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살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은 내 삶에 영향을 끼쳤다. 그래도 해외 생활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그들과의 관계를 계속해서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다시 생각해보면 외국인 친구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와의 관계를 지속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그 이유로 지금은 파리에서 만난 '아드리앙'이란 선생님과 자주 연락을 하지 않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내가 처음 프랑스에 도착해서 프랑스어를 배우기로 시작한 곳은 파리 중심에 위치한 오페라 역 근처였고, 어학원의 이름은 A.A.A. 였다. 이때부터 나는 매일 아침 출근시간에 파리지앵들과 같이 메트로에 내 몸을 싣고 같이 파리 메트로 여행을 했다. 누군가 여행으로 오면 오페라 역에서 나와 오페라 앞에서 사진을 찍고 뒤편으로 넘어가 쇼핑을 한다. 그러나, 나에게 오페라는 매일 보는 풍경이 된 것이다.
오페라 역을 등지고 걸어가다 보면 어학원이 나오는데, 그 주변은 출근하는 파리지앵들을 관찰하기 좋은 곳이다. 주변에 카페가 많아 커피와 크로와상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는 파리지앵들도 볼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점은 파리의 공유 자전거인 벨립을 타고 정장을 입은 채로 출근하는 것이었다.
어학원을 찾아가는 길을 어렵지 않았고,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레벨 테스트를 보고 운이 좋게도 A2수업에 배정이 되었고, 첫 수업은 rémy [헤미]라는 프랑스 남자 선생님이었다. 보통 사람보다는 덩치가 있던 그는 내 첫 프랑스 선생님이었다. 나이는 나보다 5살 정도 많아 보였다. 첫 수업부터 100%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수업이 시작되었고, 다행히 수업이 어렵게 느껴지기보단 재미있었다.
그렇게 2달 정도를 이 선생님에게 수업을 듣고, 레벨 업이 되어 B1으로 가게 되었고, 이름은 Flore라는 여자 선생님에게 수업을 듣게 되었다. 며칠을 들어보니 이 분의 수업은 내 스타일의 수업이 아님을 느꼈고, 진도가 느리게 느껴졌다. 마침 그때 같은 레벨이지만 진도가 조금 더 빠른 다른 반이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또한 그 선생님이 잘 가르친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꼭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반 재배치를 어학원 측에 요청했다. 어학원에서는 레벨 테스트를 통과하면 가능하다는 말을 전해왔고, 나는 레벨 테스트에 응하기로 결심한다.
레벨 테스트 후, 통과하여 그토록 원하던 수업을 듣게 된다. 이때 만난 선생님이 바로 아드리앙이다. 내가 그분의 수업이 맘에 들었던 점은 수업 진도만 맞춰서 수업을 진행하는 형식이 아니라 조금은 자유롭게, 수업 전에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일상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표현이나, 학생들이 실수를 하면 그 점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또한 수업 진도도 조금 스피드가 있었던 점도 맘에 들었다. (현재 프랑스어를 가르치게 된 나도 그분의 수업 스타일을 생각하며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나는 프랑스 생활을 끝 마치기 전까지 수업을 들었던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럼 나는 어떻게 이 선생님에게 수업을 계속해서 들을 수 있었을까?
나에게 맞는 선생님을 만난 기쁨도 잠시, 어학원 등록 6개월이라는 시간은 흘러갔다. 그쯤에 어학원 문제로 그 당시 선생님들이 대거 바뀌는 시기가 왔고, 내가 알고 지내던 선생님들이 다 그만두는 상황이 오게 되었다.
나중에 수소문 끝에 아드리앙 선생님이 15구에 위치한 어학원에서 강의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파리에서 그분이 아니라면 나에게 맞는 수업을 할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나기 어렵다는 느낌을 강하게 느꼈고, 그분이 있는 곳을 찾아갔다.
어학원 등록을 위해 찾아간 그곳은 오페라 역 근처에 위치한 동네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조용하고, 주택가 느낌의 한적한 곳에 위치해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학원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좋았다. 리셉션에 계신 한국분과 상담 끝에 아드리앙이란 선생님이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등록을 결정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처럼 그분을 따라서 어학원을 옮긴 학생들이 많았다.
이후로 계속해서 이곳에서 B2~C1 수업을 아드리앙 선생님 수업을 듣게 되었다. 하루의 일과 중 어학원에서 프랑스어 수업을 듣는 걸로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현재 구사하는 프랑스어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계기 중에 하나가 아드리앙 선생님 덕분이다. 대략 1년 넘는 기간 동안 한 선생님으로부터 프랑스어를 배운 것이다.
나중에 같이 지내는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친분을 쌓게 되었고 그는 나와 동갑인 것을 알게 되었다. 동갑내기 친구였던 것이다. 심지어 생일도 5일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위에서는 그래도 선생님이기 때문에 존칭을 썼지만 사실 어학원을 다니며 서로 이름을 부르며 지냈다. 그래서 존칭으로 쓴다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다.
(아래부터는 친구라 생각하고 존칭은 생략..)
더 친해질 수 있었던 계기는 내가 이 어학원 한국인 리셉션에서 일하면서부터였다. 즉, 그와 나는 직장 동료이자 학생과 선생님의 관계가 된 것이다. 어학원에서는 업무적으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일도 많아지고 더 친해지게 되었다. 그 후, 사적으로 만나 파리에 위치한 바에서 다른 어학원 동료들과 만나기도 하며 좋은 추억을 쌓았다.
내가 프랑스어를 재밌게 배우고, 프랑스어 수업을 들을 때마다 기쁨과 행복을 느끼며 들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드리앙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파리 생활을 생각하면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일하며, 일주일에 5가지 일을 하기도 하며 열심히 살았다. 그래도 눈을 감고 그때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아무래도 하루의 시작을 기분 좋게 프랑스어를 배우며 보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하고, 무언가를 배운다는 느낌 그리고 배운 것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인생을 살며 누구를 만나느냐는 정말 중요하다. 인생을 바꾸기까지 할 수 있다. 내가 보통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게 프랑스어를 배우고 구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드리앙이라는 친구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내게 맞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든 만나려고 노력했던 나를 생각하면 '참 잘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현재는 서로의 삶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기에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되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만나서 그때는 참 고마웠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시간을 내어 잘 지내는지 안부 인사를 한마디 건네어 보려고 한다.
여러분은 저의 친구 아드리앙과 같은 사람, 누구일까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