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 그만두고
왜 제주도? 왜 목수?

by 삽질

왜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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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부는 애초에 아이가 조금 크면 뉴질랜드로 가서 다시 살아볼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이가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고 언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죠. 그런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생각이 바뀌더군요. 특히 언어에 대한 생각이요.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이민을 갑니다. 하지만 저희 부부는 이중언어 습득에 따른 문제가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많이 경험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영어를 습득하면 멋진 영어 발음을 얻을 순 있지만 한글 문해력이 너무 떨어지는 현상이 생깁니다. 이 언어도 저 언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죠. 문해력은 학습의 기본이고 수준 높은 사고를 위한 토대입니다. 저희 부부는 영어 능력 대신 문해력을 택했습니다. 영어는 나중에라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뉴질랜드로 가는 선택은 미루고 차선책으로 제주도를 선택했습니다.


내년이면 제 아이는 만 4살이 됩니다. 어릴수록 자연을 더 가까이에서 자주 느끼게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자연만큼 완벽하고 아름다운 장난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흐르는 시냇물을 오랫동안 보신 적 있으신가요? 단 한 번도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지 않을 수 없지요. 그리고 본래 인간(동물)이라면 자연과 가까이 사는 것이 순리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자연만을 추구한다면 육지에 있는 시골로 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일반적인 시골로 가면 아이는 찾아볼 수 없고 노인들만 사는 환경이 펼쳐지죠. 반면에 제주도는 타 지역에서 여러 뜻을 갖고 모여든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만큼 복합적인 커뮤니티가 있기 때문에 저희 부부와 아이가 모두 만족스러운 시골과 자연을 경험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꽤 가성비가 떨어지는 삶을 살았습니다. 공과대학도 3학년을 다니다 때려치우고, 교사도 때려치우고, 뉴질랜드에 갔다가 돌아오고, 이젠 또 제주도를 가서 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효율적인 삶을 살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살다 보니 남들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주도는 제 삶의 줄거리를 더 재미있고 특별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아내도 제주도의 감성을 사랑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려는 생각이 있고요. 저희 둘에게 딱 맞는 장소인 것이죠. 그런 제주도에 저희 가족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멋진 집도 만들고 싶습니다. 저희의 감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숙소도 만들고 싶고요.


경제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저희는 분양받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대출금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이 매달 100만 원 정도 빠져나가고 있죠. 어차피 집이라는 게 깔고 있는다고 돈이 더 생기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 집을 전세로 주면 대출금을 갚고도 꽤 많은 현금 흐름이 생기게 됩니다. 몇 억의 무이자 대출이 생기는 셈이죠. 그 돈을 평상시에는 안전하게 굴리고 기회가 되면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제주도의 연세가 비싼 편이기 때문에 주거비가 추가적으로 드는 문제가 있겠지만 그래도 계산해 보면 제주도에서 사는 편이 경제적으로는 더 이득인 면이 있습니다. 저희 부부의 로망 실현과 함께 돈의 숨통도 조금은 트이는 셈입니다.


왜 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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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를 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그냥'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부터 목수라는 직업을 꼭 해봐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이성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그냥 마음이 그렇게 정해진 것이죠. 그리고 실제로 목공방에서 나무를 만지고 자르고 켜면서 목수에 대한 약간의 확신 같은 것도 경험할 수 있었고요. 그래도 마음의 평화를 위해선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있는 나름의 이성적인 이유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없는 이유들을 한 번 끌어모아 보겠습니다.


저희 가족은 언젠간 뉴질랜드에서 살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가서 영주권을 따야 한다면 교사로 영주권을 따겠지만(가장 빠르게 따는 방법이니까요) 계속 교사를 하진 않을 것입니다. 다른 글에서도 썼지만 언어장벽, 문화장벽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죠. 하지만 기술에는 어떤 장벽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술 수준이 언어 수준이 되는 것이죠. 목수로서 해외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영어는 충분히 잘할 자신도 있고요. 교사가 써야 할 수준의 영어에 비하면 아무래도 쉽기도 하고 틀리면 안 된다는 강박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제 언어에 날개를 달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어쨌든 목수로서 경력을 쌓아 놓는다면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식산업분야를 AI가 장악하면서 앞으로 기술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대접받을 수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Chat GPT를 나름 심도 있게 써보신 분이라면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머리 쓰는 일은 정말 더 이상 인간의 영역이 아닌 느낌입니다. Chat GPT가 기본적인 수준의 AI임에도 말이죠. 물론 인간이 다양한 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지만 AI의 활용도가 정말 무궁무진해질 것 같습니다. 실제로 최근 MIT computer science 과를 졸업해도 취직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신규 프로그래머를 고용하는 것보다 몇 억짜리 AI를 시니어 프로그래머에게 붙여주는 게 훨씬 효율적이니까요. 이러다 보니 취업시장의 등용문인 대학교육의 가성비도 많이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고요. 비싼 돈 들여서 공부해도 마땅히 일할 곳을 찾기가 어려워지는 현실입니다. 앞으로 머리도 쓰고 기술도 쓰고 AI까지 쓴다면 나름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목수로서 제 나름의 노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기술을 갖고 있으면 어쨌든 죽을 때까지 일할 수 있잖아요. 젊었을 때 기술을 차곡차곡 익히면 나중에 제 사정에 맞게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집을 짓거나 내부 인테리어 일을 하다가 나중엔 목공방으로 가구를 만들 수도 있고 디자인, 에어비엔비, 교육사업, 제품개발 등으로 계속 발전시킬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직접 해보지 않아서 이 정도의 상상력만 발휘할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일을 배우고 공부하다 보면 더 많은 길이 분명히 보일 것입니다. 전에 없던 새로운 길도 생길 것이고요. 항상 그랬듯이요. 저는 은퇴를 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습니다. 죽을 때까지 다양한 일,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게 저의 노후 준비이고 행복한 삶의 비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따로 돈을 잘 굴릴 계획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다룰 줄 모른다면 눈을 가리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두 눈 부릅뜨고 튼튼한 신체로 살아간다면, 그렇게 살아남는다면 언젠간 또 좋은 날도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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