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곤 쉴레 그리고 <죽음과 소녀>들
영화 <에곤 쉴레: 죽음과 소녀>는 올해 부산영화제 월드시네마 섹션에 초대되어 전석 매진을 기록하였다. 이 영화는 전 세계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천재화가 에곤 쉴레의 불꽃같은 삶을 다룬 작품으로, 그의 대표 걸작인 ‘죽음과 소녀’의 모델이자 연인으로 알려진 발리 노이질과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죽음으로 이어지는 스토리가 담겨 있다. 클림트의 모델이었던 발리는 17세에 쉴레를 만나 4년간 그의 곁에서 모델을 하며 가정일까지 도맡아한 헌신적인 소녀였다. 안정되지 못한 쉴레의 삶에 발리는 유일한 사랑이자 예술적 정신적 버팀목이었다. 그러나 쉴레는 부유한 앞 집 딸과 정략적 혼인을 하게 되고 둘 사이의 사랑은 파국을 맞는다. 버림받은 발리는 종군 간호사로 일하다 성홍렬로 슬픈 삶을 마감한다. 쉴레 또한 그 무렵 유행한 스페인 독감(1918년 미국 동북부에서 시작되어 유럽으로 퍼짐, 전 세계 인구의 1/3이 전염되고, 5천만명 이상이 사망한 중세 흑사병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를 만들어낸 전염병)에 전염되어 28세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 영화는 올해 건축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으며 12월에 국내에 정식 개봉되어 올 한 해 최고의 아트 버스터가 될 전망이다.
그림 <죽음과 소녀>
< 죽음과 소녀>는 에곤 쉴레가 죽기 3년 전에 그려진 작품이다. 그림 속 공허한 슬픔이 가득한 두 남녀가 있다. 남자는 에곤 쉴레 자신이고, 여자는 그의 그림 모델이자 연인이었던 발리 노이질이다. 영화의 스토리처럼 <죽음과 소녀>는 쉴레가 발리에게 보내는 이별의 메시지였다. 남자에게 애절하게 매달린 소녀의 팔은 앙상하게 말라 들어가고 죄책감이 가득한 남자의 눈과 검은 옷은 죽음을 암시한다. 이 그림은 클림트의 <키스>와 구도가 유사하지만, 화려한 금박을 입힌 <키스>와 달리 쉴레의 <죽음과 소녀>는 그루미 하며 그로테스크하다.
또 다른 <죽음과 소녀>들
16세기 화가 한스 발둥 그린의 <죽음과 소녀>라는 그림이 있다. 공포에 질린 소녀를 해골 모양의 사신이 뒤에서 꽉 붙잡고 있다. 이 밖에도 1893년 에드바르 뭉크가 그린 <죽음과 소녀>가 있다. 한스의 작품과 달리 뭉크의 작품 속 소녀는 ‘죽음’을 필사적으로 끌어안고 있다. 그리고 20년 뒤 그려진 에곤 쉴레의 작품 속 소녀도 더욱 필사적으로 죽음을 포옹하는 모습이다. <죽음과 소녀>를 모티브로 한 작품 중에는 슈베르트의 음악도 있다. 슈베르트는 1817년 스무 살 나이에 <죽음과 소녀>라는 시에 곡을 붙인 가곡을 썼다. 그리고 7년 뒤 병이 들어 죽음이 가까워진 슈베르트는 이 곡을 회상하여 현악 4중주로 다시 작곡했다. 슈베르트의 선율과 함께 에곤 쉴레의 <죽음과 소녀>를 감상해 보면 어떨까? 너무 우울해질까? 201611231110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