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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투안 Apr 12. 2024

프랑스어가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 2가지

최근 프랑스어를 가르치며 사람들이 보통 프랑스어를 학습하며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 2가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첫째, 프랑스어는 한국어 발음에는 없는 발음이 존재한다.
둘째, 한국어는 명사와 명사가 결합하여 하나의 의미를 지니는 단어를 이루지만, 프랑스어는 불가능하다.


첫 번째 난관


 처음 프랑스어를 배울 때, 꼭 거치는 과정이 있는데 바로 [아베쎄데]라고 불리는 ABCD 알파벳이다. 처음 시작은 할만하다. 아베쎄데라는 알파벳은 한국어 발음과 거의 비슷해서, 따라서 발음하기가 비교적 쉽다. 그러나 그다음 알파벳 발음을 따라 하다 보면 한국어에는 없는 발음이 나오기 시작한다. 처음 마주하게 되는 알파벳 중, 어려운 알파벳은 [e]이다. 한국어로는 사실 정확히 쓰는 게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해를 돕기 위해 보통은 [으]라는 독음을 사용하곤 한다. 수강생들에게 독음은 참고만 하라고 몇 번이고 얘기해도 사실 아예 보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에 한국어 발음과 비슷하게 읽으려고 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생각을 해봤다. 왜 그럴까?

최근 뇌과학에 관심이 많아 관련 도서들을 찾아 읽고 있는데, 이 또한 우리의 뇌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이 든다.


 생각해 보면, 우리 뇌는 몇 십 년간 한국어에 익숙해져 있기 마련이다. 길거리에서 들리는 외국어나, 해외에 나갔을 때 들리는 언어는 언어로 들리지 않고, 어떨 땐 소음으로 들리기까지 한다. 우리의 뇌는 살면서 어떤 의미를 지닌 언어로 받아들였던 적이 없기에, 그냥 뇌에서는 듣기 싫은 소음으로만 치부하기 마련이다. 의미가 없는 소리가 들린다면, 뇌에서는 언어가 아닌, 시끄러운 소리로만 받아들이는 것이다.


 프랑스어도 마찬가지다. 처음 들어보는 알파벳 발음을 마주하게 되는데, 뇌에서는 지금까지 사용하던 발음에 익숙한 나머지 "내가 말하기 쉽고 듣기 편한 한국어 발음으로 이야기해'라고 계속해서 속삭인다. 우리는 이러한 속삭임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자신에게 편한 한국어 발음과 비슷하게 발음하려고 하며, 익숙지 않은 프랑스어 발음은 뇌에서 마치 '이 발음은 처음 듣는데?, 이 발음은 틀렸어'라고 속삭이기 시작한다.


여기서, 우린 처음 장애물을 만나는데, 이 난관을 건너는 방법은 계속해서, 새로운 발음을 듣고 따라 해봐야 한다. 사람에 따라 발음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차이가 있지만, 누군가는 바로 어렵다고 치부하며 포기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몇 번이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샌가 특이하게만 들렸던 발음이 익숙해지며 편안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두 번째 난관


두 번째 난관에 봉착할 때는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어의 문법 체계를 통해 프랑스어를 노력한다는 것에 있다. 예를 들어 한국어로 '프랑스 식당'이라는 단어는 명사와 명사가 결합하여 한 단어를 이룬 것이다. 즉 프랑스라는 명사와 식당이라는 명사가 하나의 의미를 지닌 프랑스 식당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럼 우린 기본적으로 명사와 명사가 만나서 새로운 단어를 생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프랑스어를 배울 때는 이 점을 잠시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데, 프랑스어로는 restaurant français라고 하며 명사 + 형용사의 순서로 한국어와는 다른 문법체계로 단어를 이룬다.


만약 영어도 잘 모르는 한국인에게 이것을 설명한다고 했을 때, 이 부분에서 이해를 하지 못한다.


"프랑스어로 프랑스 식당이 restaurant français인데 명사와 형용사가 결합된 단어예요."

"프랑스 식당은 명사와 명사가 만난 거 아닌가요?"

"아 한국어는 맞는데 프랑스어는 명사와 명사가 만나서 한 단어를 만들어 낼 수는 없어요"


프랑스어를 배우는데도 우리나라의 언어인 한글의 문법체계를 통해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만약 이렇게 의문을 제기하는 수강생이 있으면 한국어의 문법과 함께 비교를 하며 프랑스어를 가르쳐야 한다. 심지어 프랑스어 형용사는 영어와는 달리 주로 명사의 뒤에 위치하여 뒤에서 꾸며준다. 이 또한 새로운 문법 체계이기 때문에 처음엔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나는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이 있다.





1.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는 잠시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언어 문법 체계(한글)를 가지고 다가가지말자.

2. 이를 잠시 내려놓고, 내 기본 지식이 모두 맞다고 생각하지말자.

3. 새로운 정보와 문법을 예전의 내 지식 체계와 비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하자.



이는 비단 언어 학습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 전 영역에서 내 사고방식과는 다르면 틀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까지 내가 믿고 있던 것이 틀릴 수 있고, 어떨 땐 내 지식체계를 되돌아보며 새로운 것을 내가 지니고 있는 믿음과 지식으로 판단하지 않고, 받아들이기도 하며 살아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 우리 인생은 매일 새롭게 변화할 수 있고, 인생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나아가서 세상을 더 크게 이해하는 눈을 갖게 될 것이다.



파리 방브 벼룩시장 (20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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