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포트와 화(火)

by 글셩글셩

보글보글보글

커피포트의 물이 끓는다


차르르

커피믹스를 뜯어 컵에 쏟아낸다


또르르르

커피포트의 물을 컵에 붓는다


붓고 남은 물이 다음날, 그다음 날까지

커피포트에 담겨있다


며칠 지나 커피포트 안을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뿌옇게 물때가 물 위에도

물을 비워낸 바닥에

이끼처럼 들러붙어있다


손가락으로 바닥을 스윽 닦아본다

허옇게 된 손가락 끝을 보며

가슴속에서 끓이던 화를 생각한다


끓을 대로 끓어서 뜨겁게 녹은 화를

말끔히 부어내지 못해서


용암이 몸속을 타고 내려

새까만 불때를 남기는 걸까


화가 절절절 끓고 나면

시뻘건 용암을 말끔히 비워내야겠다


거푸집에 부어내어

굳으면 망치로 탕탕 때려 부숴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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