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따뜻한 말 한마디, 따뜻한 시선! 돌이켜 생각해 보면 주는 것에 비해 많이 받았다. 나름 복이다. 그러나 밥벌이터 안에서의 인복은 항상 궁핍하다. 사람은 자는 시간 말고는 사람과 부딪히며 생존한다. 고통의 위안으로 누군가 만나 위로받고 싶고 홀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했지만, 한동안 약속할 대상이 자신과 서로에게 없었다.
과학적 증명과 별개로 백신의 심리적 위안에 오래간만에 경치 좋은 곳으로 떠났다. 자연이 주는 중화의 역할은 정말 탁월하며 충분하다. 계절이 바뀌고 접종률이 높아지니 조심스러운 약속도 생긴다. 사람과의 만남과 헤어짐이 있듯이 일에도 가까움과 멀어짐이 있다.
일의 만남은 서로를 시들게 하지만 밥벌이터 밖의 만남은 양분이 되어 마음에 꽃을 피우게 하며 숨을 틔우기도 한다. 살다 보면 자기 인생에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지기도 한다. 잘못된 만남도 있을 것이고 쳐다보고 싶지 않을 만남도 있겠지만, 이런저런 만남을 통해 자신을 객관화시킬 되새김을 축적한다.
삶이란 그렇게 단독으로만 아름답게 형성되지 않는다. 한없이 하나의 선과 색으로 도색되기보다 굴곡과 직진의 선, 밝음과 어둠의 색이 적절하게 배치된 바탕 위에 자신의 삶을 가장 감성적이고 조화로운 위치에 놓아둘 줄 아는 능력과 선택이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
인생의 시간 중 후반부에 들어갈수록 굴곡의 선과 어둠의 색이 바탕에 많이 깔린다. 그와 동시에 현실의 냉담을 거쳐 치유의 위안으로 다시 둔탁하지 않은 삶의 선과 색을 그려 나갈 줄 아는 능력도 함양된다. 결국 자기 하기 나름이다. 지금은 왜곡된 선과 색을 멀리할 때다. 자연으로 그리고 밥벌이터 밖으로 약속에 치중하고 싶다.
'인생의 진정성은 시끄러운 데 있는 것이 아니고 고요한 데에 있다' (정호승의 '위안'중에서)
-2021년 초가을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