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더 이상 흐릴 수 없을 만큼 은회색이다.
투둑툭 하던 빗소리는 금세 타닥탁탁탁탁하며 바닥을 세게 내리 친다.
온 세상이 비에 삼켜져 숨이 막힌 듯 고요하다.
바닥을 때리던 비는 지루했던지 금세 내리기를 멈춘다.
온 세상이 물빛을 머금어 화장을 한 듯 선명하다.
비를 맞아 키가 쑥 자란 잡초 이파리마다 빗방울들이 몽글몽글 무리 지어 있다.
마치 세상의 모든 고뇌를 흡수한 듯 한껏 부푼 빗방울은
흐린 세상을 정화하고 맑은 빛을 반짝 비춰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