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침낭의 소중함. 그리고 어김없이 시작된 선택의 순간.
*첫번째 이야기: https://brunch.co.kr/@antonio-choi/2
여행기간: 2023년 4월 27일~ 5월 14일
트레킹 기간: 2023년 4월 30일 ~ 5월 10일
트레킹 지역: 히말라야 솔루쿰부(에베레스트가 여기있다)
세줄요약 아닌 요약
1. 트레킹 초보라면 침낭은 좋은걸 사야한다. 내 경우에는 다리를 모으고 자야하는 침낭을 샀는데 그게 최악의 선택이 되고 말았다.
2. 가이드와 포터는 따로 고용하여야 한다. 그래도 포터겸가이드를 고용해야 한다면 카트만두에서부터 동행할 포터겸가이드를 소개해줄 에이전시를 찾아라.
3. 트레킹 중에는 마스크를 꼭 써라. 또는 넥워머로 기관지를 꼭 보호해라. 그러지 않으면 고산증(주로 4,000m에서 환자속출)이 아니라 '쿰부코프(감기)'에 걸리게 된다. 한국 상비약은 소용이 없다. 3,800m까지 내려오기 전까지는 약국도 없다. 건조해져 바람에 날리는 지저분한 먼지(주로 똥)에 의해 걸리게 되는거 같다.
4. 카트만두에서 솔루쿰부 트레킹 시작지점(루클라 공항 feat.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공항)으로 가는데만 수일이 소요된다. 행운의 여신이 내 편인지 시험해 보자.
트레킹 전 정보를 얻었던 곳들
1. 여행책자: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0621274
2. 네히트 네이버 카페: https://cafe.naver.com/trekking
3. 차박차박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bakchabak
솔루쿰부 코스
1. 3대패스: 촐라패스(5,420m), 렌조라 패스(5,417m), 콩마라 패스(5,535m)
2. 원래 계획했던 코스: 루클라 -> 남체바자르 -> 디보체 -> 로부제 -> 촐라패스 -> 고쿄 -> 렌조라 패스 -> 룽덴 -> 남체바자르 -> 루크라(총 12일 예상)
3. 실제 트레킹한 코스: 루클라 -> 남체바자르 -> 고쿄 -> 고쿄리 -> 마체르모 -> 팍딩 -> 루크라(열흘 소요)
출처: 혜초여행사 https://www.hyecho.com/goods/goodsdetail.asp?sch_goodcd=THM20188
(*각 패스에서 볼 수 있는 풍경과 코스에 대한 간단한 설명도 볼 수 있다.)
카트만두 타멜. 모두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가기전 머무르는 곳.
당시 카트만두 타멜 시내는 미친듯이 도로공사중이여서 지도도 종종 쓸모가 없어졌고, 엄청난 먼지와 자동차, 오토바이가 내뿜는 매연으로 목을 케케하게 만들었지만, 한국에서 네팔 카트만두로 가는 중 만난 두명의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미처 한국에서 사지못한 트레킹 물품들을 사며 시간을 보내었다. 두명의 친구는 여행자의 천국이라 불리운다는 히말라야 트레킹 3대 지역(안나푸르나/솔루쿰부/랑탕) 중에 하나인 안나푸르나로 나보다 하루 일찍(인줄 알았다.) 나이트버스를 타고 떠났다. 그리고 난 그 다음날 카트만두에서 루클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위해 아침에 일찍 공항을 향했다.
계속되는 선택의 순간! 나는 어떤 사람인가!
