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 팟캐스트 추천
프랑스에 가기 전 6개월가량 아베쎄데 알파벳부터 시작해서 간단히 자기소개 정도까지 하는 단계까지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우선 알파벳부터 이질감이 많이 드는 발음이 있어서 다가가기가 어려웠다. 두 번째 난관은 동사 변형이었는데, 주어인칭대명사에 따라 동사원형에서 변형을 해야 문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예) 영어에서 be 동사에서 I am, You are, He/She is와 같은 변형을 의미"
동사변형(Conjugaison)은 그전까지 내가 알고 있던 영어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암기해야 하는 형태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보였다.
세 번째 난관은 듣기에서 만나게 되었다. 공부를 시작하고 몇 개월이 흐른 뒤, 하루는 원서 교재의 듣기 음원파일을 들어봤는데, 들리는 단어가 진짜 1개도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들리지 않았다.
내가 지금 무얼 듣고 있는 거지? 내가 몇 개월간 공부한 프랑스어가 맞나?
그 후로 충격을 받은 후로, 잠시 포기해야 하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동안의 고생은 뭐였나 생각도 들었다.
문제는 텍스트를 보며 청취를 하는데도, 내가 생각하는 대로 발음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왜 이 사람들은 텍스트 그대로 발음하지 않는 거지? 왜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발음하지?
바로, 연음이 걸림돌이었던 것이다.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현지인들은 연음을 많이 한다는 것이었고, 이는 텍스트에서 보이는 그대로 발음하는 것이 아니었다. 시작한 지 막 얼마 안 된 외국인의 입장에선 막막하게만 다가왔다.
이를 어찌한담?
불어 실력이 처참한 상태로 나는 프랑스로 가게 되었고, 현지에서 또한 당연하게도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들리지 않고 이해가 안 될뿐더러, 소통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표현을 할 줄 모르니 벙어리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후로, 나는 결심했다.
듣기를 미친 듯이 해야겠구나
벌써 10년 전이지만 그 당시에도 애플기기에는 팟캐스트라는 어플이 있었고, french라고 영어로 검색하면 다양한 채널에서 듣기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었다. 시각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오로지 귀로 듣기만 할 수 있는 라디오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정말 다양한 채널을 만날 수 있고, 그 당시보다 질 좋은 채널들도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이제 프랑스어 학습 자료가 부족해서 프랑스어 공부를 하지 못한다고는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 당시 내가 들었던 팟캐스트는 <One thing in a french day>라는 채널이다.
해당 채널은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외에도 현재 많은 채널을 구독해서 틈만 나면 듣곤 하는데, 기회가 되면 다음에 공유해 볼 예정이다.
어찌 됐든, 다시 그때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끝내보자면, 주로 나는 오전에 수업을 듣기 위해 어학교로 이동했는데 주로 메트로를 이용했다.
나는 나 자신과 약속을 했다.
앞으로 메트로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은 항상 팟캐스트를 듣고, 자유시간이 있을 때마다 듣자. 내가 듣기 좋아하는 음악은 잠시 멀리하자.
나와 이런 철칙을 세우고, 매일 같이 빠지지 않고, 프랑스어 듣기를 했다. 물론 이해가 되지 않았고, 들리지 않는 발음이 수두룩했지만, 그냥 기계 같이 듣기만 했다. '아이들도 처음 세상에 태어나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각 상황에 맞게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며 언어를 습득하듯이, 성인들 또한 외국어를 접근할 때 "비슷한 방식으로 습득되지 않을까"라는 가정을 세우고 나 자신을 끝까지 몰아붙였던 것이다.
1개월, 2개월, 3개월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음악 듣는 것을 참고 프랑스어를 듣고 있는 나를 볼 때는 그 뿌듯함이 다른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물론 음악을 단 한 번도 듣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메트로를 타고 이동할 때만큼은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6개월이란 시간이 흐르자, 지금 생각하면 신기할 정도로 원어민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고, 그때부터 프랑스어에 대한 흥미와 재미가 생겨, 언어 실력에 가속도가 붙었던 것 같다.
그전까지 DELF경험이 없던 나는 프랑스 생활 1년쯤 되었을 때, 파리 근교에서 DELF B2를 시험 봤고, 첫 시도가 바로 취득으로 연결되었다.
델프를 되도록 빨리 취득하는 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나보다 더 프랑스어를 잘하는 사람들 또한 많다. 그렇지만 나 자신이 판단하기에 이와 같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스스로 정해, 끝까지 지켜내려고 했던 노력이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개인적으로 언어는 무엇보다 듣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노력하며 습득하려는 언어를 머릿속에 들려주다 보면, 어느샌가 뇌에서도 익숙한 언어로 받아들이게 되고, 이질감이라는 단어는 익숙함으로 바뀐다고 생각한다. 직접 경험으로 깨달은 부분이기도 하다.
언어 학습의 끝은 없고, 한동안 손을 놓게 되면 퇴화하게 된다. 모국어인 한국어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단어를 알게되면 기억해서 나중에 사용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따라서 지금도 웬만하면 이동할 때, 음악을 듣기도 하지만, 프랑스어/영어 팟캐스트를 들으려고 한다.
어제부터 새롭게 나와 약속한 것이 있는데, 이번엔 영어 팟캐스트에 조금 더 집중해서 출퇴근 시에 듣자고 다짐했다. 일단 2024년 올해, 어딘가 이동할 때는 영어를 듣기로 했다. 무작정 그냥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