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달러를 쫓는 자들
새벽 2시, 거래소 보안 모니터 앞.
거래량 그래프가 평소보다 가파르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나는 커피를 내려놓고 로그를 다시 들여다봤다.
보내는 주소와 받는 주소—둘 다 깨끗했다.
문제는 속도였다.
500만 달러어치의 USDT가 국경을 넘는 데 걸린 시간, 고작 6초.
규정상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 경험상, 이렇게 빠른 송금은 두 가지 중 하나였다.
긴급한 자금 회수 아니면 세탁.
둘 다 법정에 가면 진술하기 싫은 종류였다.
모니터에 붙은 전화가 울렸다.
밤근무 중인 준현이었다.
“형, 이거 봤어요? 지갑 주소가 지난달 이란 제재 리스트에 올랐던 놈이랑 연관된 것 같아요.”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로그를 훑었다.
송금 경로가 세 번 바뀌었지만, 마지막엔 홍콩에 있는 한 OTC 딜러 지갑에 도착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은 단순했다.
달러처럼 쓰이고, 달러보다 빠르다.
그리고 은행처럼 신분 확인을 매번 거치지 않아도 된다.
범죄자에겐 그게 ‘혁신’이었다.
몇 분 뒤, 또다시 거래 알람이 떴다.
이번엔 1,200만 달러.
말레이시아 → 두바이 → 키프로스 → 베네수엘라.
은행이라면 최소 5일은 걸릴 여정이, 블록체인에선 불과 30초였다.
나는 모니터를 보며 생각했다.
검은 돈을 씻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하얀 포장지를 씌우는 것이다.
그리고 스테이블코인은 그 포장지를 완벽하게 만들어줬다.
그날 새벽, 보고서를 작성하며 나는 한 줄로 결론을 적었다.
“이건 달러가 아니다. 하지만 달러보다 더 달러답다.”
다음 화 예고 – 6화. “CBDC와의 전쟁”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와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정면충돌.
기술과 주권, 그리고 통제의 싸움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