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균열

부자들의 시스템

by LUY 루이

첫 번째 균열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그날 모임의 공기는 평소와 달랐다. 웃음과 농담으로 시작하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모두가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벽난로 불길은 여전히 일렁였지만, 방 안은 싸늘했다.


노인이 입을 열었다.
“오늘은 기분 좋은 얘기를 못 하겠군.”


순간, 방 안의 시선이 동시에 그의 손끝을 따라갔다. 그가 펼친 신문엔 낯익은 얼굴이 크게 실려 있었다. 지난번 호텔 연회장에서 내 앞줄에 앉아 있던, 그 재계 인사였다.


“○○그룹 부회장, 불법 내부 정보 거래 혐의로 검찰 조사 착수”


신문 활자가 내 눈을 찔렀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불법…?


부장이 담배를 꺼내 쥐며 씁쓸하게 말했다.
“저 양반, 조심성이 없었지. 너무 노골적으로 움직였어.”
“언론에 흘리기 전에 수습했어야 했는데.” 여인이 잔을 탁 놓으며 덧붙였다.
세무사 여인은 담담하게 정리했다.
“결국 기록을 남기지 않고 움직인 게 문제죠. 형식은 방패라고 말씀드렸잖아요. 방패를 버리고 뛰면 화살을 맞는 건 당연한 일.”


나는 갑자기 숨이 막혔다.

불과 며칠 전까지 같은 자리에 앉아 있던 그가, 지금은 신문 지면 위에서 ‘혐의자’로 낙인찍히다니.
내가 서명한 종이는? 내 이름이 오르내리면?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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