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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채권은 왜 안전자산이라 불릴까

학교에서 절대 알려주지 않는 돈

by LUY 루이

사람들은 흔히 주식은 ‘위험한 자산’, 채권은 ‘안전한 자산’이라고 말해요.
그런데 막상 “왜 안전한가요?”라고 물으면,
대부분은 “은행이 망하지 않으니까요”, “국가가 보증하니까요” 정도로 대답하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너무 피상적인 설명이에요.
채권이 안전하다고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보증 때문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약속’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에요.


채권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채권은 내가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이자를 받는 계약”이에요.
주식이 ‘동업’이라면, 채권은 ‘대출’이에요.
주식 투자자는 기업이 성장해야 수익을 얻지만,
채권 투자자는 기업이 버티기만 해도 수익을 얻습니다.
그래서 채권은 늘 예측 가능하고, 그 예측이 바로 ‘안정’의 다른 이름이에요.


예를 들어볼게요.
당신이 친구에게 100만 원을 빌려줬다고 해요.
친구가 “1년 뒤에 105만 원으로 갚을게”라고 약속했다면,
그게 바로 5%의 채권이에요.
친구가 약속만 지키면 당신은 5만 원의 이익을 얻는 거죠.
이때 당신은 친구의 ‘성공’보다 ‘신용’을 믿습니다.
채권은 성장의 기대가 아니라, 신용의 신뢰 위에서 움직이는 자산이에요.


그래서 채권은 늘 “얼마나 오를까”보다 “언제, 얼마를 받을까”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예측 가능한 일정과 금리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죠.
주식은 내일 10% 오를 수도 있지만 10% 떨어질 수도 있어요.
반면 채권은 “1년에 3%, 만기에는 원금 보장”이라는 명확한 약속이 존재하죠.
즉, **채권은 ‘시간표가 있는 자산’이에요.


여기서 중요한 건 ‘누가 그 약속을 하는가’예요.

국가가 발행한 채권(국채)은 세금으로 갚기 때문에 거의 부도 위험이 없어요.
그래서 ‘무위험 자산’이라고 부르죠.
기업이 발행한 채권(회사채)은 기업의 신용에 따라 이자율이 달라요.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이자는 낮고, 위험한 기업일수록 이자는 높아요.
이건 이자가 위험의 보상이라는 원리를 보여줘요.
즉, 안정 대신 수익을 조금 포기하는 것이 채권의 본질이에요.


채권의 매력은 단순해요.
예측 가능한 수익, 통제 가능한 리스크.
경제가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예측 가능한 돈’을 원하죠.
그래서 경기 침체가 오면 주식이 떨어지는 대신 채권 가격이 오릅니다.
사람들이 위험 자산에서 돈을 빼 ‘약속이 있는 자산’으로 옮기기 때문이에요.
이게 바로 ‘채권은 안전자산’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예요.


실생활에서도 이 구조는 비슷해요.
직장인은 매달 일정한 급여를 받죠.
이건 ‘노동을 담보로 한 채권’과 비슷해요.
매달 같은 금액이 들어오지만, 대신 수익의 상한선이 있어요.
반대로 자영업자나 사업가는 수익이 들쭉날쭉하지만,
성공하면 훨씬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죠.
즉, 월급은 안정적인 채권, 사업은 변동성 있는 주식이에요.
이 비유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주식과 채권을 모두 경험하며 살고 있는 셈이에요.


하지만 사람들은 채권을 ‘지루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식처럼 하루에 10% 오르지도 않고, 드라마틱한 뉴스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진짜 부자들은 이 ‘지루함’ 속에서 돈을 지킵니다.
주식이 자산을 ‘키우는 도구’라면, 채권은 자산을 ‘지키는 도구’예요.
한쪽이 공격이라면, 다른 한쪽은 수비죠.
결국 둘의 균형이 자산의 체력을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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