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뉴질랜드 대신 제주도를 선택했습니다.

by 삽질

2019년 1월에 결혼식을 올리고 저희 부부는 2월에 뉴질랜드로 떠났습니다. 교직 4년 차에 접어들었던 저는 미련 없이 제 직업과 제 삶의 터전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뉴질랜드 생활을 시작했고 영주권을 향해 2년을 달렸지만 코로나 때문에 영주권 심사는 무기한 멈췄습니다. 고민 끝에 저희는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저희 부부는 다시 교사로 일을 시작했고, 아이를 가졌고, 아이를 키우며 난생처음 맛보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가 생기니 뉴질랜드에서 아이를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뉴질랜드 현지 어린이 집에서 일해 봤던 저희 부부는 뉴질랜드가 얼마나 아이 친화적인 환경을 가졌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저는 아이가 7살쯤 되면 뉴질랜드에서 살아보자는 막연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굳이 뉴질랜드에서 했던 고생을 또 하자니 망설여졌습니다. 언어와 문화 장벽, 외로움, 직업의 제약, 가족과의 이별.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습니다. 뉴질랜드 생활은 생각보다 고됐습니다. 물론 아이가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고려하면 충분히 희생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저희의 생각이 바뀌기 전까지요.


영어권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는 가장 큰 이유는 '영어'일 것입니다. 그런데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저희 부부는 아이들이 이중언어를 습득하면서 생기는 많은 부작용을 봤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문해력 저하였습니다. 언어인 '영어'를 습득하는 것보다 글을 이해하고 사고할 수 있는 '문해력'이 아이에게 훨씬 중요하다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이른 나이에 뉴질랜드에 갈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꽤 나중에 라면 모를까요.


뉴질랜드와 가장 비슷하면서 우리가 경험했던 뉴질랜드의 단점이 없는 곳. 우리 부부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새로운 일을 도전해 볼 수 있는 곳, 살면서 한 번쯤은 꼭 살아 보고 싶었던 곳, 아이가 누릴 수 있는 자연이 지천에 널린 곳, 우리의 꿈과 교육 철학을 실천해 볼 수 있는 곳.


차선책으로 선택한 곳은 바로 제주도였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제주도에서 살아볼 결심을 내렸습니다. 빠른 결심만큼 우리의 행동도 빨랐습니다. 살던 집은 월세로 내놨고 제주도에 연세로 집을 구했습니다. 이삿짐센터 예약까지 마쳤고 이제 내려가는 배편만 예약하면 모든 것이 마무리됩니다. 3주 뒤엔 저희 가족은 제주도에 있을 것입니다.


주변사람들은 부러움과 우려를 동시에 보내주곤 합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용기가 대단하다", "왜 굳이 지금 잘 사는 데 떠나냐?", "지금 돈도 많이 모으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가 아니냐?"


사람마다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에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 차이 안에서도 주류와 비주류가 존재합니다. 제 삶은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왔습니다. 가장 안정적인 직장에 발을 담고 살았지만 허용가능한 범위 안에서 끊임없이 일탈을 해왔습니다. 그러면서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 삶을 완전히 망가뜨릴만한 위험이 아니라면 감수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요. 작게 읽고 크게 얻을 수 있는 선택들을 하라고요.


이번 결정이 남들이 보기엔 무리수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잃게 되는 건 당장 눈에 보이는 약간의 금전적 손실정도입니다. 나머진 전부 제와 제 가족이 얻을 것들입니다. 삶은 정량적인 가치들보다 정성적인 가치에, 눈에 보이는 가치보다 눈에 보이지 가치에 진실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그 가치들을 다시 한번 좇아보려고 합니다.


더 넓은 자연에서 아이가 뛰어놀고 건강해지는 모습을 그립니다. 저와 아내가 새로운 일들을 배우고 도전하는 모습을 그립니다. 그렇게 저희는 제주도에서 생존하며 경험을 쌓고 삶을 가꿔보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써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