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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길(1)

feat. 시작

by 최바람

하수상하고, 어수선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위로와 위안이 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순례자의 길을 걷기로 마음 먹었을 때, 그리고 그길을 시작했을 때의 사진을 남겨 위안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고, 나누고 싶었다.


사진과 사진에 관한 짤막한 설명으로 글을 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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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생미쉘 & 셰익스피어서점 & 에펠탑(올림픽 오륜기)
화이트 에펠



나의 여정은 프랑스 파리에서부터 시작했다. 예전에 파리에 들렸을 때 가보지 못해 아쉬웠던 곳 위주로 짧게 다녀오기로 계획했다. 가보지 못해 아쉬웠던 곳은 몽생미쉘 그리고 오르셰 미술관이었다. 그리고 추가된 곳도 있었는데 셰익스피어 서점 화이트 에펠이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오르셰 미술관은 휴관인 요일이 겹쳐 몽생미쉘과 오르셰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고 나는 몽생미쉘을 택했다.


화이트 에펠은 올림픽 기념이라고 했던가, 새벽 1시에 5분간 짤막하게 전체 소등후 하얀 조명이 위의 영상처럼 반짝거리며 차례대로 다시 점등되는 이벤트였다. 몽생미쉘을 다녀오는데 고속도로에 교통사고가 나서 숙소에 예상 도착 시각보다 두어시간 늦게 도착했다.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다.


긴급히 팀을 편성하고 택시를 불러서 화이트 에펠 5분 전 도착해 무사히 화이트 에펠을 볼 수 있었다. 뿌듯한 순간이었다. 빠른 결정과 거듭되는 우여곡절로 피폐해진 심신에도 불구하고 원하는바를 이뤘다는데에,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뿌듯했다.


파리에 있는 내내 날씨가 좋지 않았다. 내가 파리를 떠난 이후, 파리에서 알게 된 친구들이 날이 좋은 파리의 모습을 인스타에 올렸다. 걔 중 몽마르뜨 언덕에서 찍은 사진들이 내 마음을 아쉽게 했다.


다음에는 몽마르뜨 언덕에 가 보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바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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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내렸다. 우의는 있었지만 우산은 없었고, 흠뻑 젖고 생장으로의 기차편 때문에 고생을 잔뜩해 좋지 않은 추억으로 남은 바욘이다. 심지어 담배 달라는 사람을 이틀동안 50명은 만났다.


그래도 바욘 기차역에서 내려서 순례자의 길을 향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을 때 설렘은 잊을 수 없다.


그리고 기차편의 연달은 취소와 두번째 기차의 셔틀버스 대체되고 무사히 생장으로 향할 수 있을 때의 안도감과 그리고 지연된 일정에 대해 고민, 그리고 오리손으로 가는 택시가 있을 수 있다는 한국인 순례자의 귀한 정보를 얻었을 때, 오늘 순례자의 일정을 시작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가 다시 살아났던 시점을 그 기분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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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장, 순례자 사무실 그리고 순례자 여권 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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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장에서 택시(22유로)를 타고 오리손으로, 그리고 오리손 알베르게, 오리손에서 론세스바예스로 가는 길(피레네 산맥)



순례자의 길 여정에는 동키가 함께 한다. 배낭만 배달 해 주는게 아니라 택시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순례자의 길 사이사이에 있는 타운 중에 어느 정도 큰 타운에는 버스가 있다. 순례자들은 각자의 체력과 일정에 맞춰 버스와 동키서비스를 적절히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버스는 Omio로 예약 가능하다. 수수료가 붙어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미리 예약하는게 안전하다. 여정 뒤로 갈수록 버스를 활용하는 순례자가 늘어난다. 이는 예상치 못한 부상, 체력의 고갈 등 여러 사정으로 걷는게 용이하지 않은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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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레네 산맥을 넘어 론세스바예스로 가는 길



순례자의 길은 1일차, 2일차 여정이 힘들지만 경치가 좋아 걷는데 힘이 되어준다고 했다. 하지만 날이 좋지 않았다. 심지어 폭우였고 폭풍우였다.


이날 일정을 시작한 순례자들은 피레네 산맥의 장관을 보지 못했다. 위의 사진은 아주 잠깐, 아주 잠깐 하늘이 열렸을 때, 운이 좋게도, 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도착한 론세스바예스는 150명을 넘게 수용하는 알베르게이면서, 예약하지 않은 순례자에게는 조금은 불친절하며, 하루에 순례자의 길을 걷는 순례자의 최대 인원을 150명 정도로 자연스럽게 정해주는, 유일한 알베르게가 있다.






론세스바예스의 알베르게는 정말 멋졌다.


보람이 있었다.


거기에 있었던 시간은 행복했다.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앞으로 순례자의 길을 함께 걷게 될 친구들과의 첫만남이 이뤄진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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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순례자들을 위한 미사에도 참석할 수 있었다.


순례자의 길 내내 미사에 참여할 기회가 많다고 들었는데 사실 이날 이후 미사에 참여한 적은 없다.


의외로 미사에 시간에 맞춰 참여하기가 쉽지 않았다.


앞으로 순례자의 길을 걸을 분들께는, 기회가 있을 때 꼭 미사에 참여하기를 추천드려본다.






여기까지가 순례자의 길 2일차까지의 여정이다.


12일차까지의 여정을 사진과 짤막한 설명과 함께 계속 올려야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안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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