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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바람 Feb 26. 2024

다나킬 Depression

사막 또 다시 사막. 그리고 보지못한 지옥의 입구, Erta Ale


군 제대 후 다녀온 첫 해외여행 이후, 40여개국, 100여개쯤 되는 도시를 다녀온거 같다. 추억은 마음에, 가슴에 담아두는거라고 사진도 많이 찍지 않고 글도 남기지 않았었다. 문득 기억이 점점 희미해져감을 느끼며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래서 기억이 더 희미해 지기 전에 기록을 남겨보기로 했다. 그래서 잘못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를 여행기를 최대한 기억을 짜내어 써보려한다.




여행기간: 2019년 2월 2일~ 2월 16일

여행지역: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다시 에티오피아(다나킬 투어)


여행을 다녀온 횟수가 늘어나면서 자주 듣게 되는 질문 중 하나는 어디가 가장 좋았었냐는 질문과 함께 어디가 가장 인상깊었냐는 질문이었다. 여행을 다녀온지 오래 되어서일까, 앞의 질문에 대답하는게 점점 쉽지가 않았다. 여행을 떠났던 길 위에서 만난 여행자들과의 추억이 떠올라 좋았던 곳이 많았는데 그 대답은 상대가 원하거나 기대했던 대답이 아닐터였으니까 말이다. 또,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여행지를 이야기하면 대개는 "애걔, 겨우 거기냐"라는 핀잔이 섞이거나 실망하는 표정을 접하게 되곤 했다. 그곳이 나는 정말 좋아서 이야기한거였지만, 모두가 다 다른 경험과 추억을 가지고 있을테니까. 아무튼, 다나킬 여행 이야기는 듣는 사람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곳중에 하나였다.


Dankil Depression 지역에 대해 설명중인 가이드와 듣고있는 우리들.


사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는 다나킬(Danakil Depression)은 정말 힘들었던 여행지 중 하나였다. 에티오피아에 위치하고 있는 다나킬은 아프리카 여행을 하기로 결심하고 알게 된 지역이었다. 무척이나 생소하고 아는게 없는 곳이었다. 이 여행을 시작하기 전 까지는 몰랐다. 어머나 세상에 이렇게나 힘들줄이야. 역시 모르고 가야한다.


내 기억으로 사진 속 세 손가락을 펼쳐보이고 있는 - 내게 다나킬에 사는 부족의 정신적 지도자 같아 보였던 - 가이드는 무척이나 진지하고 근엄한 표정으로 다나킬에 대한 설명을 우리에게 해 주었다.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소금사막이고, 해수면보다 수백미터나 낮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아직 활동중인 화산이 있으며 우리는 그곳으로 간다고 말했다. 난 멍청하게도 이 투어를 신청하고 여기 올 때 까지 사막에 또 오게 될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사막이라면 지긋지긋했으니까. 사막은 뜨거운 곳이 아니라 건조한 곳임을, 그리고 밤에는 영하 50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우유니에서 깨달았었고, 세계에서 별이 제일 잘보이는 곳 중 하나이며, 밤하늘에 별이 잘보이는 곳에는 사막이 많다는 사실을 알려준 곳도 아타까마 사막('별에서 온 그대'에서 도민준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고향을 바라보는 곳이 바로 여기)이었다. 그 이후, 사막은 가지않겠노라 다짐을 했건만, 살아있는 화산을 보겠다고 시작한 투어가 날 다시 사막으로 이끌었다. 게다가 또 다시 소금사막인 곳으로.





굳은 소금을 옮기는 당나귀 그리고 우유니와 같은 육각형 모양의 소금사막.



이곳은 고지대에 위치해 고소증을 염려해야 하는 우유니와는 달리, 해수면보다 아래 위치해 영하 50도가 아니라 영상 50도 가까이 올라가는 곳이었다. 지옥의 입구라고 불리우는 화산에 가까워갈수록 기온은 올라갔다. 낮에는 50도 가까이 올라가고 밤이 되어서도 여전히 30도가 넘어가는 이곳에서 우리는 비박을 해야했다. 당연히 숙소도, 화장실도, 은폐/엄폐할 곳도 없었다. 소변이 마려우면 일행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갔지만 위의 사진에서 알 수 있다시피 그냥 다 보인다. 그래서 동이 트기 전에 다녀와야 한다. 부끄럽지 않으려면.


