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 누구도 실제 문제해결 자체엔 관심 없을지도
AI의 발전으로 주니어 인력난 구직란이 많이 발생할 것이고 이미 이 문제는 엄청 가시화되어 최근 핫 이슈로 많이들 이야기한다. 시니어나 중견 실무자급은 말한다. LLM Gen AI, 내가 써봤는데 걔 생각보다 그렇게 안 똑똑해. 절대 일 다 믿고 못 맡겨.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마감치다보면 이 시니어나 중견 실무자들은 왠만한 서포트 어시 업무는 이제 에이전트 AI에게 분담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AI가 주니어의 실력과 재능을 완벽히 대처해서라기보단 일을 맡기고 분배하는 경우 즉각적으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지시한 사항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며 때로는 이 과정에서 위계폭력을 호소하며 인사팀에 보고해 되려 시니어가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잦았다는 경험담들을 우연히 포럼에서 스쳐지나가다 언뜻 드문드문 보았다. 주니어들의 구직란은 안타깝지만 이런 커뮤니케이션 비용과 피로감때문에 AI에게 일을 더 몰아주게 된다는 글을 우연히 레딧(여러 잡다한 주제로 쓰레드를 만들며 공유하는 영어권 플랫폼)에서 종종 보인다.
때는 바야흐로 대학원 복학을 핑계로 유유자적 잉여 백수짓을 하며 레딧을 눈팅하던 몇개월 전이다.
대학원을 마치면 뭘로 벌어먹고 살아야하나~~그래픽스 컴퓨팅 분석을 할 줄 아니 변리사로 역시 가야할까나~하며 Legal/Patent Attorney/IP 쓰레드를 눈팅하다 발견한 글.
원문 내용은 변호사/변리사들끼리 모여 Gen AI의 등장이 우리의 밥줄이 끊길것이냐 말것이냐 자와자와한 글이었고 대부분의 답변은 '송사 좆되면 누가 책임지는데. AI? ㅋㅋㅋㅋㅋ' 였다.
세무/경리/회계 분야 종사자들이 '탈세나 배임 감사 들어오면 누가 대신 법정 출두하고 감옥가는데. AI? ㅋㅋㅋㅋ' 라며 블라인드에 우르르 달은 답글이 생각난다.
그러던 한 댓글이 눈에 확 들어왔다. '개발자였다 직업 전환한 지 몇년 된 변리사다. 썰 푼다.'
흥미있을 유. 어쩌다 개발자였다가 변리사로 직업노선을 틀게된지도 궁금한데(<= 지도 똑같은 생각하고 있던 주제에) 실제로 업무에서 AI를 쓰면서 이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경험담이 너무 궁금한 것이다.
그의 댓글은 내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꽤나 신선했다.
'AI Agent에게 분업을 시키나 주니어에게 시키나 사실 일 퀄리티가 딱히 누가 더 낫지도 않고 대부분 AI Agent가 신입 변호사나 신입 패러리걸보다는 훨 멍청하다. 하지만 그걸 상회하는 장점이 있다.
똑같이 병크를 터트릴거면 빨리 터트리는 쪽이 날 덜 피곤하게 한다는 것이다.
AI가 업무를 진행하면 하다못해 내가 프롬프트를 시전한 뒤 5분 이내로는 회답이 온다. 그게 맞던 틀리던 말이다. 하지만 부하직원에게 업무를 배정하는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골치가 아프다. 일 배정부터 시작해 가이드라인을 얼마나 상세하게 줘야하는가, 그리고 언제 그 결과물을 받아볼 것이며 그들의 프로세스를 내가 일일이 체크를 할 필요가 있느냐 없느냐 등등 정신적인 소모가 너무 크다. 단순히 그들에게 월급을 주고 키우냐 마느냐의 문제보다 더 많은 소모자원을 나에게서 뽑아가는 것에 비해 안정된 성장률의 약속이나 인력관리의 유지보장이 안되는 리스크를 상사로서 져야한다. 어차피 내가 상급자로서 주니어의 드라프트든 AI의 드라프트든 다 리뷰를 해야하는데 그냥 정신적으로 덜 피곤한 AI에게 시키는게 하다못해 턴어라운드라도 빠르니까 말이지'
뭔가 도의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태클을 걸고 싶음에도...사실 그의 말이 너무나도 뭔 말인지 잘 알겠어서 차마 못하겠다.
지난 직장에서 주니어나 인턴들에게 일을 맞길 때마다 시키는 건 하나도 안 해서 조금 조언할 겸 피드백을 날카롭게 줬더니 불편한 팀 컬쳐를 내가 조성했다고 인사부에서 경고 받았던 게 생각이 불현듯 났다. 이걸 어디가서 공개적으로 말하진 않았다.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2-30대 초반이 주요인구라 시니어나 경력직 실무에 해당하는 인구가 비율적으로 아직까진 그래도 적은 편이니 말이다. '니가 뜰딱같이 굴었나보지, 얼마나 저 신입이 니가 구리고 좆같았으면 그렇겠냐'라고 욕 먹기 딱 좋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개발 업무를 줬는데 개발팀 인원이라고 들어온게 Git을 쓸줄도 모르고 그래서 내가 업무시간 따로 빼서 1-2시간에 걸쳐 개발 업무를 가나다부터 하나하나 차례대로 다 가이드 주고 Git 실습까지 시켰는데 정작 업무마다 vibe coding으로 gpt 코드 그냥 복붙해서 UI 다 터지게 만들고 그 뒷수습을 내가 했는데 꼰대라고 욕 먹으면, 뭐...나는 안 억울한가?? 그리고 디렉터는 왜 부하직원으로 내가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QA전담팀은 안 붙여주고 지들도 인수인계 포기한 애를 나에게 붙....???
