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년 오는 얼음의 성
지난 9월 엄마랑 전화로 심하게 다툰 후 3개월 정도 연락을 끊었었다. 그 뒤로 처음 만난 시간이다. 엄마는 부쩍 말을 조심하는 게 느껴졌고 나도 조심하려 애썼는데 역시 또 터졌다. 내 서운함이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서운함.
평생이 그랬다.
엄마의 성격을 알면서도 이해하려 애쓰는데도 여전히 어렵다.
엄마 집은 2000년도에 이사 와서 23년을 산 재건축 진행을 하고 있는 낡은 아파트이다.
첫째를 낳고 신랑 회사가 지방으로 이전을 해 2016년도에 그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서울은 설 연휴, 추석, 아이 방학 때마다 오는데 겨울이 너무 춥다. 서울이 지역적으로 진주보다는 춥지만 이 낡아빠진 엄마 집은 너무 춥다.
실내온도 19도, 습도 32%
올해에는 온도계가 거실 탁자에 있어 실내온도를 알려준다.
겨울에 19도에도 사람이 살 수 있구나!
10살, 6살 아이들도 매년 겨울마다 이곳에 오지만 유독 이번에는 잘 때 뒤척인다. 잠꼬대로 집에 가고 싶다고 칭얼거린다.
몇십억 하는 아파트인데,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엄마는 미련하게 왜 이곳을 고집하는 걸까.
조그만 수고스럽다면, 자식, 손주를 위한다면 얼마든지 쾌적한 환경으로 이사 갈 수 있는데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게 바로 우리 엄마다.
어젯밤 난 내 자식에게 소리치는 엄마한테 상처를 받아 40여 년간 내가 받은 서운함과 믹스해서 밤새 울었다.
이 추운 집이 마치 우리 엄마의 품 같아서 더 춥고 시렸다.
아주 큰 얼음 이불이 나를 감싸고 내 가슴에 시리게 올라앉는거 같다.
양 옆에는 잠들 아이들이 뒤척이며 내 손을 찾는다. 본능적으로 그 손을 잡으며 나도 엄마임을 느낀다. 너희에게는 이런 시림을 절대 주지 않겠노라 다짐하니 눈물이 또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