다나킬의 월별 기온, 출처: wikipedia, 



브런치는 임시저장 기능이 없는걸까. 오늘 나온 환승연애를 보고 다시 쓰고 싶은데 쉴 수가 없다. 아무튼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자면 지옥의 입구라고 불리우는 Erta Ale에 가까워지면 점점 화성같은 지형과 지옥에서나 볼 법한 알록달록한 유황천(?)들을 볼 수 있다. 달걀 냄새가 난다. 약산성인지 기억은 잘안나지만 신발을 빠뜨리지 않으려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살아있는 화산에 다가가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이제 클라이막스다. 지옥의 입구라고 불리우는, 살아있는 화산, 라바를 보기위해 우리는 고지를 눈앞에 두고 다시 비박을 해야했다. 산중턱 어디에선가 유황냄새가 나는 곳에서 우리는 비박을 했다. 산중턱에서 비박을 해야하는 이유는 새벽에 산을 다시 올라야 동이 틀 때 즈음 정상에 올라갈 수 있으니까.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 이 때, 우리는 그간 듣지못했던 이야기를 듣게된다. 열에 아홉은 라바를 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유황가스 그리고 화산에서 분출되는 다른 가스들 때문에 새벽에 마스크도 쓰고 올라가야하는데 이제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다니 화가 났다.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마치 군대에서 화생방 훈련을 받을 때, "가스 내성이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교관의 말에 희망을 가지고 훈련에 임했던 마음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새벽에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을 오르면서 연기는 더욱 자욱해졌고, 화생방실에 들어가기 직전, 화생방실에서 나오는 가스에 눈물이 나는 내 자신을 보며 난 화생방 내성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듯이 '오늘 우리는 라바를 보지 못하겠구나라'는걸 알 수 있었다.




Erta Ale. (좌) 소녀의 뒤 편에 라바가 있다. 하지만 연기가 자욱해 볼 수 없었다. (우) 그래도 인증샷.



사진의 간격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지쳐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나중에 다시 수정 및 보완을 해야겠다. 그래도 덕분에 여행을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그래도 다나킬 화산 사진을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링크를 남겨보아야겠다. 유황도 볼 수 있다.

https://www.google.com/search?sca_esv=9b92f6e0a86a4776&q=danakil+living+volcano&tbm=isch&source=lnms&sa=X&ved=2ahUKEwjw2aWiw8GEAxVSnK8BHYWOAmUQ0pQJegQIChAB&biw=2560&bih=1279&dpr=1.5



돌아오는 여정도 험난했다. 그래도 좋았던거는 길 위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이었던거 같다. 이곳은 커피로 유명한 에티오피아 아닌가. 잘 가공되어 수출되는 커피가 아닌, 길에서 그들이 마시는 그 커피와 이 여정을 함께 한 사람들과 나누는 담소가 좋았다. 아무튼 이때는 이게 고생 끝인줄 알았다. 마지막 교훈이 하나 더 남았다. 나는 비행기를 놓친 적이 2번 있었는데 이 때가 그중 한번이었다. 한번은 캐나다에서, 한번은 에티오피아에서 인천으로 가는 길에.



흘러넘쳐야 제 맛. 제일 맛있었던 에티오피아 커피.



마지막 교훈공항 안내전광판에 나오는 보딩타임을 무조건적으로 믿지말라는 것이다. 전광판에 나온 보딩타임만 믿다가 게이트로 갔더니 이미 비행기는 떠났단다. 환승했던 공항이 어디었는지는 기억이 잘나지 않는다. 2019년이었으니까, 이제는 그러지 않겠지라는 생각도 해 본다. 아무튼 그래서 중국을 경유해서 다시 인천으로 가는 항공권을 다시 발권해야했다. 같은 항공권은 이틀 뒤인가 그랬으니까. 게다가 중국을 경유해야했는데 비행기 내리는 곳과 타는 곳이 제3터미널, 제2터미널인가 그랬는데 거리가 차로 15분 거리였다. 그런데 공항 밖으로 나가는거라고 임시(?) 비자를 받아야 했다. 험난하다.


그래도 이렇게 5대양 6대주에서 6대주(아시아, 유럽, 호주, 북아메리카, 남미, 아프리카)를 모두 찍게 되었다. 요즘은 5대양 7대주로 배운다고 한다. 앞으로 5대양 7대주라고 하고 다녀야겠다. 더 어려보이게. 마치 명왕성이 행성이 아니라고 배운 세대인 것처럼. 7대주로 바뀐 덕분에 갈 곳이 한 곳 더 늘었다. 행복하다. 원래도 그곳에 가서 소주를 마시고 싶었는데, 가야될 이유가 하나 더 생겼으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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