LLM AI를 회사자체에서 사용을 장려하면서 정작 베스트 프랙티스 가이드라인은 싹 무시해 내 업무를 과하게 부담스럽게 부풀려버린 조직 흐름에 현타 맞아 아예 업계 탈주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대학원으로 도피한 나로서(하필 전공이 데이터 사이언스인건 일단 넘어가자) 너무나 그의 댓글은 정서적으로 완전히 동의를 할 순 없어도 남일 같지 않아 동감 하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그의 말이 어쩌면 우리가 마주한 구직란의 핵심을 찌르고 있다 생각한다. 혹자는 AI의 성능이 너무나 올라와 주니어-일반 중견직/경력직의 능력을 상회해서, 혹자는 이제 사람들의 보는 눈이 낮아져 대부분 7-80프로의 퀄만 올라와도 납득하고 쓰기 때문이라고 한다. 두 가지의 예시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지만 심금을 울릴 정도로 엄청나게 와닿지는 않는 나로서 어느 레딧러가 푼 썰은 내 뇌세포를 강렬하게 두들겼다.
하지만 이 레딧러의 소감이 과연 소수의견인지 의혹은 여전했다. 유튜브를 가도 인스타를 가도 내가 공감할 만한 시점에서 자신의 인사이트를 체계적으로 푸는 컨텐츠나 덧글은 거의 본적이 없다. 그러나 이 레딧러의 소감과 유사한 댓글은 희안하게 레딧에서 꽤나 적지 않은 수로 스쳐지나가다 본 적이 적지 않은 횟수이다. 그 이외엔 실무 종사자가 정기적인 컨텐츠로 짧게 썰 푸는 쇼츠나 틱톡 계정 정도.
그래서 좀 손가락을 놀려 구글링을 해보았다. 최근 SEO가 아주 거지같아져 양질의 아티클을 읽기가 더 번거로워졌다. Fucking stupid 거지같다 이거에요
자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자면, 비슷한 맥락의 의견을 공유한 곳이 Reddit같이 본인을 완전히 가려버리며 같은 주제를 좀 더 안전하게 더 디테일한 썰을 풀수 있는 커뮤니티나 포럼에서 비슷한 맥락의 담화들이 지속적으로 목격된다. 이들의 이야기는 비슷하다. Agentic Gen AI가 주니어를 기술적으로 대체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쓰는 조직적, 심리적 등 당장 수치로 추산을 하긴 애매한 정성적인 소모비용이 너무 커져서 이를 더 기용하게 된다고. 이런 흐름의 담화가 그렇게 적은게 아닌 듯 하다.
가령 MIT Sloan 등 아티클을 보면 많은 시니어, 중간관리 경력 실무자 등이 후배를 키우는 비용과 정서적인 부담, 커뮤니케이션에서 벌어지는 갈등 리스크를 부담하기 싫어 사람보다 자동화 도구를 선호하는 경향이 점점 늘고 있다한다. 엔지니어링 커뮤니티 분석에서도 주니어 인력의 온보딩 피드백과 그들을 일일이 케어하는 멘탈 에너지 및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이럴 바엔 아싸리 LLM/코파일럿으로 메워 버리려는 조직들이 점점 증가한다는 현장의견을 공유한다. 이걸 공개적으로 말하긴 영 껄끄럽지만 그런 불만이 물밑에선 많이 공유들을 하는듯하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신입을 안 키울 순 없지 않은가. 언젠가 인력은 나이가 들든 인사이동이 있든 고정인력으로 시니어나 실무직 관리자를 붙들고 있을 순 없으니 말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신입 양성은 절대 제외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모두 단기적인 자충수를 두냔 말이다. 그걸 부담하는 원인을 보자.
우선 내가 꼽은 이유는 사람 간 협업이 너무나 피로한 것이다.
나는 이 문제의 핵심이 기술 문제 보다는 결국은 인간 관계와 그를 구성하는 조직 설계와 권력구조 그리고 이에 실질적인 경제적인 압박을 주는 평가제도에 있다고 본다.
젠더/갑질/직장 내 괴롭힘 이슈가 사회적으로 중요해진 아젠다의 진보에 각종 조직이나 기업들은 이를 완충하기 위해서 실질적인 공정한 피드백과 코칭문화를 설계하기 보다 신고시스템+교육 이수, 혹은 더 나아가 개선방안과 코칭 멘토링을 빌미로 해고사유 만드는 짓에 더 충실하다.
