자르고 붙이는 일을 하고 있지만 몸은 가볍고 머리는 맑습니다. 소화도 어찌나 잘 되는지 매끼 밥도 두 그릇씩 먹고 있습니다. 운동하다 다친 허리 통증도 사라졌습니다. 역시 사람은 몸을 움직이고 하고 싶은 걸 해야 하나 봅니다.
제가 갑자기 일을 나가서 아내와 아이는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종종 동네를 돌아다니거나 근처에 아이가 체험할 장소가 있으면 찾아가고 있습니다. 요즘 날씨가 추워서 밖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다 보니 아내가 아쉬워합니다. 그래도 아내는 아이와 온전히 보내는 지금의 시간이 좋다고 합니다. 아이의 정서도 훨씬 더 안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고 하고요. 역시 아이에게 필요한 건 부모와의 시간인 것 같습니다. 아내가 조금 힘들겠지만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길 바랍니다. 일하느라 가족과 시간을 온전히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적어서 조금 아쉽긴 합니다. 다 가질 순 없겠죠.
밤 8시 정도가 되면 가족 모두가 하품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쯤 모두 씻고 나와 다 같이 요가로 스트레칭하고 8시 30분에서 9시 사이에 우리 가족은 잠자기 위해 함께 방에 들어갑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대화를 하다가 9시에서 10시 사이에 잠이 듭니다. 일찍 자고 밤새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멀리하여 쓸데없이 에너지를 안 쓰니 충분히 잠을 자고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납니다. 교사를 할 땐 근무 환경이 훨씬 편하고 근무 시간이 훨씬 짧았는데, 왜 그리 몸이 피곤하고 무거웠는지 알 것 같습니다. 잠이 보약입니다.
사는 곳 주변이 고요하니 마음을 동요하는 자극이 없습니다. 창밖으로는 너른 양배추밭이 펼쳐져 있고 날씨 좋은 날에는 한라산의 봉우리 끝이 보입니다. 반대편 주방으로는 애월의 바다가 하늘과 맞닿아 푸른빛을 뿌리고 있습니다. 밖에 걸어 다녀도 우리를 유혹하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나 디저트 가게도 없고요. 조미료를 넣지 않는 슴슴한 된장찌개처럼 저희의 일상은 꽤 담백해졌습니다. 그 맛이 깊고 개운합니다.
이번에도 운이 좋아서 너무나 마음에 드는 집과 동네에서 살게 됐고, 아이를 꼭 보내고 싶던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 수 있게 됐고, 저는 하고 싶던 일을 바로 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내도 자기의 작업실을 갖게 됐다고 무척 좋아합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는 3월부터 자신만의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겠네요. 모든 것이 감사한 요즘입니다. 아내가 제주도 내려오기 전에 신발을 버릴 정도로 개똥을 제대로 밟았는데, 효과가 좋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