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푸덕'
상자를 들고 걸어가는데 그대로 앞으로 넘어졌다.
무릎이 바닥에 쓸리고 부딪혔다.
아픈 줄도 모르고 얼른 일어났다.
아마도 나이 마흔 넘어서 이렇게 넘어지면 안 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으니..
서늘한 쓰라림에 무릎을 살펴보니, 이내 붉은 피가 맺혔다.
집으로 돌아와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이는 동안 더 큰 통증이 몰려왔다.
생각해 보니 이렇게 넘어져서 무릎이 까진 건 십 년이 훌쩍 넘도록 없었던 일이다.
어린 시절에는 무릎이 성할 날이 없었는데, 언제부터인지 그런 부상과는 멀리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시 아이처럼 넘어져 다친 나를 마주하니 묘한 기분이 든다.
요즘 들어 손에도 힘이 없어 접시도 자주 깨뜨린다. 사소한 실수들이 늘어난다.
몸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신호일까?
아니면 마음이 다른 데에 가 있는 탓일까.
예전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을 일인데, 오늘은 참 묘하다.
나이 들어 넘어지면 뼈가 부러진다는데, 상처만 난 걸 다행으로 여겨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