정작 잔존하는 조직 문제를 진정성 있게 마주보고 해결하는 것이 아닌 눈가리게 아웅인 식으로 구실만 채우다 그를 감당하는 피로감은 실무 인사들에게 떠넘기는 상태가 만연하다. 그 결과 시니어 입장에서는 강하게 피드백했다가 부하직원과 불편해지기만 하거나 인사팀이랑 괜히 피곤한 일만 만들어져 피곤해질 뿐이다. 요구 지시를 했을 때 주니어는 '나에 대한 공격/위계 폭력'으로 인식하기 쉬운 흐름이 이어져 서로가 서로의 입장에 대해 안정장치 없이 민감도만 올라간 상태라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리스크가 아이러니하게 비정상적으로 커진 구조이다(그렇다고 상급자의 막말, 갑질, 폭언, 성희롱, 왕따, 모욕을 쉴드치는 말은 아니다. 세상엔 참 골때리는 주니어도 많지만 골 때리는 개부장도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평가, 인사 시스템이 갈등 회피형으로만 설계되는 것도 문제이다.
조직은 겉핥기 식 '규정과 문서상 안전'에 중시하고 개인의 판단과 갈등을 감수하는 리더쉽은 위험요소로 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그로 인해 주니어와 갈등이 생기는 시니어보다 갈등도 없고 조용한 팀을 만드는 관리자가 조직에서 더 안전하기에 매니저들은 시니어들과 주니어가 업무에서 생기는 갈등과 마찰을 묵살하는 경우가 더 잦다. 이렇기에 조직 내부에선 자연스럽게 그냥 주니어에게 일을 맡기기보다 내가 AI랑 둘이 처리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라는 의사결정이 조용히 늘어가는 것이다.
또한 뭣보다 주니어 교육, 멘토링에 대한 조직적 보상이 거의 없다.
나만 해도 매번 같은 프로토타입 개발 단계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팀들을 위해 그룹을 모아 워크숍 세션을 열어 툴 셋팅과 개발원칙을 시연하고 멘토링을 했다. 단순히 내 에고로 인한 행동이 아니라 매번 그룹 멤들이 제각각 일관성 없이 푸시해대는 커밋을 리뷰하노라니 안압이 높아져 건강도 안 좋아지고 회사에서 일하는 게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 후 디렉터들에게 불려갔다. 쓸데없는 데 시간 쓰지 말라고. 이렇게 적고보니 전 직장...퇴사하길 정말 잘했네. 문제는 저 직장이나 이 직장이나 다 거기서 거기란 거지만(...)
여튼 핵심은 주니어에게 설명, 리뷰, 케어를 해도 보상은 커녕 당장 내 소요되는 리소스에 대한 피해가 크단거다. 그렇기에 차라리 자동화 도구를 써서 즉각적으로 그게 똥이든 쓸만한 결과든 일단 받아보고 내 선에서 걍 처리해버리는 게 훨씬 속 편하고 좋다는 것이다. 결국은 조직문화가 사람과 협업하는 게 피곤한 구조를 만들어 시니어를 몰아가고 그 공백을 자동화 툴로 메우고 있는 것에 가깝다.
결국은 우리는 적당한 결과물로 만족할 수 있던 안목이 없는 클라이언트들만 실상 만나게 되거나 (정말 그렇게까지 까다롭지 않다면 나는 왜 매번 마감을 하고도 숱하게 들어오는 수정요청에 괴로운 나날을 보내왔나) 기술이 사람을 이겨서 인간이 패배한 것이 아니라 갈등, 책임, 감정 소모 없는 관계에 대한 수요를 신자본주의에 의해 부추겨지는 게 어쩌면 더 크지 않을까??
사실은,
AI가 보조사무원의 역량이나 주니어/신입의 실력과 인재역량을 압도해서가 아니라, 사람 간 협업 비용을 조직 내 개인이 감당할 수 없게 만들어진 조직구조가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 AI가 주니어를 밀어내고 기존 경력자의 업계 복직도 어렵게 만드는 현상은 기술이 인력을 정면으로 이긴 신세계 에반겔리온...아 아니, 스펙타클한 기현상이 아니라 이미 망가져 있던 협업 구조와 오프라인에서 서로 부대끼며 유도리있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교류체제 및 조직의 다이나믹스 및 인사 시스템이 AI의 등장으로 다 까발려진 결과에 가깝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여본다.
PS. 여기까지 읽고 '지도 프롤레타리안 노동자인 주제에 드럽게 사측짓하네'라고 생각하신 당신, 걱정마라. 비지니스와 기업 측면에서 무분별한 도입으로 망테크를 탄 썰(비록 디테일은 신상문제로 다 가려버릴거지만)은 다음 포스팅에 올릴거니까.
https://techunting.net/seniors-devs-vs-ai-native-engineers/
https://getdx.com/blog/measuring-ai-in-software-teams-trends/
https://terriblesoftware.org/2025/06/24/why-engineers-hate-their-managers-and-what-to-do-about-it/
https://www.thedrivegroup.com.au/why-software-engineers-quit-manag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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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검사 안했습니다. 오타나 문맥이 이상하면 제가 직접 썼다는 진정성이 담긴 것이니 재밌게 읽으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