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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NIZ Oct 16. 2018

파울로 소렌티노의 영화와 깨어있음

2017.12. 04. 4 BUZZ winter 2017

파울로 소렌티노의 영화와 깨어있음   

영화 '더 그레이트 뷰티'
영화 'YOUTH'
영화 '젊은 교황'


파울로 소렌티노 감독의 영화는 오묘하다. 3년 전 Ngff를 통해 그의 영화 <더 그레이트 뷰티 / The great beauty>를 보았을 때 참 유니크하고 인상적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올해 영화 <유스 / Youth>와 10부작 드라마 <젊은 교황 / The young pope>을 보았다. 이제는 파울로 소렌티노가 누구인지가 궁금해졌다. 그의 영화 세계뿐만 아니라 그의 정신세계가 궁금해졌다. 세 작품 모두 오묘하다, 그런데 오묘함의 공통적인 근원이 있다. 10부작 <젊은 교황>의 한 편 한 편을 보며 그 공통적인 오묘함의 근원, 그 정체가 무엇인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타자(他者)가 되어 보는 나의 경험이었다.


보통의 영화가 '나는 영화를 본다'의 경험이라면, 파울로의 그것은 '나는 영화를 보고 있는 나를 본다.'의 경험이다. '나는 영화를 본다.'에서 나와 영화는 절대적인 타자의 관계를 유지하지만, '나는 영화를 보고 있는 나를 본다'의 경험 속에서 영화와 영화를 보고 있는 나는 구분 없는 하나의 세상이 되고 그것을 보고 있는 나와는 타자가 된다. 라캉이 말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곳에 존재하지 않고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한다." 배우들의 행동들이 감독의 시선을 통해 영화가 되어 스크린에 나타나고 그것을 내가 보듯이, 그 스크린과 스크린을 보고 있는 내가 또 다른 나의 시선을 통해 영상이 되어 그것을 내가 본다. 샤르트르가 말했다. "나는 나를 보고 있는 나를 본다." 샤르트르의 말속에 세 개의 '나'가 나온다. 예를 들어 '나는 나를 본다'에서 첫 번째 '나'는 나의 생각이고 두 번째 '나'는 나의 몸임을 쉽게 알 수가 있다. 그런데 샤르트르가 발견한 제3의 나 - 나의 몸을 보고 있는 나의 생각을 보고 있는 나 - 는 누구인가?


나의 몸이 지구이고 나의 생각이 구름이라면 그 둘을 바라보는 나는 이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비어있는 하늘이 아닐까? 보통의 영화가 구름이 보고 있는 지구의 경험이라면, 파울로 소렌티노의 영화는 지구를 바라보는 구름을 품고 있는 비어있는 하늘의 경험이다. <더 그레이트 뷰티>의 주인공 '젭', <유스>의 주인공 '프레드', 그리고 <젊은 교황>의 주인공 '비오 13세'를 보라. 그들은 그를 보고 있는 그를 보고 있다. 또한, 감독은 그들을 보고 있는 그를 보고 있다. 그것이 '깨어있음'이다.

20171204084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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