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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투안 Sep 25. 2020

프랑스어 강사가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점

사람에 대한 '기대'에 대하여

 나는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강사다. 햇수로 3년 차다.


  직업 특성상 강의를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처음 오프라인에서 강의를 시작하면서 1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시작했고, 그 후에 학원, 기업 출강, 개인 수업 등을 통해서 100명 가까운 사람들을 만났다.


 코로나 이전에는 내가 맡은 학생이 25명 가까이 됐었고, 내 스케줄은 하루에 수업을 많게는 4개를 진행했다.  하루 종일 강의를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턱 부분에 통증이 오기도 했고, 원인은 발견하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턱의 통증으로 나타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강의를 하는 그 순간은 행복했다. 내가 아는 것을 누군가에게 가르치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정말 짜릿하다.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외국어인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아닌 제2 외국어 프랑스라서 확실히 수요가 적긴 하다. 그래서 내가 강의를 모집하고 수업을 하면 보통 개인 수업 또는 소규모 그룹으로 대략 2~3명이 수업을 듣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수업을 진행하며 한 주간 어떻게 지냈는지 근황을 묻게 되고, 학생에 따라 개인적인 얘기까지 하게 되고 가깝게 지내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 모두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하루를 보내며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심지어 간단한 장을 볼 때도 우리는 마트에 가서 종업원, 계산원들을 만나며 한마디라도 하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관계인 것이다.

 강의를 하면 보통 2시간을 진행하다 보니, 서로의 눈을 보고 외국어 특성상 입을 보게 되고, 그렇게 인간관계가 형성된다.


 모든 사람은 제 각각 유니크한 에너지, 분위기를 갖고 있다.



누군가와 시간을 같이 보내면 대화가 잘 통하고, 활기찬 에너지로 내가 재충전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와 반대되는 경우도 있다. 기분이 다운되고, 오히려 힘이 빠지는 경우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형성된 인간관계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강의하는 동안만 서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관계를 유지해가며,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때 편하게 연락을 하는 관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나도 무의식적으로 사람에게 기대를 갖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사람에 대한 기대가 나에게 상처를 준 몇 개의 에피소드가 있다.

 



 첫째, 한 학생과의 수업 진행 중에 재수강 전 마지막 수업 날, 그날도 나는 강의 장소를 예약 후, 학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수업 시간이 지나도 학생은 오지 않는 것이었다. 카톡을 하고, 전화를 해도 대답이 없었다. 그렇게 그 학생은 그날 나타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서 카톡을 확인한 것을 알 수 있었고, 지금까지 왜 오지 않았는지 모른다.)


 둘째, 한 학생은 한 2달 정도 수업을 진행하며 코로나로 인해 한국에 잠시 와서 프랑스어를 놓치고 싶지 않아 수업을 신청한 학생이었다. 일주일에 2회 정도 수업을 1:1로 수강했다. 근데 수업을 신청하고 2달간 5번은 나오지 않았다. 근데 이유가 다 예기치 않은 접촉사고가 많았다. 너무 잦은 사고가 생겨서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다. 근데 이 학생도 첫 번째 학생과 동일하게 예정된 수업 마지막 날, 수업 장소에는 나타나지 않았고, 카톡, 전화에 대한 답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 현재까지 이유는 모른다.


 마지막 학생은 한 6개월가량 수업을 꽤 오래 들었던 학생이다. 수업 후에 식사도 같이 하기도 하고 꽤 친하게 지냈다. 이 학생과는 마지막 날 수업을 마치고 별 일은 없었다. 나는 보통 수업 후에 후기를 남겨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이 학생에게도 수업을 마치고 카톡으로 링크를 첨부해 부탁을 했다. 그러나 학생은 카톡 확인을 늦게 확인하더니, 후에 '읽씹' 한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후에 지금까지 서로 어느 말도 없는 사이가 됐다.


 사실 어떻게 보면 세 번째 학생은 앞의 두 학생과 비교하면 충분히 이해하 수 있는 경우다. 바빠서 답장을 못했을 수도 있고, 또는 귀찮거나 하기 싫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에게는 실망감이 더 컸다. 왜냐하면 나는 수개월 동안 인간관계를 형성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서로가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지금 되돌아보면 나의 '기대감'때문에 상처를 입었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도 계속 생각이 났고, 나 혼자 왜 그랬을까? 라는 질문을 했지만 실망감만 더해졌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

 


 지금까지 내 인생을 되돌아보면 나에게 이러한 상황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이러한 행동을 했을 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를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봤던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을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기대감이 나에게 상처로 돌아올 줄 몰랐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몇 번 반복되다보니, 비슷한 일이 또 생기면 '아!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좀 더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이 경험은 나에게 사람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내가 그전에는 사람들과 가까운 교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이다. 나에게 이러한 경험은 '사람에게 기대를 가지면 안 되는구나'라는 교훈과 한편으로는 씁쓸한 감정이 교차했다. '기대'가 있으면 '실망'도 있는 법, 그 이유는 세상에는 나와는 다른 사람들, 그리고 내가 상대방을 컨트롤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망각의 동물인 사람이기때문에 언젠가는 나도 모르게 어떤 누군가에게 기대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전과 달라진 점은 실망을 해도 '그럴 수도 있지'하고 넘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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