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 THE DIFFERENCE TO ME
우기에 잠겼던 쁘라쭈압에 아침이 반짝반짝, 비쳐들었다. 나는 언제부턴지 더운 나라만 오면 침울하게 흐린 하루를 바라는 사람이 되었다. 아무리 꽁꽁 가리고 숨겨도 어김없이 돋아나는 볕 알러지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어제는 구름 끼고 흐려서 자전거로 돌아보기 참 좋았는데.
자전거를 십썽 몽 킁(12시 30분)에 반납하기로 하였기 때문에, 좀 더 부지런을 떨어 숙소를 나섰다.
해변 거리 쪽 골목. 예쁘다고, 연짱이가.
자전거를 반납하러 갔더니, 어제의 할머니 말고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받아주신다. 유쾌한 주인분들이었다. 다음 번에도 잘 부탁드려요.
한낮의 쁘라쭈압. 사진에서는 느껴지지 않지만 매우 습하고 더웠다. 건기에는 시커먼 썩은 뻘이 없었는데. 못 봤다면 모를까, 도착한 첫 날 우기 한정--이라고 믿고 싶은-- 검은 모래 해변을 봤기 때문에, 이 번 여행 중 해산물 식당에는 가지 않았다. 연짱이가 조식 주는 숙소에서 묵고 싶다고 하여, 해변 숙소가 아닌 동네 안쪽에 위치한 숙소를 선택했던 건데, 사나운 개들 때문에 들고 나는 게 힘들고 멀어서 그렇지, 우기의 쁘라쭈압을 생각하면 결과적으로는 잘 한 선택이었다.
도대체 썩은 뻘은 어디서 오는 거지?
한낮의 해변 거리에서 한 블럭 안쪽에 위치한 쑤쓱 거리를 도로시와 천천히 걸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풍경과 구도. 나는 어쩌면 바다보다도 이 풍경이 보고 싶어서 쁘라쭈압에 오는 지도 모른다. 어제, 잠깐 잃어버린 줄 알았던 연짱이를 다시 찾았던 곳. 언제고 찾아도 늘 똑같은 풍경이기를 두 손 모아 빌게 되는 곳. 매 년 겨울마다 이 풍경을 꼭꼭 만나고 싶다.
토니가 레오와 함께 매일 일출과 일몰을 보시는 곳. 2년 전 겨울, 가만히 서서 일출을 보다가, 그 때는 투병 중이었던 아빠의 다 타버린 촛불 심지 같은 모습이 생각 나 오열했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의 죽음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티끌같은 하나의 현상이고, 지구 반대편 성도 모르는 JOHN 씨의 죽음과 같을테지만, 내게 그의 죽음은 우주에 무게를 더할 수 없을 만한 티끌 하나 때문에 우주의 존재와 부재가 달려있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티끌이 있고 없음의 차이. 전 우주가 달려있는 엄중한 차이. 'AH, THE DIFFERENCE TO ME.'
바다만 보면 우기의 쁘라쭈압도 근사하구나. 시커먼 썩은 뻘을 도로와 인도에 물컥, 게워놓고 물러갔던 그제의 냄새나고 더러웠던 바다는 흔적도 없다. 비 내리는 쁘라쭈압 만은 흔히 말하는 '비 내리는 바다의 정취' 따위 깨끗하게 없다.
"그래도 우리나라 돌아가면 그리워할 거잖아."
연짱이 말이 맞다. 그럼에도 매우 그립다.
"엄마, 왜 사람들이 모두 쁘라쭈압 만 끝 쪽에서 바다 사진을 찍는지 알겠어. 그 쪽에서 보는 바다가 제일 예뻐."
그렇구나.
땅거미 지려는 해변을 연짱이와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 우리와의 약속 때문에 일찍 산책을 마치고 마침 집으로 들어서던 토니와 딱, 마주쳤다. 연짱이가 할아버지, 하고 외쳤다.
식사 후 우리를 숙소까지 데려다 주기 위해 토니가 차를 빼러 가신 사이, 너무 말을 안 들어서 잠깐 묶인 신세가 된 레오. 하루 두 끼 중 한 끼는 무조건 사람도 먹기 어려운 소고기를 꼭꼭 드시는 견공이시다.
"무슨, 하루 두 끼에 애가 2년 사이 이렇게 비만견이 된단 말이야? 중간 중간 밥보다 간식을 더 많이 먹겠지."
행복하고 애지중지 대접 받는 삶을 사는 레오. 레오가 나한테는 자식이야, 말씀하시는 토니가 자신의 사후 레오의 거취를 생각해놓지 않으셨을 리는 없지만, 다른 누구의 가족이 되어 산들 지금의 토니처럼 레오를 애지중지 돌볼까. 레오를 위해서라도 토니가 오래 사시기를.
저녁 먹을 식당으로 이동해 볼까.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