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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NIZ Oct 16. 2018

더 그레이트 뷰티, 라 포르나리나에 대하여

르네상스 시대의 더 그레이트 뷰티, 라파엘로의 라 포르나리나에 대하여

르네상스 시대의 더 그레이트 뷰티, 라 포르나리나에 대하여  

영화 '더 그레이트 뷰티'

2014년 7월 Ngff 21번째 영화로 <더 그레이트 뷰티>가 상영되었다. 이탈리아 제작자와 감독, 배우들이 모여서 만든 가장 로마적인 영화 <더 그레이트 뷰티>는 로마라는 도시의 양면을 풍자적이고도 깊이 있게 포착해냈다. 스토리 라인은 소설 한 권을 끝으로 40년 동안 더 이상 책을 쓰지 못하는 주인공이 있다. 로마 1%의 상류층 삶을 누리는 셀러브리티이지만 어떤 화려한 파티와 예술도 그의 마음을 울리지 못한다. 그러다 65번째 생일 파티가 지난 어느 날 첫사랑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되고 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기억을 반추하기 시작한다. 영화에는 유명 건축물과 예술품들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데, 그중에 주인공 젭이 전위 예술가인 친구의 딸과 연인이 되어 한밤 중에 둘만이 프라이빗하게 미술관을 방문하는 장면이 있다. 이때 잠깐 스쳐간 장면 속에 벽에 걸린, 내 눈을 사로잡은 그림이 있다. 라파엘로의 ‘라 포르나리나’이다.   

라파엘로의 라 포르나리나

‘라 포르나리나’는 제빵사의 딸이라는 뜻으로 역사 속에서 실존했었던 ‘마르게리타 루티’라는 여인을 지칭한다. 당시 라파엘로는 순수하면서도 관능적인 느낌이 나는 성모 마리아를 그리고 싶어 이에 적합한 모델을 찾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만나게 된 마르게리타는 곧바로 라파엘로의 모델이 되었고 이후 이 여인을 모델로 수많은 작품을 그리며 이 둘은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그러나 라파엘로는 이미 비비에나 추기경의 조카와 약혼을 한 상태였다. 당시 추기경의 눈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화가의 생명에 지장이 가는 매우 위험한 일이었기에 두 사람은 비밀리에 교제를 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그녀를 지치게 만들었으며 결국 이 둘의 관계는 끝나고 말았다. 라파엘로는 자신을 떠나간 마르게리타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이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인지 작품 곳곳에는 그녀에 대한 라파엘로의 상징적 표시들이 들어 있다. 우선 여인의 왼팔에 두른 밴드에 ‘우르비노의 라파엘로(RAPHAEL URBINAS)’라는 서명이 적혀 있다. 그리고 비너스를 상징하는 은매화 나무라든지, 세속적 사랑을 상징하는 모과나무를 그림으로써 이 여성과 자신이 연인 사이였음을 은연중에 표시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 여성의 왼손의 약지에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라파엘로가 37세의 젊은 나이로 죽은 후 그의 제자 로마노에 의해 공개가 되었다. 그런데 로마노는 이 작품이 공개된 후 교권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면 그의 명예가 실추될 것이라고 우려해서 반지 부분에 덧칠을 해 지워버렸다. 그러다 2001년 이탈리아의 로마 국립 고대 미술관에서 근무하던 미술사학자 마우리치오가 변색된 그림을 복원하는 특수 작업을 하던 중 그림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특수 촬영을 한 결과 반지가 드러났던 것이다.


라파엘로가 그린 ‘라 포르나리나’는 르네상스 시대의 초상화 중 가장 아름다운 명작으로 손꼽힌다. 작품 속 여인은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졌으며 오리엔탈식 모자를 썼다. 흑발의 머리와 밝은 톤의 피부가 서로 대비되면서 이 여성의 매력을 한층 더 높이고 있는데, 가슴 아래까지 덮은 속이 비치는 천을 만지고 있는 오른손이 자신의 가슴 주변부를 누르고 있어서 더욱 봉긋하게 보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시선은 정면을 살짝 비켜가고 있어서 관람자와의 직접 대면을 피하고 있다. 이러한 시선 처리는 이 여성이 정숙한 여성임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 아름다운 그림은 로마의 바르베르니 궁 국립 고전 회화관에 전시되어 있다. 지난 4월 로마 방문길에 어렵게 찾아 이 그림을 볼 수가 있었다. 이 그림을 오랫동안 바라보며 라파엘로의 생각과 교감을 가져보려 노력했다. 그가 그린 많은 대작들은 권력가나 재력가를 위한 것이었으며, 또 동시대의 대가인 레오나르도나 미켈란젤로의 영향을 받거나 라이벌 의식 속에 그려진 것이다. 그러나 ‘라 포르나리나’만은 유일하게 라파엘로 자신만의 의지로, 그가 사랑했던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그려낸 작품이다. 그래서 ‘라 포르나리나’에는 다른 성화들이 뽐내는 성스러움은 없지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삶을 담았기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201605201039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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