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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투안 Oct 06. 2020

내가 프랑스어를 가르치게된 이유

프랑스어 강사가 된 이유

프랑스어 강사로 활동한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나는 원래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


아니다.

그럼 나는 왜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학교를 다니며 친구에게 시험 보기 전에 잠깐이라도 설명을 해줬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공부를 아주 잘 한편은 아니었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가끔 나에게 물어보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럼 내가 알고 있는 한에서 설명을 해주었다. 그때 나는 무언가를 가르쳐주고 느꼈다.


 '이거 이상하게 기분이 좋네?'


그리고 잠깐 이런 생각을 했다.


'나중에 내가 무언가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된다면 어떨까?',  '가능할까?'


내 생각은 딱 여기까지였다. 그리고 더 깊이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당시 내가 선생님이 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어릴 때 공부를 잘하지도, 그렇다고 공부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학창 시절에 반에서 쉬는 시간이면 책을 보는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와 반대로 나는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뛰어노는 것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시절을 되돌아보면 나는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과 축구를 한 기억밖에 없다. 그리고 그때 가수들의 춤을 따라 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지금은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외출할 때는 항상 가방 속에 책을 한 두권 넣고 다닌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책을 읽으려고 한다. 예전에는 이해가 되지 않던 책을 읽는 행위가 지금은 너무 당연하고, 책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 되었다. 살면서 내가 변한 것이다.


시간이 흘러 대학교 휴학을 내고 호주로 떠나게 됐다. 호주 생활을 시작하며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생겼다. 바로 '테솔(TESOL)'이라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었다. TESOL은  Teaching English for Speakers of Other Language의 약자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을 말한다.


 테솔 코스는 영어를 사용하며 동시에 호주식 교수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다양한 액티비티를 통해 동기들 서로를 가르치는 실습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했다. 3달가량 매일 수업을 들으며 수업 내내 영어를 사용했기에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매일 하루가 기대가 되었다. 같이 수업을 듣던 동기들이 다양한 국가에서 온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들을 매일 만나 소통하는 것만으로 뜻깊은 경험이었다. 코스를 마친 후에, 언젠가는 영어 선생님을 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준 사건이었다.

아시아인은 나 혼자였던 호주 케언즈 크루즈 여행

 프랑스어를 배우게 된 계기는 호주의 생활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나는 호주에서 영어를 구사하며 외국인들과 어울리는 생활을 즐겼다. 시간이 흘러, 배우면 배울수록 나는 현지인들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때 나는 예전의 나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신기했다. 호주에 처음 도착했을 때, 긴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었기에 시간이 흘러갈수록 발전해 나가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갖고 프랑스어를 배우게 됐다. 프랑스어도 처음 6개월은 내가 무엇을 공부하는지 몰랐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재미를 느꼈다. 그렇게 프랑스어 또한 내가 좋아하는 언어가 되었고, 영어보다 더 집중을 했더니 영어 실력은 떨어지고 프랑스어가 편해지는 시기가 오기까지 했다.


 그렇게 프랑스 생활을 마치고 알제리로 떠났다. 프랑스어 통번역으로 취업을 한 것이다. 알제리 생활을 마치고 모로코까지 가게 되는데, 모로코에서 프랑스어와 관련된 블로그를 운영하게 된다.


 그때 처음으로 항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자'에서 나만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생산자'로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이게 중요하다. 나를 바꾼 것이다. 소비만 하던 사람이 생산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거의 매일 같이 문법, 표현에 대해 설명을 하며 녹음까지 해서 올렸더니 차츰 사람들로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책을 내라는 사람, 교수님보다 설명이 좋다는 사람, 시중에 나와있는 어떤 교재보다 이해하기 쉽다는 사람까지. 예상치 못한 답변들이었다. 당연히 나는 기분이 좋았다.


 내가 설명을 잘하나?


이렇게 또 한 번 가르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전까지 나는 누군가에게 객관적으로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기에 잘 몰랐다. 그러나, 내가 갖고 있는 전문지식을 드러내자 피드백을 받을 수 있던 것이다.


나중에 한국에 가서 프랑스어를 가르쳐볼까?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렇게 블로그는 계속 운영을 해나갔고, 그 후로도 칭찬을 해주시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 결과 나는 가르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강의를 하는 모습

한국에 귀국 후, 기회가 생겨 프랑스어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고, 10명에 가까운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 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강의를 했고, 올해는 인강 촬영을 하게 됐고, 온라인 줌 강의도 진행하는 중이다.




이렇게 결심을 하고 외국어, 그중에서 어렵다는 프랑스어를 가르치고자 마음먹게 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내가 좋아하는 언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마음)

둘째, 프랑스 생활을 하며 발음이 좋다는 얘기를 현지인들로부터 많이 들었다. (발음에 대한 자신감)

셋째, 내가 배울 당시 부족한 자료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배우는 사람들에게 내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

(남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


그리고 무엇보다 소비만 하던 내가 생산자로서 콘텐츠를 생산했던 그 행동이 큰 영향을 주었다. 그때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나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한다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고, 가르치는 것에 대한 자신감 또한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인생이 항상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일이 기대되고, 내년이 기대된다. 꾸준히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면 계속해서 기회가 생기는 것을 느낀 한 해였다.




 유튜브 신사임당 채널에 유수연 토익 스타강사가 나와서 이런 말을 했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재지 말고 나에게 들어오는 일은 일단 하고 봤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그중에서 몇 개가 터지더라."  

 나 또한 어떤 기회가 왔을 때, 잠시 고민한다. 할까 말까? 그럼 이 말을 떠올리며, 그냥 일단 하고 보자라는 마음이 생긴다. 해보지 않는 이상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고민이 된다면 일단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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