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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바람 Mar 11. 2024

결국 보지못한 촐라체, 첫이야기

지독했던 쿰부코프. 안녕, 히말라야. 그리고 고마운 사람들.

마흔이 되면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두 곳이 있었다. 하나는 스페인에 있는(정확히는 프랑스에서부터 시작하는) '순례자의 길'과 다른 하나는 '히말라야 트레킹'이었다.


코로나가 터졌다. 그리고 하늘길이 막혔다. 그리고 마흔이 되었다.


나의 계획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그사이 나는 마흔(?)을 맞이하였다. 마흔에 물음표를 단 이유는, 나라의 혜택으로, 다시 한번 마흔을 맞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번째 마흔을 맞이한 2023년 결심했다. 히말라야에 가기로.


내가 마흔이 되기 전,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고 싶었던 이유 또한 두가지였다. 하나는 내가 존경하는 분이 다녀온 사진을 보면서 나도 지금까지의 삶을 반추하는 시간을 신성해 보이는 히말라야에서 가져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였고, 나머지 하나는 우연히 읽게 된 소설책 (안봤어야 했다) 때문이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779351


이 소설에 나오는 '촐라체'라는 산은 히말라야에서도 오르기 힘들다는 빙벽을 가진 산이다. 이소설을 읽고나서 구글로 검색해 본 '촐라체'의 모습은 내게 충격 그자체였다. 어머나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니. 꼭 보러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쓰잘데기 없는 다짐은 참 잘했다. 지금 생각 해 보니.


결과적으로는 고생길이 폭발했다. 아주 그냥 제대로 폭발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무사히 돌아온 난 참 운이 좋았다. 아무튼, 내가 고용했던 가이드겸포터는 최악이었고, 첫날 저녁부터 그친구는 술에 취해 내게 와 다음날 일정을 설명했고 , 히말라야 여행 가이드 책자를 보며 알게 된, 발생할 수 있는, 좋지 않은 일들이 내게 끊임없이 일어났다. 그친구는 날 혼자 내버려두고 떠났고, 그 이후 끊임없이 밀려드는 결정의 순간에, 결정할 수 있는 시간조차 짧았던,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매순간 결정해야했다(적어도 내 느낌에는 그런 결정의 순간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 이미 난 너무나 많은 좌절을 맛봤는데 여기서 또 좌절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해발고도 5,000m에 영하20도까지 내려가는 이곳에서 욕심을 부릴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멈출수도 없었다. 여기서 멈추면 내 인생도 여기서 끝날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결정을 내려야 했던 내 마음과 기분이 마치 좀 전에 겪은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아무튼 무사히 돌아왔다. 감사한 일이다. 그 과정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나는 고쿄호수조차도 보지못했을거다. 그리고 촐라체 또한 멀리서나마 볼 수 있었다.





고쿄리에서 내려다 본 고쿄호수, 아주 오래 된 빙하, 히말라야의 고산들


고쿄리에서 내려다본 전경 하나.(내가 찍었다 전부)


고쿄리에서 내려다본 전경 두번째.


빵이 맛있는 롯지(전기장판도 있다)에서 찍은 고쿄 레이크


고쿄레이크와 만났던 순간!



박살난 내 얼굴(그래도 인증샷 하나는 남겨야니까)






나는 무지하게 고생했지만, 중학생도, 그리고 예순이 넘는 어르신도 오를 수 있는 히말라야(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방향이 중요하다). 하지만, 또한 누군가에게는 고산증으로 4,000m부터는 더이상 올라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그리고 누군가는 목표한 그곳까지 올라간다고 해도 궂은 날씨로 눈보라만 보다 내려왔다는 히말라야. 나는 고쿄레이크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날이 계속 좋지 않았지만, 막상 고쿄레이크에서는 위와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만큼 날이 좋았던.


나의 고생담과, 좋았던 추억, 그리고 약간(?)의 준비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세개 내지 네개의 토막으로 풀어가보고자 한다.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글이라기보다는, 나의 여행기록이자 경험담을 담은 글이 될 거 같다.


카트만두에 도착해서, 쿰부지역 트레킹 시작 포인트로 가기위한 항공편을 타기위한 루클라 공항으로 가는 길조차도 쉽지 않았던, 나의 히말라야 트레킹 도전기. 첫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쳐야겠다.


첫 이야기, 끝.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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