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열정페이

좋지 아니한가?

by 삽질


목공소에서 일한 지 이제 일주일이 됐습니다. 돈을 받고 일하는 건 아니고, 대표님께 일을 도와드리면서라도 일을 좀 배우고 싶다고 하니 그렇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바로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스무 살에도 해보지 않았던 열정페이를 마흔이 돼서 하게 됐습니다.



여기서 일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장님의 감성이 왠지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주택의 가구를 모두 원목으로 제작하고, 가장 미니멀한 게 아름답다는 철학을 갖고 계시거든요. 게다가 (소형) 주택, 인테리어, 가구 제작 등 목공과 관련 모든 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를 한 번에 경험해 볼 수 있으니 저 같은 초짜 목수에게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지요. 다양하게 경험하다 보면 제가 뭘 더 원하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직원은 저를 포함해서 총 세 명이고 나머지 두 명은 단기 계약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목공일(실내 인테리어, 주택 시공)은 대부분 정기적이지 않아, 일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서 일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목공일은 경기를 타기도 하고, 인맥이 중요하기도 하고, 운이 필요하기도 한 것이지요. 무엇보다 실력을 갖춰야 하고요. 이렇게 나와서 사람들도 만나고, 대화도 나누니 인터넷에선 알 수 없는 많은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제주도 기름값은 서귀포 시내가 제주 시내보다 100원가량 싸고 서귀포 남원읍의 날씨가 그렇게 좋다는 알짜 정보도 얻게 됐습니다. 수많은 맛집은 덤이고요.



얼마 전 사우나를 완성했는데, 테스트를 해보기 위해 퇴근 후 직원들과 함께 핀란드 사우나를 했습니다. 추위에 얼었던 몸이 녹고 땀이 쭉 나면서 피로가 싹 풀리더군요. 막내는 최고의 직원 복지라면 웃통을 홀랑 까버렸습니다. 사우나 하면서 나중에 아내한테 사우나를 만들어줘야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정말 최고였습니다.


사장님께서 맛있는 점심까지 매번 사주십니다. 몇백만 원 들여서 목공 학원을 다니기도 하는데, 그에 비하면 저는 참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직접 나무를 만지고 공정과정을 어깨너머로 보면서 하루하루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물론 가끔 최저시급이라도 받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있지만, 이만하길 정말 다행이다는 생각에 욕심을 덜어냅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다 보면 더 좋은 일이 생기겠지요.







무엇보다 아름다운 풍경을 누리는 사치를 마음껏 부릴 수 있습니다. 같이 일하는 분들이 모두 감성파이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라 일하다가도 날씨가 좋으면 함께 하늘을 보고 함께 감탄을 합니다. 일을 바로 시작한 것도 좋지만 일하는 사람들이 저와 굉장히 비슷한 사람들이라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아내가 입이 거친 개아재비들 사이에서 제가 고통받을까 걱정했는데,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말해놨습니다. 저도 그분들께 편안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지길 바랄 뿐입니다.


무슨 일이든 직접 사람을 찾아다니고 만나서 이야기하고 거절을 피하지 않는다면 딱히 손해 볼 건 없습니다. 반면에 얻을 수 있는 건 많습니다. 제가 무작정 이력서를 들고 이 목공소에 찾아와 얻어낸 것들처럼 말입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제주도 생활이 이어져 나아갈지 예측할 순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되든 즐겁게 받아들이고 나아가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예상치 못한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제 삶의 줄거리는 더 풍성해지겠지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