트레킹 시작부터 선택의 시작이었다. 나와 계약을 한 트래블 에이전시(여행사)는 '지프'를 타고 '라메챱'에 가서 비행기를 타고 '루클라'로 가는걸 권장했지만, 새벽00:30분(잘못 쓴거 아님)에 지프를 타러가서 새벽 비행기를 '라메챱'에서 타야한다는 이야기에 주저하지 않고 '카트만두'에서 '루클라'로 직행하는 비행기를 선택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3월까지인가는 카트만두 to 루클라 운항편이 늘 있지만 4월 이후부터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4월은 카트만두에 워낙 많은 에어트래픽이 몰리는 시기라 루클라로 가는 항공편 수가 적고 그 항공편조차 착륙해야되는 루클라의 날씨에 따라 대기를 해야되는데 '대기'가 결정되는 순간 그 항공편은 활주로가 비는 시간만 손놓고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활주로가 비었는데 그때도 루클라 날씨가 좋지않다면 또 다시 한번 더 쿨타임을 기다려야하는 것이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거라면 라메챱 공항도 마찬가지 아닌가. 하지만 다른 점이 있었으니... 라메챱은 오직 루클라를 오가는 항공편만 있을뿐이었다. 그래서 대기가 떨어져도 루클라 날씨만 착륙하는데 이상없을 정도로 괜찮아지면 바로 다시 이륙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카트만두 공항은 엄청난 에어 트래픽(100번 쯤 듣게된다. 안 외울 수가 없다) 때문에 한번 지연되면 몇시간씩 기약없는 기다림을 해야했다. 나는 카트만두 국내선 공항 바닥에서 열시간을 기다렸고 최종 캔슬을 통보받았다. 하필 카트만두에 예정에 없던 비도 내렸다. 우산도 없었는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더 이상 늦었지면 내가 가고자 했던 고쿄리와 고쿄 호수, 그리고 촐라체, 촐라패스를 건너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힘들더라도 지프를 타고 라메챱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엉덩이가 없어질거 같은 지프였다.
새벽00:30에 출발이라 잠도 거의 자지 못했었다. 그리고 지프는 생각보다 컸지만, 그 지프를 타는 사람은 생각보다 더 많았다. 젠장. 지프에서 잠을 잘 수 있을거라는 기대는 산산조각 나 버렸다. 트레킹의 첫날부터 군대 야간지속훈련처럼 밤새고 행군해야되는 상황(정확히 똑같...)이 되어버렸다.
엉덩이가 반쯤 없어졌을 때, 드디어 라메챱 공항에 도착했다! 라메챱!
오, 주여... 슬프게도 여기서도 대기는 계속 되었다. 그룹으로 온 친구들을 한 비행기에 배정하고 나처럼 혼자 온 트레커들을 빈 좌석 여기저기 배정했다. 이때 가이드의 위력을 알 수 있다. 카트만두에서부터 동행할 경우 가이드의 지프, 왕복 비행기 표 값부터 이동기간의 일당까지 다 맞춰줘야 했기에 비용 측면에서보면 대략 4~5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라 나는 루클라 현지 포터겸가이드(공식 가이드가 아니다)를 선택했었는데 가이드는 이시점부터 대활약을 시작했다. 부러웠다. 나는 배낭 체크인부터 티켓 발권을 오롯이 혼자 해야했는데 뭐가 어렵겠냐 하시겠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았다. 가이드가 있는 경우(대개는 그룹으로 오신분들)에는 다들 쉬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주변에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신다던지... 그렇지만 난 두어시간을 15kg 가까이 되는 배낭을 들고 대기를 해야만 했다. 한숨도 못잔 상태로 말이다. 트레킹은 시작도 안했는데 말이다.
설상가상이었다. 라메챱에서도 비행기가 뜰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다. 라메챱에서도 안 뜰 수 있다. 그러면 라메챱에서 숙소를 잡고 하루 더 기다려야한다. 그래서 차로 접근할 수 있는 최대한 가까운 곳까지 가서 트레킹을 시작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이 경우 차로 이틀이 더 걸린다. 그래서 두번의 기회가 있는 셈이다. 심지어 나는 맨 마지막 비행기에 당첨되었다. 그날 총 세편의 비행기가 있었는데 나는 마지막 세번째였다. 기우제라도 지내야하나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초조해져 갔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여기 왔는가. 무엇이 날 여기로 보냈는가.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랬다. 기나긴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첫번째, 두번째 항공편을 배정받은 친구들이 떠나고 환호성이 여기저기 터져나왔지만 세번째 항공편이 또 말썽이었다. 심지어 한번은... 타고 내렸다. 비행기에 기름이 부족하단다. 항공유를 충분히 안채웠댄다. 그사이 또 기상 안좋아지면 어쩌려고, 에라이...
