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를 막 시작했다면..
지금 되돌아보면 내가 어떻게 지금 프랑스어가 귀에 들리고, 먼저 생각을 하고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나오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사람마다 언어를 배우는 시기는 다양하지만 나는 거의 20대 막바지의 나이에 처음 프랑스어를 접했기에 빨리 접한 편은 아니다. 그전에는 유럽 땅도 밟아보지도 않았고, 프랑스는 관심 국가도 아니었다.
나는 프랑스어를 처음부터 잘했을까?
어떻게 배웠더라..?
처음 내가 한 것은 누구나 그렇듯 프랑스어를 배우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그리고 발음 하나하나 어색하고 알파벳 e, u의 발음도 구분을 잘하지 못했지만 알파벳 abcd를 하나씩 배웠다. 프랑스어를 처음 접한 나는 프랑스어를 '외계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태어나 처음 접한 언어의 소리였기에 나에게는 외국어가 아니라 외계어라고 표현했던 것이다. 영어 에이, 비, 씨, 디가 프랑스어로는 아, 베, 쎄, 데로 읽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처음 내가 동사 변형(la conjugaison)을 접했을 때가 생각난다. 즉, 동사에는 원형이 있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 be 동사는 동사원형이고, 각각의 주어 인칭대명사에 따라 am, are, is와 같이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내 기억으론 영어를 공부할 때 동사 변형이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그런 거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외웠다. 영어에 있는 이 동사 변형이 프랑스어도 있다.
동사 변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하나씩 외우기 시작했다. 당연히 잘 외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입에 잘 붙지 않고, 생각이 나지 않는 단어가 있다. 나의 경우는 ils sont (그들은 ~이다), ils ont (그들은 ~을 가지고 있다)였다. s의 유무에 따라 발음이 전혀 다르게 소리 난다. 그래서 매우 헷갈렸다. 그렇게 나는 초반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프랑스어를 접하며 가장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있다.
바로 간단한 책을 보고 소리 내어 읽어보고 싶었다. 그래야 내가 스스로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고, 프랑스어를 한다라는 기분이 느껴질 것 같았다. 근데 어땠을까?
감이 전혀 오지 않았다. 읽어도 내 발음에 확신이 없었고, 어색한 기분만 들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왜냐하면 나는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언어를 배우고 있었고, 실제로 그 언어를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프랑스어를 읽는 게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확인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절망감을 느끼며, 프랑스어를 공부해나갔다. 그 당시 나는 혼자 공부하지 않았다. 그 당시 프랑스 여자 친구가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만나서 알려줬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 여자 친구가 있었다고 말하면 하나같이 꼭 하는 말이 있다.
아! 역시, 그 방법이 제일 좋은 방법이지!
그러나 그 당시에 그 친구는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고, 눈감고 들으면 한국인 같을 정도로 한국어를 잘했다. 그래서 우린 한국어로 대화했기에 직접적으로 프랑스어로 대화하며 배우진 못했다. 그러나, 원어민으로부터 1:1 과외를 받은 셈이니 이 부분은 어느 정도 내가 초반에 프랑스어 기반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된 것은 확실하다. 그럼 처음에 원어민 과외가 필요할까? 발음 하나는 제대로 배울 수 있지만 나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법이나 기초는 한국인에게 배워도 좋다. 이것은 내가 직접 가르치면서 내가 초반에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면서 깨달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발음이 좋은 한국인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다. (한 가지만 더 덧붙이면 프랑스 거주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면 좋다.)
시간은 흘러갔고 나는 동사 변형, 표현, 단어들을 하나씩 암기했다. 그 당시 나는 프랑스 회사에서 인턴을 하고 있었다. 벤처기업이라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프랑스 직원들이 있어서 매일 같이 프랑스어를 들었다. 그때 나에게 다가온 프랑스어에 대한 감정은 한마디로 듣기 싫었다.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대화를 하니 이유 없이 듣기 싫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하는 대화를 이해하고 싶었다. 오기가 생겼던 것이다.
내가 너희들 대화하는 거 이해하고 말 거야!
그렇게 시간이 흘러 프랑스로 떠날 때가 다가왔다. 그 당시 나는 충격을 받았다. 프랑스어 듣기 파일을 들을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보고 배웠던 프랑스어 하고는 전혀 다르게 발음이 되는 것이었다. 바로 '연음'이라는 장애물이 있던 것이다. 이때 '연음'이라는 개념에 대해 알게 되었고 한국어에도 연음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 외계어 같이 느껴졌던 프랑스어가 조금씩 영어, 한국어와 비교를 해가며 공통점도 의외로 많다는 것을 느꼈다. 배우는 게 시간이 걸리고 어려워도 조금씩 꾸준히 배워나갔다. 그렇게 프랑스어를 접하고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프랑스로 떠나게 되었다.
결국 나도 일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처음에 고생을 많이 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맞는지,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어디가 끝인지, 얼마나 해야 결과가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마치 내가 외국어를 처음 접하며 이걸 배우는 게 맞는지, 얼마나 배워야 잘할 수 있는지 몰랐듯이 말이다.
그러나, 꾸준히 내가 가는 길이 맞고 나 자신을 믿고 느려도 조금씩 해 나간다면 파리에서 원어민과 프랑스어로 대화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인생에서도 무언가를 하겠다고 도전하고 있지만 확신이 없어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 또한 그다음 도전에 대해 불확실 하지만 하나씩 해나가는 과정 중에 있다. 언어를 터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포기만 하지 않으면 누구나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다고 믿는다.
Bon cour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