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이 가능한 걸까?
32살 파혼을 했다.
남들이 다 하는 결혼이라 나도 그냥 사귀는 사람과 결혼을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한없이 아름답고 사랑이 충만해야 할 결혼인데
준비하다 보니 그 현실이 너무 끔찍하여 도망가고 싶었다.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그 사람은 비겁하고 한심해 보였다.
지극히 평범하고 성실하고 소심한 성격인 내가 결혼을 엎어버렸다.
엄마는 물론 이해를 못 했다.
이유를 말해보라고 하는데... 이유 따위는 엄마에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때 들었던 엄마의 험한 말들을 아직도 기억한다.
살면서 처음으로 가출을 했다. 32살에...
그래서 파혼은 받아들여졌다.
한동안 엄마의 미움에 시달려야 했지만
난 그때의 내 결정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35살 결혼을 했다.
자연스럽게 만나고 결혼까지 이어졌다.
물론 이번에도 도망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견딜만했다.
3년 더 성숙해서 그랬을까?
나의 결혼운이 이때가 진짜였을까?
그동안 만났던 나쁜 남자들과는 성격이 다른 소탈하고 잘 웃는 좋은 남자와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해야겠다는 마음은 없었지만 이 사람과는 매일 보고 싶다. 엄마와는 그만 보고 싶다.
그때가 진짜 결혼할 때였던 거 같다.
엄마 집과는 차로 5분 거리, 익숙하고 가까운 곳에 신혼집을 구했다.
엄마는 자주 집으로 오셨고, 우리가 일하러 갔을 때도 오셨다.
마치 본인의 신혼집인 것처럼 정성껏 열심히 살림해 주셨다.
내 불편한 마음은 아랑곳없이...
내가 살림을 도와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살림을 못하는 나를 탓하고 원망하셨다.
행복한 신혼 생활이었지만 엄마와의 관계는 반대로 점점 더 안 좋아졌다.
내가 지금 서울에서 먼 지방으로 내려온 이유 중에 하나가 엄마다.
서울에서 330km
지방에서 살게 될 꺼라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서울토박이가...
엄마에게서 멀어지면 행복할 거라 생각했다.
물론 가까이 있을 때보다는 스트레스받는 일이 적어진 것은 사실이다.
한 번씩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난다.
이런 평온한 마음이 언제 또 무너져버릴지...
늘 조마조마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