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시스템
초대장은 손바닥만 한 두꺼운 봉투였다. 겉엔 아무 글씨도 없었다. 봉투 안에는 짧은 메모가 들어 있었다.
“금요일 저녁, 리젠트 호텔 지하. 이름은 묻지 않는다.”
나는 일주일 내내 그 봉투를 만지작거렸다. 불안과 호기심이 엇갈렸다. 그러나 결국, 호기심이 불안을 눌렀다.
리젠트 호텔 지하 연회장은 겉으로는 평범했다. 하지만 들어서는 순간, 나는 곧장 눈치를 챘다.
대형 테이블에 놓인 와인잔들, 은은하게 울리는 클래식 연주, 그리고 곳곳에 흩어진 ‘지나치게 익숙한 얼굴들.’
텔레비전 뉴스에서만 보던 국회의원, 신문 1면에 자주 등장하는 그룹 부회장, 케이블 경제채널에서 날마다 해설을 하던 앵커까지.
나는 숨을 고르며 자리에 앉았다. 노인은 내 옆에 앉아 귓속말을 건넸다.
“오늘 보는 게 판이야. 게임이 아니라, 게임의 규칙을 짜는 무대지.”
연단에 선 이는 양복 차림의 중년 남자였다. 국회 위원장이란 직함을 가진 사람. 그는 청중을 둘러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내년 세법 개정은, 기업투자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갈 겁니다. 법안 통과 전에 움직일 준비를 하시길.”
순간, 여기저기서 웃음 섞인 박수가 흘러나왔다.
나는 얼어붙었다.
이게 공적인 자리인가, 사적인 자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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