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달러를 쫓는 자들
그날 밤, 트레이딩룸 공기는 유난히 무거웠다.
모니터 속 차트가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1.0000 — 평생 지켜질 것 같던 숫자가 0.9975로 깜빡였다.
앤디가 욕을 뱉었다.
“이거 뭐야…?”
나는 시선을 화면에서 떼지 못했다.
UST. 스테이블코인의 모범생, 알고리즘의 걸작, 그리고 그 모든 걸 설계한 ‘도현’의 야심작.
낯선 긴장이 방 안에 번졌다.
디스코드 채팅창에는 “아직 괜찮다”는 말과 “도망쳐”라는 말이 번갈아 올라왔다.
그러다 0.9930.
차트가 급히 가속했다.
“이건 그냥 일시적 *디페깅이야. 몇 시간 안에 회복될 거야.”
(디페깅(Depegging) —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고정되어 있던 기준(주로 1달러)에서 벗어나는 현상. 예: 1달러로 유지돼야 할 코인이 0.98달러나 1.02달러로 움직이는 경우)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 목소리에서 미세한 떨림을 들었다.
UST는 알고리즘으로 1달러를 ‘항상’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가격이 떨어지면 루나를 발행하고, 오르면 소각한다.
수학적 완벽함.
그런데 지금, 그 공식은 살아 있는 인간들의 공포 앞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앤디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난 팔아. 전량.”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0.9870.
그리고 몇 분 뒤, 0.9700.
마우스 클릭 소리가 방 안에 연속적으로 울렸다.
그건 총성이 아니라, 탈출음이었다.
트위터는 이미 폭발 중이었다.
“UST is dead.”
“Algorithmic stablecoin? More like unstablecoin.”
수만 명의 투자자들이 동시에 같은 버튼을 눌렀다. SELL.
도현의 트위터 계정이 업데이트됐다.
“시스템은 설계대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패닉 셀은 자제해주세요.”
하지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0.9400.
0.9200.
0.8800.
나는 화면을 덮고 숨을 들이켰다.
UST를 구하겠다고 만든 알고리즘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날 가장 빨리 무너진 것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건 기술의 실패가 아니라, 신용의 붕괴였다.
다음 화 예고 – 4화. “규제는 통화다”
붕괴의 잿더미 속에서 각국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기술이 아니라 ‘정치’의 무대에 오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