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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NIZ Oct 16. 2018

연극 ‘레드’

마크 로스코;  연극 ‘레드’, ‘로스트 채플’ 그리고 금강경

마크 로스코; 연극 ‘레드’, ‘로스트 채플’ 그리고 금강경  

연극 레드


현대 회화의 본질과 형상에 혁명을 일으킨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년~1970년)는 러시아에서 유대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고, 열 살 무렵 미국으로 이주했다. 깊은 사색과 고뇌, 우울의 극한을 캔버스에 표현한 그는 사물의 형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의 그림으로는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잭슨 폴락 등의 화가들과 함께 큐비즘을 넘어 추상 표현주의라는 새로운 사조를 이끌어 낸 대표적 화가이다.


그림을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마크 로스코와 같은 추상주의 화가의 작품을 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마크 로스코가 말했다. “예술의 본질은 사람을 치유하는 것이다. 내 그림 앞에서 눈물 흘리는 사람들은 내가 그림을 그리면서 겪었던 영적 체험을 똑같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연극 ‘레드’와 로스트 채플 그리고 금강경의 비유를 통해 마크 로스코가 경험한 그 무엇을 나의 경험으로 이끌어 보고자 한다.


연극 ‘레드’
1958년 마크 로스코는 뉴욕 씨그램 빌딩에 있는 ‘포시즌스 레스토랑’에 걸릴 벽화를 의뢰받는다. 연극 ‘레드’는 이를 위한 40여 점의 연작을 만드는 과정과 완성과 함께 계약을 파기한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마크 로스코가 조수로 일하기 위해 찾아온 켄에게 대뜸 질문을 던진다.


로스코 : 뭐가 보이지? 잠깐. 좀 더 가까이. 가까이 다가가야만 돼. 그림이 고동치게 해. 너한테 말을 걸게 하란 말이야. 가까이. 그 그림 말고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도록 하란 말이야. 그림이 알아서 하게 ... , 뭐가 보이지?


켄 : 레드요. (당황스럽게 캔버스를 바라보던 켄은 우물쭈물 이렇게 답했다.)


연극 '레드'는 로스코가 경험한 그 무엇이 켄의 내면에 전달되는 섬세한 과정이 묘사되어 있다. 경험은 논리로 풀고자 했을 때 의미가 퇴색되어 버린다. 경험은 머리(생각)의 영역이 아니라 가슴(느낌)의 영역에 있다. 가슴(느낌)의 영역은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현상이기에 가공되어질 수 없는 순수이다. 그렇기에 생각과 말로서 가공되는 순간 순수는 오염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로스코는 켄에게 계속 무엇이 보이는가라고 재촉하는 방법 외에는 자신의 그림을 전달할 수 없음에 조급해진다. 그렇지만 재촉하면 할수록 켄은 더욱 더 생각의 영역에 갇혀 버린다. 로스코는 가슴의 영역에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음에 외롭다.         


로스트 채플
로스코가 생을 마감한 이듬해인 1971년 드 메닐을 비롯한 기부자들이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로스트 채플’을 설립하고, 로스코의 그림을 전시하기로 했다. 로스트 채플은 갤러리인 동시에 영혼을 위한 안식처가 될 수 있는 회화와 건축이 일체화된 신성한 공간으로 디자인되었다. 로스코의 삶과 영혼의 붉은색, 깊은 회개와 죽음의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작품은 간소한 사원 내부의 은은한 빛과 대조를 이룬다. 그곳은 종파와 믿음을 초월하는 경배와 회개의 장소로 강렬하면서도 감동적인 영혼의 안식처가 되었다.


금강경
명심하라, 그대는 오직 의식하는 만큼만 존재한다. 더 많이 존재하기를 원한다면 더 의식적이 돼라. 의식은 존재를 가져다주며, 그대를 깨어 있게 한다. 마음은 의식 (consciousness)의 주변에 일어나는 구름이다. 그대의 의식이 하늘이라면 마음은 그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이다. 때로는 분노의 구름이 일고 때로는 사랑의 구름이 인다. 때로는 탐욕의 구름이 인다. 그러나 이 구름들은 모두 똑같은 에너지의 여러 형태일 뿐이다. 삶의 본질을 보려면 구름이 아니라 하늘로서 보아야 한다. 말에 매달리지 마라. 침묵을 들어라. 내면에 있는 현존을 들여다보라. 존재를 보라. 그대 자신의 존재 안으로 깊이 들어가라.


이제 무엇이 보이는가?

201609050236 pm

로스트 채플을 찾은 구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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