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유의해야 하는 발음들
나는 한국인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강사다. 프랑스어, 처음 배우기로 마음을 먹고 난관에 부딪히는 파트는 바로 발음이다. 외국어 중에서 특히 프랑스어 발음은 어렵다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그러나 몇 개의 발음만 주의해서 익히면 오히려 영어보다 더 발음이 쉽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 중학생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과 목표를 가지고 공부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바로 잘 따라 하는 부류가 있고, 몇 번을 반복해도 하지 못하는 부류가 있다. 계속해서 두 부류의 사람들을 만났고, 입과 혀의 움직임으로 많은 발음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 또는 선천적으로 혀를 잘 못 움직이는 사람들에게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프랑스어를 가르치게 되며 배울 때와는 다르게 한국사람들을 만나며 누구보다 가깝게 그들의 발음을 귀 기울여 들을 수 있었다.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제로 베이스에서 배우다 보니 프랑스 발음을 처음부터 하나씩 가르치면 된다. 그런데 예전에 프랑스어를 배웠던 분들이 중간에 배우러 오시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생각보다 발음을 잘못 알고 계신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학습자들을 관찰한 결과, 한국 사람이 어려워하는 발음 몇 가지를 발견해냈다.
보통 처음 프랑스어를 공부하게 되면 가장 충격적인 발음은 r발음이다. 왜냐하면 알파벳 r은 영어와는 완전히 다르게 발음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면서 들어보지 못한 발음일 수도 있다. 한마디로 흔히들 말하는 '가래 끓는 소리'라고도 한다. 즉, 목 깊이 자리한 목젖이 있는 곳을 건드려야 나는 소리다. 독음 표기는 [에흐]라고 보통 한다. '에'라는 소리로 시작했다가 목젖 부분을 소리 내서 '흐'라고 하며 발음해서 [에흐]라고 발음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발음은 한국어 ㅎ소리가 난다.
그러나, 이 발음이 어렵다고 너무 의식한 나머지 크게 발음을 해서 거북할 정도로 크게 내시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실제 프랑스인들의 발음을 들어보면 크게 소리 내지 않는 발음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정말 목 뒷부분을 살짝만 건드려준다는 느낌으로만 발음한다고 생각하면 좋다.
물론, 이 r발음도 한국어에는 없기 때문에 어렵지만 그 외에도 중요한 발음이 있다.
첫째, [Z] 발음이다.
영어에서 z [제트]고 프랑스어의 한국어 독음은 [제드]라고 보통 표기한다. 근데 실제 이 발음은 한국어에는 없는 발음이다. 보통 표기를 한국어 ㅈ[지읒]으로 표기하지만 한국어는 진동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영어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어 z는 혀 끝과 치아 뒷부분에서 진동을 일으키며 나는 소리가 나야 한다. 근데 여러 사람들이 생각보다 이 진동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을 발견했다. 계속 반복해서 시켜도 한국어 ㅈ발음을 한다. 그러나, 이 발음은 프랑스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꼭 제대로 소리 내야 하는 발음이다. 그 이유는 보통 s와 모음이 만나서 연음이 이뤄지는데 이때, 바로 z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둘째, [S] 발음이다.
영어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어도 이 알파벳은 에스라고 읽는다. 근데 이 발음 또한 많은 한국인들이 하지 못하는 발음이다. 그리고 고치기 위해서는 꽤 큰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프랑스어에서 aussi, suis (être동사 1인칭)라는 단어를 살펴보자. 먼저 aussi는 영어에서 also나 too에 해당하는 단어로 '역시,~도, 또한'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살펴볼 부분은 바로 ssi부분이다. 여기서 발음은 [s] 발음을 해서 좀 날카로운 발음을 해야 한다. 즉, 좀 더 쉽게 말해서 영어 알파벳 abc에서 c발음을 하면 된다. 그런데 이 발음을 한국어에서 호칭할 때 사용하는 '~씨'발음을 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면 한국어의 이 '씨'라는 단어는 입에서 바람이 더 많이 세는 느낌이 든다. 프랑스어는 공기가 나오는 부분을 더 좁게 만들어서 강하고 날카로운 s소리를 내야 하고, 반대로 좀 세는 발음은 ch 복합 자음으로 이뤄져, 고양이를 뜻하는 chat [샤], 강아지 chien [시앙]과 같은 단어를 발음할 때 난다.
셋째, [L] 발음이다.
이 발음은 영어를 잘하거나 평소에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던 분들에게 해당된다. 영어와 발음이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프랑스어는 다른 발음이다. 한국어로 보통 이 알파벳은 '엘'이라고 표기한다. 그러나 영어는 한국어처럼 '엘'이라고 발음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영어는 발음할 때 혀의 위치가 윗 치아 바로 뒷부분에 위치해야 한다. 그래서 귀 기울여 들어보면 [엘]이라는 발음이라기보다 오히려 [에엘]이라고 들린다. 즉 알파벳 하나가 음절이 두 개로 나뉘어서 들린다.
그럼 프랑스어는 영어와 무엇이 다를까?
한국인에게 L이라는 프랑스어 알파벳은 선물과도 같다. 왜냐하면 그냥 편하게 '엘'이라고 발음하면 된다. 마치 한국어를 발음하듯 발음하면 된다. 그러나 이 발음은 영어 발음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분들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그들은 이 발음을 영어 발음처럼 굴려서 [에엘]이라고 발음한다. 사실 이 발음 때문에 영어권 국가 사람들이 프랑스어를 구사할 때 어색하게 들리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어려운 e, u 발음도 있지만 이 발음은 한국인 누구에게나 어렵다. 그래서 e와 u 발음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발음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은 바로 잘 따라 하고,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따로 분류해서 글을 썼다. (e, u 발음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소리가 나는 발음이기 때문에 실제로 들어보는 것이 가장 좋지만 최대한 각각의 발음을 이해하기 쉽게 글로 풀어썼다. 실제 소리를 들려드릴 수 없어서 아쉽지만, 영상을 찾아보면 많은 자료들을 보며 이해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잘 되지 않고 어렵더라도 계속 듣고 반복하다 보면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어렵고, 발음이 잘 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 태어나서 처음 접해보는 언어 아닌가? 쉽게 잘 따라 하는 게 오히려 특이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처음에 어려웠던 발음이 있었지만 구분을 해냈고, 정말 계속 듣고 따라 하다 보니 발음이 좋아졌다. 여러분도 할 수 있다. Bon coura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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