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낳고 숙제를 다 했다!
사춘기 때부터였을까
어릴 때부터 느꼈던 불편했던 엄마에 대한 감정이 터져 나왔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엄마들은 안 그런데, 대화가 잘 통하고 다정하게 대해주는데...
다른 엄마들은 안 그러는데 우리 엄마는 왜 그럴까?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나는 엄마 같은 엄마가 되지 않을 거야...
엄마와의 해결되지 않은 관계의 감정을 평생의 풀어야 할 숙제라 생각하고 살았다.
내 새끼를 낳아보니 엄마가 더 밉고 서운했다.
이렇게 예쁘고 귀한 자식한테 엄마는 어쩜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엄마가 내 딸을 예뻐하신다. 치유가 좀 되는 기분이었다.
내 나이 42살에 둘째를 낳았다.
조산기로 두 달을 입원해 있다가 출산을 해서였을까?
긴 입원생활에도 건강한 아이를 낳았다는 성취감 때문이었을까?
난 너무 행복했다.
둘째도 딸이었지만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첫째를 낳고 육아 스트레스에 우울했던 마음이 둘째를 낳자 안정이 되었다.
진짜 엄마가 된 기분.
엄마로서 낮았던 자존감이 갑자기 둘째를 낳기만 했는데도 높아졌다.
행복지수가 높아지자 엄마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엄마도 둘째인 나를 이렇게 예뻐했겠구나!
그동안 엄마와의 싸늘했던 관계가 어쩌면 나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달라지면 엄마도 달라질 거라고...
나부터 노력하기로 했다.
내가 바뀌니 엄마도 서서히 바뀌었다.
사이가 안 좋을 때도 그랬지만 좋아지니 손녀들을 더 예뻐하셨다.
그걸 보고 난 내가 받는 사랑이라 대리만족을 했다.
이렇게 해피앤딩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말도 안 되는 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행복하고 편안한 날을 보냈다.
물론 한 번씩 엄마의 상처 주는 말투에 주춤하긴 했지만
내 아이들이 받는 사랑을 느끼며 별 거 아닌 일로 소화시켰다.
그러고 보니 내가 다시 마음만 먹는다면 그때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왜 또 나는 엄마한테 화를 내고 있는 걸까?
감정 습관이란 책을 본 적이 있다.
나의 이런 엄마에 대한 감정이 습관이 돼버린 걸까?
미워하고 원망해야 마음이 익숙한 슬픈 관계...
갑자기 우리 엄마가 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