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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토 Nov 19. 2020

미국과 대한민국, UX 디자이너 인재상의 차이

주변의 문제점에서 영감을 얻는데 그치지 말고, 세상을 바꿀 궁리를 해라

이 글은 특정 나라의 방식이 좋다, 나쁘다를 판별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다만 두 국가에서 UX 디자이너 인재를 어떻게 발굴하고 판단하는지를 비교하기 위함, 그리고 혹여나 한국에서 미국 UX분야로 진출을 희망하시는 분들께 현지 맞춤 포트폴리오 제작에 도움을 드리고자 쓰는 글입니다.



"미국과 대한민국, 같은 UX 디자이너 타이틀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들지만 결이 사뭇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도대체 뭐가 다른 것일까요?"


안녕하세요, LinkedIn 뉴욕 Product Designer 안토입니다. 최근에 서핏과 서울디자인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2020 DDP Young Designer Job Fair에 멘토로 참가하게 되면서 벌써 많은 한국 대학생분들, 그리고 미국 대학원 지망생분들에게 개인적으로 포트폴리오 첨삭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https://ddpjobfair.or.kr/

첨삭하면서 느낀 점인데, 미국과 한국, 같은 UX 디자이너 타이틀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들지만 프로젝트들의 결이 사뭇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도대체 무엇이 다른 것일까요?


긴 분석과 고민 끝에 내린 결론: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차이. 한국 학생들은 현실주의적 프로젝트를 추구하는 반면, 미국 학생들은 이상주의적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이었습니다.



"Start small, think big - 주변의 문제점에서 영감을 얻는데 그치지 말고, 세상을 바꿀 궁리를 해라. 그렇지 못하면 재능 낭비일 뿐이다 -라고 카네기멜론 디자인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스티브 잡스의 명언이기도 하죠. 시작은 작게 생각은 크게. 과연 무슨 뜻으로 하신 말씀일까요?


우리 잡스 옹, 보고 싶네요


UX 디자인을 하면서 프로젝트 영감을 찾을 때 흔히 듣는 말, "주변의 문제점들부터 생각해보라", 들어보셨죠? 틀린 말은 아닙니다. 디자인이란 단순히 미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세상의 크고 작은 문제점들을 해결하여 좀 더 편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사고방식을 추구하는 분야죠.


주변의 문제점이라 함은, 주차 불편하고, 재활용하는 것이 번거롭고, 미세먼지 때문에 외출이 불편하고, 다이어트를 꾸준하게 하기가 참 어렵죠. 이와 같은 문제점을 파악하여 프로젝트의 범위 (Project scope)를 짜게 됩니다.


한국 학생분들께선 이를 가지고 현실적인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다이어트 관리 어플 같은 거죠. 매일매일 운동을 하고, 이를 기록하면 본인의 다이어트 성과와 기대성과를 보여주고, 운동을 거르는 날엔 얼마나 다이어트가 지연이 되는지 예측값을 보여주어 동기부여를 해주는, 실제로도 이미 존재할 것만 같은 서비스요. 간혹 가다 실제 주변 개발자 파트너와 함께 개발까지 착수하여 앱스토어에 올리시는 추진력 대단하신 분들도 계십니다. 앱스토어 별점 리뷰도 좋게 받으시고. 문제를 파악하여, 깔끔하게 해결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미국 학생들과 차이점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미국 대학에선 바로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전에 현대인들이 왜 다이어트를 하고 싶어 하는지, 그리고 왜 다이어트는 꾸준히 하기 어려운지, 문제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연습을 시킵니다. 그리고 몇 가지 포인트를 잡습니다: 현대인들은 바쁘고, 게으르고, 혼자서 운동하는 것은 어려워서 전문 PT를 자주 받는다. 그리고 이뻐지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기도 하지만, 건강을 위해 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다.


여기서 몽상가의 기질이 발휘합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사실 한국에서 바쁜 현대 상활 속에 다이어트하는 분들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문제이다." 경제상황이 어려워 전문 PT를 받기 어려운 분들도 다이어트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럼 교수가 말합니다. "Think bigger." 그래? 그럼 전 세계 사람들이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미국 학생들은 주변의 불편함에서 찾은 영감을 가지고 계속 확대하는 연습을 합니다. 이러다 보면 어느새 프로젝트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범위가 확 커져있습니다. 시작은 "다이어트 꾸준히 하기", 끝은 "전 세계인들의 운동을 통한 건강증진".


