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프랑스어를 공부하는데 도움이 될까?
먼저, 나는 프랑스로 떠나기 전 호주에서 2년 가까이 살며 영어를 공부했다. 호주 생활을 마칠 때쯤, 영어로 현지인들과 프리토킹이 가능한 실력까지 키웠다. 그래서 영어를 구사할 수 있었던 사람의 입장에서 프랑스어를 배우는데 영어가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단점은 없는지 글을 써보려 한다.
일단 나는 호주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그중에 한 가지를 꼽으라면 자신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자신감은 내 삶 전반적인 자신감과 외국인과 대화할 때 자신감 이렇게 2가지 영역에 도움을 줬다.
호주의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땐, 마치 군대를 전역하고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만 같던 그때의 자신감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인생에서 큰 과제를 해결한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 영어로 들었던 팝송, 미드, 영화가 다르게 느껴졌다. 알고 있던 배우들의 목소리가 다르게 느껴졌고, 그들이 말하는 문장들이 신기하게도 저절로 해석이 되고 이해가 되니 기분이 색달랐다. 한마디로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그리고 나는 '이제 나도 영어를 꽤 하는 사람'이라고 새롭게 나를 정의했다. 그리고 외국인을 만나 자신감을 갖고 영어로 대화하는 게 나에게는 새로운 일상이 되었고 익숙해졌다.
이러한 영어실력을 갖고, 프랑스어를 접하게 되었다. 프랑스어를 처음 배우는데 알파벳이 영어와 똑같이 A~Z까지 있는데 몇 개를 제외하곤 전혀 다르게 발음을 하고, 심지어 생전 처음 들어보는 소리도 있었다. 나는 당황했다. 20년이 넘게 당연히 A는 '에이'라고 발음한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아'라고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그리곤 내가 믿고 있던 생각이 잘못됐고, 각 외국어마다 다르게 소리 난다는 것을 이해해야만 했다. 아마 프랑스인들이 들으면 섭섭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지금의 영어는 프랑스어에서 비롯된 단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점도 있었다. 알파벳을 새로 공부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악성(accent)이 있는 경우는 제외하고 기본 알파벳은 A~Z까지 총 26개로 이뤄져 있었기 때문에 일본어, 중국어처럼 따로 히라가나, 한자 같이 새롭게 공부해야 하는 수고는 덜 수 있었다. 그러한 이유로 단어의 조합들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문제는 눈에만 익숙할 뿐, 발음은 전혀 다르게 난다는 것이었다. 영어가 너무 익숙한 우리는 프랑스어를 처음 접할 때, 무의식적으로 영어처럼 발음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영어를 잘하면 잘할수록 단점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먼저 중요한 것은 지금껏 알고 있던 영어 발음을 잊고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마인드 세팅을 하고 다가가야 한다.
그럼 프랑스어가 영어와 알파벳이 같아서 도움이 되었던 것을 제외하고 어떤 점이 영어를 하면 좋은지 살펴보자.
첫째, 발음을 떼고 단어를 암기하고 문장을 만들 때쯤, 나는 영어가 큰 도움이 되었다. 문장 구조가 영어와 90% 같았기 때문이다.
주어 + 동사 + 보어 (형용사 or 명사)
이 부분은 문장을 만들 때 도움이 많이 되었다. 영어가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가 문장 구조가 한글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어도 먼저 주어와 동사가 먼저 입에서 나와야 하는데 한국어는 동사는 끝에 오기 때문이다. 나는 머릿속에서 한국어-> 영어로 생각을 하고 말하지 않는 단계까지 훈련이 되었기 때문에 프랑스어를 배울 때 바로 접목시키면 됐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한국어는 우리가 태어나서 바로 접한 언어기에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말할 수 있지만, 외국어는 처음 뇌에서 해석을 거쳐서 말해야 하는데 이 과정의 수고가 50%는 줄여주기 때문에 영어의 도움은 정말 크다고 생각한다.
둘째, 영어와 철자가 100% 동일한 단어가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뜻도 거의 비슷하다.
이 부분은 영어를 어느 정도 공부한 한국인 전부에게 해당된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우리가 알고 있는 영어의 많은 단어들이 사실 프랑스어에서 유래되었다. 예를 들어서 question, possible, table, important, condition, situation, opinion과 같은 단어들이다. 웬만한 한국인은 이 단어들의 뜻을 알고 있다. 프랑스어 발음은 다르지만 뜻은 영어와 같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몇몇 단어들은 따로 암기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신기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영어를 사용하며 이상하게 철자가 외워지지 않았던 단어가 있는데, 바로 레스토랑, 식당을 뜻하는 restaurant이라는 단어다. 이 단어 또한 프랑스어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불어 식대로 발음해보니 왜 단어 끝의 't'가 영어에서도 소리가 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프랑스어라고 생각하고 써보면 쉽게 쓰인다. 이렇게 프랑스어는 2% 부족했던 영어 학습에도 도움이 되었다.
정리를 해보면,
1. 영어를 해서 외국인과 대화하는데 자신감이 있던 것
2. 알파벳이 같은 것
3. 문장 구조가 같은 것
4. 서로 의미와 철자가 같은 단어가 있다는 것
이렇게 4가지가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썼기에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확실히 영어를 하면 프랑스어를 학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영어와 프랑스어가 비슷한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같은 점보다 다른 점이 더 많다는 것을 느낀다. 아무래도 이 이유 때문에 프랑스어가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글이 너무 길어질 듯해서 다음 글에서 남겨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