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행복 2

버리고 떠나기

by movere

대표팀 선수와 국내 KBL 감독을 역임한 현 문경은 본부장은 선수시절 팀이 리그우승을 한 후에 다른 팀으로 이적한 경우가 있었다. 최고의 목표인 우승을 했으니 남다른 대우가 보장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가 추구하는 농구를 하고 싶어서 마음이 잘 맞는 유재학 당시 감독과 같이 뛰고 싶다면서 이적하였다.


그렇다고 우승을 할 정도의 팀에 몸담으면서 후배를 독려하고 이끌어간 것이 마음에 맞지 않았다고 할 순 없을 것이고 최고의 목표인 우승을 거머쥐어도 무엇인가 헛헛한 공허감을 채우기엔 무엇인가 부족하기에 편안한 농구의 그리움과 간절함이 그를 다른 팀으로 이적하게 된 연유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조직의 최고 성과와 자신의 행복은 항상 일치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팀의 무리에서 이탈이라기 보단 다른 곳의 합류로서 그의 행복을 추구하는 행위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이렇듯 무엇인가 버리고 떠나는 데에는 마음의 안정과 자기만의 편안함을 추구하는 동기가 선행되어야 한다.


조직에서 피폐해지고 소모되는 이유는 수많은 케이스가 있겠지만 그 이유를 분석하기 이전 이런 팀에 있으면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주관적 경험을 나름 간략하게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것은 적의나 악의가 아닌 우승을 함에 불구하고 떠나는 더 나은 선택의 기반을 둔 나열이라 간주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첫째, 조직(팀)의 규모가 작은 조직이다. 조직이 방대하면 관료화가 지속되는 단점도 있으나 조직은 누가 출근했는지도 인지 못할 정도로 크면 클수록 좋다. 한두 사람에 의해 팀이 좌지우지되는 그런 구조속에서는 조직은 성장하기가 힘들다. 직장 괴롭힘도 다수에서 희석되는 효과 없이 두서너 명이 편갈라 먹고 특정인을 매장시키고 가해하는 그런 소규모조직의 폐단을 차단하는 방법은 규모가 큰 조직으로 이동하는 방법밖에 없다.


둘째, 적재적소의 인재 이동이 막히는 경우이다. 관료적인 공기업이나 공무원 사회도 기한을 정해놓고 이동을 강제하는 마당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에서 40대 차장이 막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하는데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막혀있는 곳엔 항상 불협화음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무엇인가 뚫고 나가야 할 동기부여나 강제적인 이동을 막는 방해요소를 제거하는 방법이 유일한 최선책이다.


마지막으로 셋째, 조직(팀) 시스템의 노후화이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너무 효율을 극대화해서 최소의 인원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나 반대로 방대해서 비효율적인 시스템의 적용인데 이 양극단은 위에서 언급한 첫째의 이유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람의 수가 정해져야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적용을 시도해 본다. 실패한 시스템은 빨리 고쳐야 되는데 효율만 추구하다 보니 조직원의 몸과 마음 그리고 사기가 바닥 친다.


이동과 모험은 한 몸으로만 움직이는 것만은 아니다. 어떻게 하느냐 나름에 따라 인식됨도 다를 것이다.

1. 그 자리를 지키면서 안주할 수도 있고,

2. 그 자리를 지키면서 바꿔보겠다고 울부짖는 모험도 할 수도 있고,

3. 그 자리를 떠나서 다른 곳에 합류하여 오히려 안주할 수도 있으며,

4. 그 자리를 떠나서 다른 곳에서 새로운 모험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답은 없다. 해답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막연한 이동만이 희망도 아니듯이, 이동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만도 해답이 아닌 것이다. 우승을 만들어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자기를 알아주는 감독과 자신이 추구하는 농구를 하기 위해 이동하는 계기는 바로 행복의 추구가 가동했기 때문이다.


스포츠 이야기를 다시 하나 더 예를 든다면 국민타자 이승엽은 일본으로 이적하여 초창기 국민타자답게 일본리그에서 화려한 성적을 보여주었지만 장기간 슬럼프와 나이등 여러 가지 상황을 맞이하여 다시 국내리그로 복귀하면서 말했다. '이만하면 됐다고,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했고, 이제 돌아가야 할 때라고'


국내리그에만 머물지 말고 더 큰 꿈을 향해 큰 무대로 이동하여 자기의 한계도 느껴보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데에는 이동이 필수이었고, 그 해석은 사람이 싫고 조직이 싫어 쫓기듯이 떠나지 말고 한번 도전해 보려고 힘이 있는 조직으로 꿈을 향해 허황된 동경이라도 그렇게 열어놔야만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행복의 추구는 최고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자기가 편안한 곳에서 운동을 하거나 일을 하는 것이다. 나름 고마웠고 나름 열심히 해도 내 마음이 무엇인가 갈망하는 곳이 있다면 그것은 행복이 움직이는 대로 솔직히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누구도 간섭하고 강제할 수 없는 것이며 고맙지만 헤어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고마웠지만 나름 성과도 있었지만 내 성향과 맞지 않는 극단적 추구는 받아들이기엔 내가 덜 행복하다. 어차피 조직(팀)의 인연은 모였다가 헤어지는 것이 세상순리이다. 격한 감정적 충돌이 없으면 좋고 나중에 조직을 이탈해서 먼 훗날 前 직장인으로 아주 가끔 만날 수 있다면 그 관계는 성공한 관계가 아닐까 싶다.


행복은 물론 가까운 곳에 있다. 그렇지만 십 년 이상 가동해도 잘 적응되지 않는 노후화된 인적 시스템을 한번 바꾸는 것도 모험적이고 진취적이겠지만 이승엽의 말처럼 그만하면 됐다, 열심히 했다 하고 그렇게 되어있는 힘이 있는 조직으로 동경하는 마음의 위안만이 절대적 악이라고 간주하기엔 너무 냉혹하지 않을까.


행복은 가까운 곳에도 있지만 좀 더 떨어진 곳에도 있을 수도 있고 먼 곳에도 있을 수도 있다. 가까운 작은 행복을 좋은 추억으로 삼고 더 나은 좀 더 멀리 떨어진 행복을 찾아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우승을 했지만 자기를 알아주는 감독으로 가는 것이 전감독에게 누가 되지 않는다면 참으로 좋은 이별 아닌가 싶다.


행복은 다양하다. 획일적이지 않다. 그 인식부터 바꾸는 것 그리고 그것을 죄악시 삼지 않고 인정해 주는 격려는 아닐지언정 비난 없는 침묵도 자기 행복추구의 대한 타인의 감사이다. 아름다운 마무리의 기회란 인고의 세월을 인정해 주니 비록 찬란한 성과가 없더라도 이승엽처럼 복귀하는 무대가 쓸쓸하진만은 않은 이유이다


기다리자. 그리고 노력하다 보면 자기의 취향에 맞는 사람과의 인연은 항상 열려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마웠고 고맙지만 항상 맞지 않는 옷을 입다고 생각하는 인연과의 종결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움은 버리고 떠나는데서 시작되는 법이다. 이것이 시작인지 끝인지는 결국 기다려봐야 알 것 같다.


사람의 나이만큼 나이 먹는 것이 조직의 나이이다. 이제는 끝과 시작 그리고 만남과 이별의 유연함을 모두가 인정해야 할 그럴 시기이다. 행복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찾아서 버리고 떠나는 그런 인생의 마무리가 되길 막연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빌어본다.


-2025년 겨울이 끝나고 또다시 새로 시작하는 새봄 춘삼월에 쓰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