역시나 항공유를 채우고 나서 또 대기했다. 기상이 안... 좋단다. 오, 주여. 우리는 오케이 싸인이 떨어지기 전 까지 또 다시 대기였다. 이렇게 긴긴 기다림의 끝에 겨우겨우 루클라 공항에 도착했다(오예!) 루클라 공항은 절벽 끝으로 활주로가 나있고 기상 상태도 안정적이지 않아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공항으로 꼽힌다. 그리고 루클라 공항으로 가는 하늘길은 산맥사이(?)를 비행해야해서 가는 길 또한 스릴이 넘쳤다. 그래서 경비행기만 운행이 가능하다.
아무튼 무사히 도착했다. 감사했다. 그리고 그 악몽같은 포터겸가이드를 만났다. 아주 불친절했다. 침을 너무 많이 뱉었다(히드라인줄).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여행책자와 네히트에서 봤던 무수한 글들이 떠올랐다. 그는 나를 재촉했다. 평소 나는 산을 즐겨타지않고 무릎도 좋지않은 나는 선두로 롯지에 도착하는 기염을 토했다. 나는 롯지를 내가 골라보고 싶었다. 차박차박 유튜브를 봤던걸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다. 그때부터였을까. 그친구의 눈과 얼굴에 불만이 비치기 시작하였다. 나는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내가 너무 염려하는거겠지라고 애써 불안감을 지우려고 노력했다. 아무튼 내가 마지막으로 고르고 묵게 된 숙소에 마지막 비행기편에 탑틍했던 두 그룹이 우연히 같이 묵게 되었다. 이것이 내게 얼마나 큰 호재였는지 이때까지는 알지못했다. 아무튼 내 기억이 맞다면 첫날밤은 팍딩(2,610m)에서 보냈다. 롯지 숙소 창밖으로 보이는, 1,000m 아래 보이는 계곡, 장관에 감탄하며 잠이 들...려고 했다.
아...! 침낭!!!
나는 투탕카멘이 들어갈 법한 침낭(미라형 침낭)에서 잠이 들 수가 없었다. 침낭을 경험 해 보지 않았던 나는 미라형 침낭에서 아직 고도가 높지않아 새벽에 춥지는 않았지만, 그날 롯지 지붕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이후에도 롯지 지붕에서는 물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히말라야 솔루쿰부의 롯지는 대개의 경우, 난방시설이 없다. 따뜻한 물로 샤워할 수 있다면 엄청 좋은 롯지인셈이다. 하지만 핫샤워의 경우에도 추천하지 않는다. 따뜻한 물로 샤워한 뒤에는 체온이 더 떨어져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통도 온다.
이글의 끝은 침낭의 소중함이다. 롯지의 침실에는 난방시설이 대개는 없다. 공용공간의 난로는 저녁식사 시간에만 불을 피운다(촐라체 소설에서 본 똥을 이용해 불을 피우는걸 봤다. 이건 정말 신기하고 재밌었다). 고쿄호수에는 전기장판이 있는 롯지가 있었지만 숙박비는 두배였고, 전기장판은 내 등만을 뜨겁게 만들었을뿐 방은 차가웠다(빵은 진짜 맛있었다). 침낭은 꼭꼭꼭 본인에게 잘맞는걸 챙겨야한다. 내가 갔을때는 5월초였는데 새벽에 영하20도까지 떨어졌다.
내가 두번째 히말라야 글을 쓰는 이유다. 침낭.
이 글을 본, 트레킹을 떠날 계획이 있으시다면, 침낭이 제일 중요하다는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카트만두의 시내에서의 즐거웠던 에피소드들 - 살아있는 여신 쿠마리를 볼 수 있는 사원(시간맞춰가야한다. 그리고 그 위치를 찾기도 쉽지않다. 입구도 여러곳인데 입구를 잘못고르면 만원 정도의 입장료를 내야하는데 쿠마리를 보는 곳과는 상관없는 입장료였던걸로 기억한다), 네팔의 맥주들(에베레스트, 네팔아이스 등등) 아쉽지만 다 건너뛰었다.
이번 이야기는 여기서 끝맺고자 한다. 다음 이야기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펍(본인들 주장임)이 있는 남체바자르에서 있었던 에피소드와 마체르모에서 히드라같던 포터겸가이드와 헤어지고 대천사 포터님과 함께 하게 된 이야기, 그리고 가능하다면 원래 계획했던 코스를 변경하게 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히말라야 두번째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