이러한 프로젝트 범위 확대를 통해 나오는 프로젝트의 예시는: 스마트워치의 센서로 움직임을 파악하여 운동량 및 자세를 측정하고, Netflix 같은 구독형 헬스 프로그램을 구축하여 스마트워치와 동기화해 PT선생님 없이도 올바른 자세로 운동할 수 있게 잡아주는 생태계 (ecosystem). 실제 구축하려면 굉장히 어렵고 실제 론칭을 해도 성공할까 말까지만 (네, 애플도 최근에야 해냈습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디어를 만들어 테스트할 수 있다는 UX 디자인만의 장점을 살려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Principle과 After Effect로 프로토타이핑하여 포트폴리오에 올립니다.


다이어트 기록 어플과는 결과물이 많이 다르죠?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의 차이입니다.


애플, 그대들은 정말 못하는 게 무엇인가



"미국은 돈과 리소스가 풍부하다. 세상을 바꾸는 기업들이 모인 실리콘밸리가 미국에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여기 사람들은 말한다: 디자이너는 실현성을 따지지 마라. 오로지 주어진 영역의 최상의 경험만을 디자인해라, 세계 최고의 개발자들이 알아서 개발해줄 것이다."


그래서 미국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실현 불가능할 것만 같은 원대한 비전과 목표를 품은 프로젝트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플 하나로 지구온난화를 해결한다고?” 물론 한 번에 한다는 것은 아니고, 이미 현존하는 다양한 시스템에 연계되어 세상에 작은 흠집 (dent)을 내는 아이디어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환경보호 목적의 서비스의 디자인이어도, 단순히 재활용 방법을 알려주는 AR 어플이 아닌, 편의점 슈퍼마켓 체인회사들이 제조사들과 협력하여 제품의 환경파괴지수를 계산 및 보고하고, 이를 소비자가 AR로 열람하여 친환경적인 제품을 사도록 유도, 그리고 캐시백 제도를 도입하여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면 포인트가 쌓이는 친환경 소비 생태계를 구축하는 서비스를 만듭니다. 그리고 이를 너무 길지 않게 핵심만 추려서 포트폴리오에 넣죠.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기능도 훨씬 많아지고 UI도 복잡해지며, 화면 개수와 플로우, 인터렉션도 복잡하고 많아집니다. 하지만 이는 UX 디자이너의 사고 실력, 그리고 UI 디자인 실력까지 증명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입니다. 단순히 카메라 화면, 재활용 정보 화면, 그리고 캡처 기록화면, 세 가지 UI 화면으로 끝나는 어플보다 훨씬 복잡하고 큰 스케일의 어플이 탄생합니다. 프로젝트의 복잡성과 UX/UI의 기회엔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습니다.


실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이와 같이 문제 영역을 크게 잡아서 해결하는, 디자인을 통해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세상에 작은 흠집 하나를 내고자 하는 몽상가 타입의 UX 디자이너들을 선호합니다.


주변의 작은 문제점을 찾아, 세상을 바꿀 궁리를 해라



"UX 디자인 사고방식을 적용할 건더기가 있는가?"


여기서부터 얘기가 재밌어집니다. 제가 포트폴리오 첨삭을 도와드린 디자이너분 중 한 분께서는 실제 개발자 파트너분들과 협업하여 주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어플을 실제로 개발까지 해서 포트폴리오에 넣으셨습니다. 충분히 자랑스러우실 것입니다.


하지만 그 포트폴리오는 미국 실리콘밸리 UX 디자인 면접에서는 먹히지 않을 포트폴리오입니다. 좋은 아이디어로 시작했고, 개발자분들과 현실적인 프로젝트 범위를 짜 개발하여 기술력이 뛰어났지만, 어플 자체는 너무 간단했기 때문입니다.


예시 1) 블락체인을 사용한 금융 어플

예를 들어 금융 어플 해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전하게 블락 체인 기술을 사용한 송금 어플을 디자인해서 개발까지 했다고 칩시다. 기술적인 면, 그리고 실제 실용성은 정말 뛰어난 어플일 것입니다. 실제 존재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쓸 의향도 있을 것입니다. 누구도 해킹으로 인해 돈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어플이 현존하는 Toss 같은 송금 어플과 인터페이스적인 면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전혀 없죠, 왜냐면 이 서비스는 블락체인이 핵심이고, 블락체인은 뒷배경에서 묵묵히 일을 수행하는 기술이지 사용자 경험에 영향을 주는 기술은 아니니까요. 따라서 이 프로젝트를 담당한 디자이너의 포폴에는 그냥 다른 송금 어플과 다를 바 없는 UI가 올라갑니다. 홈 화면과 송금 화면, UI는 그 두 개가 끝이었습니다.


