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파리 한 달 살기
언젠지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20대였던 것 같다. 국내에서만 정착해서 사는 삶이 아니라 해외를 오고 가며 자유로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해외 경험이 없었을 때는 전혀 생각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러나 처음 호주에 살며 해외 거주 경험을 한 뒤로, 한국에만 정착하여 살아가는 삶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것만 같았다. 이때부터 내 역마살은 시작됐다. 호주를 시작으로 프랑스, 모로코, 알제리에 살며 총 6년 가까이 해외생활을 했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국내 일상에서 해외에서의 새로운 경험은 내 인생에 재미와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모로코, 알제리에서 근무하며 살아갈 때도 출장으로, 휴가로 자주 프랑스를 방문하였고 프랑스에 갈 때마다 제2의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좋았고, 예전의 파리 유학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왠지 모르게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젠 언어가 통해, 자유롭게 프랑스인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알고 지내던 지인들을 만날 수 있던 것도 프랑스가 특별히 느껴졌던 이유다.
코로나가 터진 후로는 해외에 나가지 못했으나, 코로나 이후로는 현재 매년 프랑스 파리에 가고 있다. 그것도 한번 가면 한 달 정도는 계획하고 간다. 누군가는 로망인 파리 한 달 살기를 나는 매년 하는 셈이다. 1년에 한 달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적지 않은 시간이고, 누구나 할 수 있지는 않다.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한 달 휴가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내가 파리에서 한 달이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유는 현재 하고 일 덕분인데, 난 내가 일 해야 할 때를 정해서 일한다. 그리고 파리에 가는 목적이 그냥 쉬러 가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기획하고 생산해서 결국 내 일의 성장을 위한 일이기에 오히려 좋다. 물론 그냥 쉬러 가는 여행도 좋지만, 언제부턴가 여행을 하면서도 의미 있는 결과물을 생각하게 된다. 이왕 해외에 가는데 그냥 시간만 보내기보다 생산적인 결과물을 생각하게 된다. 비록 그 결과물이 작은 깨달음 또는 작은 기록이 될지라도 그냥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내가 생각하는 가치관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그냥 재미로만 살아가는 어린아이가 아닌 어른으로서, 필요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막연하게 출장으로 해외에 오고 가는 삶을 원했는데, 지금 내 삶을 보면 그에 걸맞은 삶을 살고 있어 새삼 신기하다. 그리고 그 국가가 프랑스라서 좋다. 어떨 때는 프랑스에서의 한 달의 삶이 한국의 삶보다 더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프랑스 파리에 가면 이젠 대략적으로 눈을 감고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말할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스폿, 맛집 등이 생각난다. 또한 파리에는 지인들이 있어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정도면 파리는 나의 제2의 고향이라고 불릴만하지 않을까?
이러한 이유로 인해, 프랑스에 자리 잡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까지 했는데, 한국에 벌려둔 것들이 있어 당분간은 국내의 삶을 선택했다.
새삼 코로나 이후로 매년 한 달씩 프랑스에 일하러 다니는 내 삶이 감사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끄적여본다. 일주일 후면 또 프랑스 파리에 한 달 동안 있을 예정이라 기대가 되고, 무엇보다 오랜만에 조금은 따뜻한 계절의 파리를 만날 것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