개발자가 어려운 일을 다하고 디자이너는 비교적 쉬운 일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시 2) AI를 사용한 프레젠테이션 소프트웨어

반면 파워포인트 같은 프레젠테이션 툴에 레이아웃을 자동화하는 AI를 적용시킨다고 상상해봅시다. 기존 텍스트 박스를 만들어 글을 써넣고, 폰트, 색깔, 위치를 바꾸고, 이미지를 넣어 사이즈 조절하고... 이와 같은 플로우가 완전히 바뀌겠죠? 사용자는 글만 열심히 쳐서 넣으면 AI가 실시간으로 레이아웃을 추천해주고, 사용자는 거기서 선택만 하면 됩니다. UI뿐만 아니라 사용자 경험 자체가 싹 달라지죠?


디자이너의 역할이 개발자의 역할만큼이나 중요한 프로젝트입니다.


이와 같이 UX 디자인 사고가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고, 아닌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한국에선 굳이 이 두 종류를 가리지 않아 기존 존재하는 서비스에서 UI만 바꾼듯한, UX 사고와 혁신이 담기지 않은 프로젝트가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프로젝트에선 오로지 디자이너의 UI 디자인 능력만 평가가 가능합니다.


미국에선 무조건 UX 디자인 사고가 부각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높이 평가합니다.


디자이너에게 이득이 되는 기술을 봐가면서 적용할 것!



미국에서 UI 디자이너는 이미 멸종하고 없다. UX 디자이너도 멸종위기 처했다. 오로지 프로덕트 디자이너만이 있을 뿐.

한국에서는 UI 디자인, UX 디자인을 구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UI 디자이너는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UX 디자이너가 이미 UI 디자인까지 완벽하게 수행하기 때문이죠. 미국에선 UX 디자이너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름에 따라 점점 한 명이 여러 일을 해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돈을 더 주고 두 명을 고용할 필요가 없는, 한 명의 만능 디자이너를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UX 디자이너가 UI 디자인과 인터렉션까지 모두 도맡아서 합니다.


그리고 진화는 또다시 이루어졌습니다. 디자인적 사고를 좀 더 기획단계 깊숙이 침투시키고자 UX 디자이너에게 제품 기획까지 맡기기 시작했습니다. UX 디자인적 시각으로 보면 충분히 말이 되죠. UX 디자이너가 제품의 사용자를 가장 잘 알아야 하고, 따라서 어떤 기능이 가장 도움이 될지 제일 잘 아는 사람입니다. 이젠 PM들과 함께 기능 기획까지 함께하는 Product Designer들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왔습니다.


교집합이 넓어지면 Product Designer로 진화!


미국 포트폴리오에서는 사용자 리서치, 기능 기획 (Product thinking), 사용자 경험 구상 (UX), 그리고 최종 인터렉션 (UI & interaction)까지 모두 보여야 비로소 백 점짜리 포트폴리오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특히 논리적인 설명이 가장 중요합니다. 문제 영역 파악부터 왜 이 문제 영역을 세상이 시간과 리소스를 들여 해결해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납득가게 설명해야 하고, 리서치와 분석 단계로 데이터를 모아 그 데이터로 왜 이런 기능을 기획했고, 왜 이것이 문제점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것 같은지를 데이터와 언변술로 설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능들을 아름다운 UI와 인터렉션으로 표현하여 올려야 하고, UI 안에 사용한 UI 패턴을 선택한 이유, 왜 이 UI가 기획한 기능의 의도를 가장 잘 전달하는지도 면접 때 논리적으로 풀어내야 합니다.



"High risk, high reward를 좋아하는 미국과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좋아하는 대한민국의 성격이 잘 나타나는 UX 디자인 분야"

이번에 한국 학생분들의 포트폴리오를 첨삭하게 되면서 굉장히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얻은 것 같습니다. 결국 각 국가의 기업들이 선호하는 경영방식이 학생들의 포트폴리오에 그대로 녹아들어 가는 것 같아 신기하면서도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디자이너의 진정한 진가는 리소스 걱정 없이, 온전히 최상의 디자인을 만들어내는데 집중했을 때에 그 진가가 발휘된다고 믿거든요.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한국에서 미국, 또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옮기실 의향이 있으시다면 각 시장이 선호하는 방향을 파악하여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과연 대한민국이 미국처럼 리소스가 풍부한 나라였어도 이러한 현상이 일어났을지, 궁금했던 한 달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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